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과 추억을 포기하지 않는 비건 문화 

(팝콘뉴스=김진경 기자 ) [* 편집자 주 MZ세대에 속하는 20·30대 중에는 MZ라는 용어가 오히려 좀 진부하게 느껴지고 지겹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X세대로 유명했던 지금의 40대도 그런 말을 했다. 젊다는 칭찬도 참신하다는 장점도 때로는 부담이 된다.

그래도 스타트업이라는 분야를 빛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이들 MZ다. 한 명 한 명의 젊은 사장님들을 만나 그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열정과 비전에 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동년배들은 같은 세대의 열정을 만나서 용기를 얻고 좀 더 어리거나 좀 더 연장자인 사람들도 영감을 받을 기회다.]

'채식'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도 뜨겁다. 비건 식품을 소개하는 '제7회 비건페스타'도 19일 성황리에 종료했다. '비건페스타'에 비건 소시지 제품 '소세-지니?'와 비건 치즈 제품 '치즈-니?'로 참여한 '서울비건'의 은하선 대표를 만나 비건 산업에 관해 들어보았다.

#1 비건 식품업을 창업하신 동기와 발상은 어디에서 얻으셨나요? 

"저와 동업자인 벨라 셰프 두 사람 다 채식하고 있거든요. 저는 15년째 채식하고 있고 셰프도 6년째 채식주의자로 살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채식에 관심 두던 때에는 외식하기 너무 어려웠어요. 외식하기 어려우니 직접 만들어 먹어야 했죠." 

두 사람 다 개인적인 이유에서 절박하게 채식 요리와 비건 식품에 관심을 두게 됐다. 사업 초기에는 대부분의 관련 업자들이 본인들처럼 실제 채식주의자거나 비건 실천 중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번에 비건 관련 행사에 참여해보니 막상 실제 비건을 생활에서 실천하면서 비건 식품제조업에 뛰어드는 사업자는 드물었다고 한다. 

"2018년도 홍대에 비건 레스토랑 '드렁큰비건'을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고, 이전과는 달리 주변에서 이제는 비건에 관해 많이 알고 있고 실천하려는 마음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둘 다 소시지와 햄을 좋아해서 소시지와 햄을 비건 식품으로 내놓고 싶었어요."

비건 식품인데 굳이 소시지와 치즈를 주력 상품으로 선택한 이유를 묻는 이들도 종종 있다. 그런데 채식한다고 해서 비건을 실천한다고 해서 갑자기 이전에 먹던 음식을 전부 끊고 비건 100% 인증받은 제품만 먹기는 현실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열성적인 채식주의자라도 어린 시절에 먹었던 맛있는 햄버거나 소시지 등에 관한 추억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음식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까지 전부 포기할 필요는 없지 않나. 

비건페스타 부스(사진=서울비건)
비건페스타 부스(사진=서울비건) ©팝콘뉴스

#2 창업 초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제품 개발 과정 중에 비건 케이싱을 실제 소시지 케이싱의 식감과 비슷하게 구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수입품 중에도 저희가 생각한 식감과 비슷한 제품이 없어서 참고할 수 없었고, 누군가에게 조언받기도 어려웠고요. 그리고 비건 시장에서 많은 사람이 고기 같은 식감을 찾고 판매자들도 '정말 고기 같은'이란 수식어를 많이 쓰는데요. 지난해 10월 텀블럭으로 시작할 때 컨설팅 업체분이 논비건과 비건 제품을 함께 시식하게 하는 행사를 기획안으로 내놓은 적이 있어요. 비건 제품을 논비건인 척 고기라고 속여서 시식하게 하는 마케팅 전략인 거죠. 그런 전략은 저희가 생각하는 목표와는 달라서 거절했어요."

은하선 대표는 육류라고 해서 무조건 같은 맛이 아닌데 혹시 서울비건 제품을 맛보고 "고기 맛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을까 봐 그런 선입견에 갇히는 게 걱정스러웠다고 한다. 그냥 맛있는 비건 제품을 판매하고 싶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고기 같은'이란 워딩을 쓰고 싶지 않았다. 서울비건이 지향하는 바와는 다르니까. 이번 '비건페스타'에서도 "고기 맛이 나나요?"라는 질문을 몇 번 들었는데 "대답을 못 드린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3 창업 초기 도움을 받은 곳이 있나요?

"작년에 서울창업허브 키친인큐베이터 지원에 선정되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식당을 운영해본 경험은 있지만 제품을 만든 경험은 없었기 때문에 표시 사항에 대한 컨설팅에서부터 제품 디자인, 마케팅 등 거의 모든 과정에서 키친인큐베이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4 기억에 남는 리뷰가 있다면?

"시중에 나온 비건 소시지를 전부 먹어봤는데 '소세-지니?'가 제일 맛있다는 리뷰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저희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라 많이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이제 다른 비건 소시지에는 만족을 못 한다'. ''소세-지니?'가 최고'라는 리뷰를 들은 적도 있어요."

비건 제품 모음(사진=서울비건)
비건 제품 모음(사진=서울비건) ©팝콘뉴스

#5 2023년을 맞이해 1년 목표 또는 사업 방향은 어떤 것으로 생각하고 계시는가요?

"올해 비건페스타에서 비건 치즈 제품을 처음 선보였고요.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제품 판매했는데 오프라인 판매장을 오픈 예정입니다. 와인에 샤퀴테리를 즐길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올해 4월쯤 고양시에서 시작할 예정입니다."

#6 '사회적 가치'란 키워드는 청년층에게 오랫동안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층을 위해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희도 이제 막 창업한 지 6개월이 지난 신생 업체입니다만 만약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을 하려는 분들에게 한마디 드리자면요. 이번에 참여한 비건페스타에서 비건 제품이 아닌데 비건이라고 홍보하면서 내놓는 제품들이 많아 온라인상에서도 논란이 되었어요. 꿀이 들어간 제품을 비건이라고 판매하거나 시식대에 소고기 성분이 들어간 시식품을 내놓거나 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단순 소비자도 아닌 판매하는 업자이면서도 논비건과 비건 성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어요."

은하선 대표는 "생각보다 복잡하기도 하고 안 복잡하기도 하거든요"라며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사업을 한다면 공부를 많이 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직은 대중적인 인식이 과도기라서 '비건'이란 단어를 '베지테리언'이란 단어와 혼용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비건은 꿀이나 유제품을 비롯 해산물도 먹지 않는 '완전 채식'을 의미한다. 비건이란 라벨을 제품에 붙일 때는 이런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비건이란 말이 최근 갑자기 너무 핫하게 떠오르면서 대기업에서도 다양한 '비건' 라벨이 붙은 제품을 내놓고 있어요. 저와 셰프 두 사람은 그런 것들이 나오면 웬만하면 다 사서 시식해보거든요. 드럭스토어에서 비건 화장품 전문 섹션도 생겨나고요. 고무적인 현상이고 대중화되는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팝콘뉴스]

키워드

#MZ벤처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