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폐의류 업사이클링 프로젝트팀 '후피' 인터뷰

▲ 지난달 30일 한양대 안 카페테리아에서 만난 한양대 폐의류 새활용 프로젝트팀 '후피'의 김정윤 작가가 직접 제작한 컵 캐리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폐의류로 만든 뜨개 티코스터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하루 평균 발생하는 폐의류 쓰레기는 141.8톤 수준으로 집계됐다. 그마저도2018년 181.7톤, 2017년 178.2톤 등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패션 업계 전반에서 유기농 재료나 폐플라스틱을 이용해 제품의 생산과 폐기 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여전히 '공장형 대량생산'의 큰 틀에서 벗어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소비자 다수가 더 비싸고, 유행과는 거리가 먼 패션제품을 선뜻 선택하기 어려워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한양대 폐의류 새활용(업사이클링) 프로젝트팀 '후피'의 김정윤 작가를 지난달 30일 학교 내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 한 달간의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어보고 왔다.

■ "필요한 것 대체하지 않으면, 새활용이더라도 옷장에 옷 '추가'하는 것"

후피는 한양대 사범대학교 응용미술학과 강연에서 과제를 위해 결성된 팀이다. 폐의류를 재단해 컵홀더, 티코스터 등 다회용품을 제작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골자다.

작업의 기획 단계에서 정한 원칙은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대체재'가 될 만한 것을 만들 것, 둘, '수작업'이다.

▲ 뜨개 티코스터 제작 현장(사진=후피) © 팝콘뉴스

현재 자라, 아디다스 등 다수 패션 브랜드가 자사 재고 일부로 새로운 잡화 상품을 내놓거나 폐플라스틱, 트럭 방수천 등 폐기물을 활용해 의류, 가방 등으로 내놓는 방식으로 탄소발자국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다만, 후피는 패션산업 폐기물을 패션산업 상품으로 새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김 작가는"묵혀둔 의류 재고나 버려진 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들더라도,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또 하나가 옷장에 쌓이게 되는 것"이라며 "폐기물로 만든 다회용품이 일회용품을 대체하는 게 환경적으로 더 의미 있지 않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프로젝트는 소비자 개인보다는일회용품이 기본값으로 소비되는 카페에 집중해 진행됐다. 후피는 지난달 블루제이커피스페이스, 와츠폴, 너디블루버로우 등 여섯 곳의 카페에 다회용 티코스터, 컵홀더, 컵 캐리어 등을 전달했다.

카페에 일회용품 대체재인 다회용품을 제공하면 카페에서 반납을 요청하면서 제공하는 식이다.

김 작가는 "대여제도 등을 운영하기 힘든 곳에서는 테이크아웃할 때 이벤트로 제공하는 식으로 활용됐다"며 "카페에서도 새롭다는 반응이더라"라고 전했다.

■ 소비자 인식 변화 중요...콘텐츠 기획 주목

협업 카페 여섯 곳이 후피의 작업물과 함께 후피의 명함을 함께 제공하면서, 소비자 역시 프로젝트에 초대받을 수 있었다.

특히, 폐의류 새활용 사업의 경우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따르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힘든 만큼, 인식 변화를 위한 콘텐츠 제작에도 힘을 쏟았다는 부연이다.

폐의류 현황을 설명하는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거나 환경의 날을 기념해 파트너 카페와 함께 다회용 컵 홀더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이다.

김 작가는 "질적 조사, 논문 등을 통해 사전 조사했을 때는 옷을 재사용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사람들에게 많더라. 옷을 중고로 사 입기는 찜찜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라며 "(환경의날 이벤트 때) 이벤트 참여자분께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폐의류 새활용에 대해 인식이 좋아졌다는 얘기가 많더라. 이벤트 참여하기 위해 카페 찾았다는 분도 계셔서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 협업한 카페 직원이 후피의 컵 캐리어를 활용하고 있다(사진=후피) © 팝콘뉴스

'수작업' 역시 중요한 원칙이다. 후피의 모든 작업은 팀원들의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후피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폐의류를 양도받고, 종류에 따라 일부는 미싱 작업을 통해 컵홀더 등으로, 일부는 가위질로 만든 실로 뜨개 티코스터로 새활용했다.

우선은 팀 단위 프로젝트였던 까닭이지만, 규모가 커지더라도 '수작업'은 원칙 삼겠다는 포부다. "새활용을 한다면, 과정에서 친환경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작가는 "직접 해보니,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더라. 있던 걸 분해하고, 다시 재단해서 만들고. 오래 걸리고 힘들더라"면서도 "'프라이탁'의 사례를 보면, 제작은 다 수작업이고, 세척은 80% 이상 빗물을 받아 쓴다. (다른) 의류 브랜드에서도 재활용, 새활용, 기부 등을 하지만, (대량생산 원칙을 유지하면) 제작과정에서 생긴 오염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티홀더 제작 현장(사진=후피) © 팝콘뉴스

한편, 후피는 향후 프로젝트를 사업으로 발전시켜 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작업'이라는 점을 십분 살려 의류에서 뽑은 실과 바늘을 'DIY 키트'로 만들어 판매하고 유튜브를 통해 방법을 알려주거나 카페 등을 대상으로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서보겠다는 그림이다. 다만, 소비자들의 관심 없이는 지속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라고 후피는 부연했다.

"올해 자취를 처음 시작했다. 본가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쓰레기가 정말 많이 나오더라. 학교에서든 일회용품을 또 쓰고. 하나씩이라도 줄여보면 (크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기 힘들다면, 컵홀더라도. 꼭 후피의 상품을 구매하지는 않더라도 다회용품 사용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활동에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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