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마리아법 있으나 마나 실효성 떨어져

▲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행하고 있는 장면(사진=인터넷 갈무리). ©편슬기 기자

(팝콘뉴스=편슬기 기자)(팝콘뉴스=편슬기 기자)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불의를 목격해도 피해자가 지인이 아닌 이상 그냥 지나치는 것이 낫다며 불의를 외면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낯선 사람이 위기에 처한 모습을 보고 도움을 주었다가 피해자가 자취를 감춰 되려 가해자로 몰리거나 상해를 입는 등 선의 제공이 피해로 돌아오는 결과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불의에 눈을 감거나 방관하는 것이 최상책이라는 반응이다.

실제 A씨는 어두운 골목에서 B씨가 폭행당하는 것을 돕다 역으로 폭행을 당하고, 상대방으로부터 먼저 폭력을 휘둘렀다며 고소를 당했다.

특히 폭행을 당한 피해자인 B씨가 당시 상황 진술을 거부하면서 큰 곤란을 겪게 됐다는 A씨의 사연이 보도되기도 했다.


또 술에 만취한 여성이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것을 도왔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리는 등 갖가지 사연이 알려지면서 불의를 봐도 그냥 지나치거나 방관, 또는 신고만 하고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의식이 사회 저변에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비단 한국 뿐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015년 9월, 중국의 한 여대생이 바닥에 쓰러진 할머니를 도왔다가 오히려 할머니의 가족들로부터 여대생이 자전거로 할머니를 치어 다치게 했으니 전적으로 책임을 지라는 연락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이후 중국에서는 길을 걷다 노인이 쓰러지거나 대낮 대로변 한가운데서 폭행 사건이 일어나도 아무도 돕지 않고 그저 방관만 하는 분위기가 고착됐다.

이렇게 타인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고 그저 방관만 하는 현상을 ‘제노비스 신드롬(방관자 효과)’라고 한다.

제노비스 신드롬은 1964년, 키티 제노비스라는 이름의 여성이 새벽에 뉴욕 주택가에서 살해 당하는 동안 30여 명이나 되는 목격자들이 ‘누군가 신고하겠지’라는 생각에 아무도 신고를 하지 않은 데서 생긴 심리학 용어다.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섣불리 도움을 주려 나선 사람들이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이 언론 등을 통해 노출되면서 대중들이 남을 도우려고 하다 자신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학습한 결과에서 비롯된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위험에 빠진 이에게 도움을 주려다 손해를 입히거나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에게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내용의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2008년 6월 13일 간접적으로 도입됐으나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제도로 법에 한계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일례로 지난 5월 봉침 시술을 받던 환자가 쇼크 반응을 일으켜 사망한 사건에서 유족들이 봉침을 시술한 한의사와 함께 응급처치를 도운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함께 고소해 9억 원대 손해배상액을 청구한 일이 있다.

해당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선한 의도로 응급처치를 했을 뿐인데 대처가 늦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소송에 휘말린 것이다.

지난 8월 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생명 구조라는 선의의 목적으로 한 의료활동에 대해 과실 여부를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도움을 준 의사에게 부당한 결과가 있게 된다면 앞으로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했을 때 어느 의사가 자진해 나서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시대적 상황에 비해 제도가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낳으면서 본질적인 개선이 충족되지 않는 이상 타인에게 내미는도움의 손길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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