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부터 이어진 전자를 바탕으로 한 성장, 협신전자

(팝콘뉴스=강나은 기자 ) 흔히 반도체를 '전자산업의 쌀'이라고 부른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기초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 범위를 넓혀 생각하면 현대사회의 쌀이 전자산업이나 마찬가지다. 이 쌀을 곳곳에 전달해 또 다른 쌀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백년가게가 있다. 부산에 있는 협신전자의 이야기다.

가까운 곳, 어쩌면 허름해서 그냥 지나친 곳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30년 이상 이어왔고, 어쩌면 100년 넘게 이어질 우리 이웃은 가게를 운영하며 어떤 사연을 쌓아왔을까요. 힘든 시기에 몸도 마음도 지친 소상공인은 물론, 마음 따뜻한 사연 있는 가게를 찾는 고객들에게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 백년가게: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곳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하는 평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점포.

(사진=협신전자)
(사진=협신전자) ©팝콘뉴스

전자부품 최초의 온라인 매장

권우현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막 나오기 시작했던 전자부품 제조 기술을 익혀 1973년에 협신전자를 창업했다. 그러나 발전 속도가 빠른 전자부품을 다루고 있다 보니, 단순히 부산 지역만을 시장으로 삼아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권우현 대표는 창업 10년 만에 iC114라는 이름으로 전자부품 최초의 온라인 매장을 열었다. 

협신전자는 몇 곳의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하기도 했지만, 자본과 유통시장 자체의 한계에 부딪혀 힘든 시간을 보냈다. 또한 중국에서도 생산에 나섰지만, 부품을 발명하기만 하면 기술이 유출되어 곧 똑같은 제품이 기존 가격의 절반으로 판매되곤 했다. 그래서 중국 사무소는 제조가 아닌 정보 수집의 역할만을 남겨놓은 상태다. 중국 정부에서 업체에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빠르게 변하는 전자부품 시장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 기업의 생산 품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정보 제공이나 금형 지원 등으로 정부가 중소기업을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에 중국 기업의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특히 앞선 아이디어를 반영한 제품이 정말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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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외선 신발 깔창부터 전자 백과사전까지

우리나라 신발 제조기업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협신전자에서 최근 발명 특허를 낸 제품이 있다. 바로 적외선 신발 깔창이다. 

"제2의 심장이 발에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적외선으로 발의 혈액순환을 돕는 제품입니다. 특히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제품이라고 생각해요. 나이가 많아질수록 혈액순환이 되지 않으면서 생겨나는 질병이 많으니까요."

게다가 겨울철에는 발을 따뜻하게 해 발 시림과 동상을 예방하기도 한다. 권우현 대표는 이러한 부품을 신발에 적용해 한국의 신발 제조업이 다시 살아나길 기대하고 있다. 원가가 비싸지 않기 때문에 협신전자에서 기술 사용만 허가해주면, 신발 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이 제품은 한국에서는 특허를 인정받았지만, 외국에 특허를 출원하려고 하니 비용 부담이 커 제품 제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편 협신전자가 구상하는 또 하나의 사업이 있다. iC114에서 부품을 구매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사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1960년대에 미국 영화를 보면, 스스로 집도 짓고, 페인트도 칠했어요. 아무래도 집이 넓고, 인건비가 비싸다 보니까 직접 하는 거죠. 이제 전자에 있어서도 기본 상식이 없는 사람도 부품을 검색하면 이걸로 다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사전을 구축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청년층에서는 상품 개발과 창업에 나설 수 있다. 권우현 대표는 이것이 확장되어 일자리 창출과 학교 교육에도 반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진=협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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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신전자를 통해 성장하는 이들을 위해

협신전자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협신전자를 그만두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창업이다. 지금까지 협신전자를 그만둔 직원은 10여 명이 되지만, 100% 자기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협신전자에서는 이렇게 독립한 직원이 사무실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곤 한다. 협신전자의 부품을 함께 판매하기에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창업이 협신전자의 이윤을 높인다고 믿는다. 또한 부품이 부족할 때는 서로 빌려 가고, 빌려줄 만큼 두터운 신뢰 관계를 지속한다. 

"100원어치를 팔아서 나 혼자 50원의 이익을 보는 것보다 100원어치 팔아서 70원의 이익을 보는 것이 낫죠. 내가 그 친구도 돕지만, 그 친구도 나를 도와주는 겁니다."

학생들이 학교 과제를 만들다가 잘되지 않았을 때 협신전자를 찾아 아이디어를 얻고 가는 경우도 많으며 협신전자의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중학교 다닐 때 협신전자에서 부품을 사곤 했던 학생이 어느새 다 커서 글로벌 전자 기업의 연구실에서 일하며 인사하러 오기도 한다. 

"현재는 자녀들에게 사업의 90%는 물려준 상황이에요. 저보다 자녀들이 앞으로 더 잘하리라 믿습니다. 나는 제도권 교육을 많이 받지 못했지만, 자녀들은 공부했으니 저보다 낫겠죠."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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