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민족적 다양성으로 풍성해진 문화적 배경과 제국주의 은유

(팝콘뉴스=김진경 기자 ) [편집자 주: 'MZ팬덤을찾아서'는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의 흐름 속에서 함께 진화하는 팬덤의 양상을 분석한다. 최근에는 비단 연예인이나 방송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의 소위 '연반인(연예인 반 일반인 반의 줄임말)'을 대상으로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단순히 아이돌을 중심으로 하는 응원 문화가 아닌 콘텐츠의 지형을 톺아보고자 한다.]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팝콘뉴스

지난 3월 21일 넷플릭스 기대작 '삼체'가 공개됐으며, 1주일 만에 넷플릭스 1위를 기록했다. '삼체'는 외계 초고도문명과 지구 전체의 과학기술 경쟁과 생존을 다룬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수상한 SF소설 '삼체'를 영상화한 작품이다.

#1 '왕좌의 게임' 제작진의 신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삼체'는 4년 전에 제작 발표 때부터 엄청난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원작소설 팬들뿐만 아니라 대하서사시를 좋아하는 판타지 장르 팬들의 주목도 끌었다.

제작 총괄 지휘를 맡은 이가 바로 '왕좌의 게임'을 직접 쓰고 프로듀싱한 팀이기 때문이다. 이런 제작진의 이력을 알지 못하고 드라마 삼체를 시청했던 이들 중에서도 '왕좌의 게임'과 비슷한 연출 특징이나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하는 후기가 종종 보인다.

주제 면에서는 도덕성과 인간성에 대한 시련, 연출적으로는 폭력을 묘사할 때 어떤 미화 없이 노골적으로 표현된다는 점 등 '왕좌의 게임'에서 주된 특징이었던 면모가 자주 보여진다.  

영상화 규모에 있어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삼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물 역대 2번째 제작비가 배정되었다. 유수의 매체에서 삼체 시리즈 1편당 제작비가 2000만 달러(약 270억 원)라고 보도했다.

이런 과감한 투자에는 원작 소설의 작품성 뿐만 아니라 제작진에 대한 신용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2 중국 베이징 → 영국 런던 중심 이야기

넷플릭스 '삼체' 시리즈의 또 다른 놀라운 지점은 원작 '삼체'와의 차별성이다. 원작소설의 주연급 인물들은 전부 중국인들이고 대부분 남성 인물들이다. 애초에 류츠신이라는 걸출한 중국 소설가가 쓴 과학소설이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원작 소설은 이미 2020년에 중국에서 30부작으로 1권 분량이 영상화되었다.

중국 내에서 영상화한 '삼체'는 원작의 기본 인물들과 이야기 전개 속도에 충실해 문자를 영상으로 충실하게 옮겼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 '삼체'는 시즌1에 8부작으로 끝나며 원작의 1권 분량뿐 아니라 2권과 3권에 해당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야기 전재 속도가 원작에 비해 빠르게 흐를 수밖에 없다.

또한 주연급 배우고 조연급 배우들 전부 다양한 인종과 민족적 배경을 갖고 있다. 원작 1권에서는 과학자의 연쇄자살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주인공이나 넷플릭스 '삼체'에서는 영국 비밀경찰 수뇌부와 그의 직속 부하직원이 이야기를 이끈다. 또한 원작에서 나노센터 수장으로 나온 또 다른 남성 주인공의 이야기는 옥스퍼드 출신 과학자 5인방이 대신하고 있다.

이야기 배경이 영국 런던으로 옮겨지면서 중국인들만 주요 인물이었던 과학소설은 다인종 주연 배우들이 만든 문화적 맥락에 의해 다양성과 복잡성을 갖게 되었고 좀 더 풍성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문화적 맥락 덕분에 외계 초고도문명의 침략을 영국과 중국의 제국주의로 해석하는 비평도 많이 나오고 있다.

과학자들을 지원하는 비밀경찰 캐릭터를 맡은 배우가 홍콩계 영국인이라는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해 준다. 지구를 구하는 주축이 되는 젊은 과학자 역도 아프리카계 영국인, 멕시코계 이민자나 중국계 이민자들로 구성되었다. 대부분 식민지배를 경험한 적 있는 피식민성을 지닌 인물들이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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