(팝콘뉴스=최선실 기자) [편집자 주: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때로는 지친 마음에 위로를 주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문화생활이다. 문화생활은 사치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 진한 여운을 남긴다. ‘슬기로운 문화생활’에서는 우리나라의 연극·영화·공연·축제·음악·미술·여행·책 등을 다채롭게 소개하고자 한다.]

눈물은 억눌린 감정을 흘려보내는 정화의 통로가 된다. 하지만 눈물만 흐르면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기 마련이다. 이때 웃음이 들어오면, 우리는 다시 세상을 견딜 힘을 얻는다. 여기 다시 세상을 견딜 힘을 주는, 눈물과 웃음이 공존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힘을 내요, 미스터 리’라는 영화다. 지금부터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천천히 소개한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사진=유튜브 채널 ‘플레이 무비’)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사진=유튜브 채널 ‘플레이 무비’)  ©팝콘뉴스

평범하지 않은 아빠와 특별한 딸의 여정

세상은 종종 정상이라는 단어로 사람을 평가한다. 똑똑한 사람, 성공한 사람, 능력 있는 사람. 그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세상은 손쉽게 ‘다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그 틀을 부드럽게 깨부순다. 영화는 조금 느리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남자 철수(차승원 분)와, 그를 찾아 떠난 어린 딸 샛별(엄채영 분)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철수는 지적장애가 있는 남자다. 그는 세탁소에서 묵묵히 일하며 조용히 살아간다. 동네 사람들에게 그는 조금 엉뚱하지만, 착한 아저씨로 통한다. 그런 그의 앞에 어느 날, 낯선 꼬마 소녀 샛별이 나타난다. “아빠를 만나러 왔어요”라는 말과 함께.

샛별은 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그런데 생모가 숨겨왔던 자신의 친아빠를 찾기 위해 몰래 병원을 빠져나온 것이다. 갑작스레 등장한 딸 앞에서 철수는 당황하지만, 그녀의 진심 어린 눈빛에 마음이 흔들린다. 결국 두 사람은 아빠와 딸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동행하게 된다. 

해변, 기차역, 시골길 등을 여행하며 두 사람은 서툴지만 서로의 곁에 머물며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아빠는 딸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딸은 아빠에게 사랑받는 법을 알려준다. 세상은 그들을 특이한 부녀로 바라보지만, 그들의 세계 속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전부가 된다.

눈물 뒤의 웃음을 연기하는 차승원 배우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배우 차승원의 연기 변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는 그동안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돼 왔다. 이 영화에서만큼은 순수하고 따뜻한 아이 같은 아빠로 돌아온다.

철수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어, 사회적 기준으로 보면 매우 부족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눈빛과 행동을 보면 영리함이 엿보인다. 아이가 넘어지면 달려와 손을 잡아주고, 자신이 상처받아도 상대를 먼저 위로한다. 차승원은 이런 철수의 모습을 과장 없이 자연스럽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눈물 대신 웃음을 선보인다. 그의 연기 속에서 관객은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불완전한 우리 모두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영화

영화는 거대한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지친 일상 속에서 사람을 믿고 싶은 마음을 되살려준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모자란다. 철수는 지적장애가 있고, 샛별의 어머니는 딸에게 아빠가 있다는 사실을 숨겼으며, 주변 인물들 역시 각자의 상처를 품고 산다. 그러나 영화는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괜찮아요.” 이 말은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영화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들려준다. “실수해도 괜찮고, 부족해도 괜찮고, 다르다고 해도 괜찮아요.”

세상은 완벽한 사람을 원하지만, 정작 마음을 움직이는 건 서툴지만 진실된 사람이다. 바로 주인공 철수처럼 말이다. 우리는 철수처럼 어딘가 부족하고, 실수하고, 상처받는다. 그렇지만 서로를 바라보며 이렇게 위로했으면 좋겠다.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감독: 이계벽

출연: 차승원, 엄채영

개봉: 2019.09.11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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