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박 씨 유서 속 “X같은 마사회”

(팝콘뉴스=나소리 기자)

▲ 공공운수노조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박경근 씨 사망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제공).

한국마사회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비정규직에게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한데 이어 마필관리사가 사측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근무하던 마필관리사 박경근 씨(38)가 지난달 27일 나무에 목을 맨 채 숨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박 씨는 국내 1호 말 마사지사로 잘 알려져 있으며 마방에서 팀장직을 맡고 있던 인물로 해외연수를 가는 등 촉망받던 마필관리사였다.

박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 직접 관리하던 말이 경주 중 앞발을 드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로 박 씨는 당일 저녁 아내와 통화하며 조교사에게 입에 담지 못할 수준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한 뒤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경마장 내 마구간에서 목을 매달았다.

하지만 마사회 측이 전국공공운수노조 세부 요구안에 대한 일괄 답변 요청에 유가족 보상 문제 외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관계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박 씨의 죽음은 가정불화에서 온 것이라고 답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박 씨가 남긴 유서 속 “X같은 마사회”라는 문구와 평소 “우리 마방은 그나마 벌어서 낫지만 다른 마방 동생들은 밥 못 먹는 아이들이 많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는 동료들의 증언까지 제기되며 열악한 비정규직 환경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 정부 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공공기관비정규직노동조합 소속 노동자가 마사회의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시위를 벌였다.

마사회가 지난 3월 제주지부 부위원장과 일반 조합원 2명에게 아침 조회시간 직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마사회는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제주경마장 환경미화원 35명 가운데 2명을 줄인 것이며, 용역업체와 근로자 간 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자사와 관련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마사회 지난해 매출은 7조7897억 원으로 2015년과 비교해 75억 원 증가했고 정규직들의 연봉 또한 9.4% 오르면서 공공비정규직노조 측은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비정규직 2명을 해고시켰다는 주장에 “소가 웃을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공비정규직노조 측은 해고당한 2명의 직원은 용역노조 부위원장과 조합원이었으며, 이에 대한 보복 조치를 당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마사회가 노조 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탄압해 왔다”며 “전국 렛츠런파크 중 가장 가혹한 착취 구조를 가지고 있는 부산경마공원의 경우 고용 불안과 임금 불투명, 근로 조건 등을 개선하기 위한 노조 결사 자유도 없었다”고 성토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박 씨 사망 사건에 대해 “가정 불화와 집안 대출 문제, 회사에 대한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1993년부터 개인마주제로 전환됐기 때문에 마사회 직원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조교사가 마필관리사 채용 시 마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논란에는 “공정성을 위해 면접자의 전과 기록 등 정보를 찾아 제공하는 것뿐 승인권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지난 3월 해고된 비정규직 2명에 대해서 “책정된 예산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마사회를 운영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라며 노조 보복 조치 논란에는 “용역업체 권한이기 때문에 조합원이어서 해고시켰다는 말의 진위 여부는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마사회는 지난달 23일 9명의 일자리 창출 TF를 구성해 경비나 청소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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