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신도시 아파트 단지 택배차량 진입금지

▲ 남양주 다산 신도시 소재 한 아파트에서 택배 차량을 단지 지상 위로진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사진=웹페이지 갈무리).


(팝콘뉴스=윤혜주 기자) 남양주 출신 조선시대 인문학자 정약용 선생의 호를 따서 이름을 지은 다산 신도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택배 차량을 단지에 들어조지 못하도록 진입을 통제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빚어지면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지난 10일 다산 신도시 택배차량 출입 불가 문제 해결을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고 택배회사와 국토교통부가 책임지고 문제 해결을 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다산 신도시 택배 전쟁은 더욱 가열화 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7일 A아파트 단지에서 후진 중이던 택배 차량에 어린 아이가 치일 뻔한 사건 이후로 A아파트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에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을 발단으로 다산 신도시 택배 문제가 불거졌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4월 1일부터 아파트 단지 안으로택배차량을 통제하며 단지 출입구 지상주차장에 주차한 후에 카트를 이용해 배달하거나 지하주차장 제한높이를 확인해 이에 맞는 저상차량을 활용해 달라는 공문을 지난달 14일 각 택배회사에 발송했다.

하지만 전국택배연대는 “관리사무소장 요구대로 입구에서 배송물품을 내린 후 카트를 이용하여 고객에게 배송하면 배송시간이 몇 배 소요되고 다른 고객 물품 배송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현재 A아파트 지하주차장 진입로 높이는 2.3m로 일반적인 택배 차량 높이가 2.5m를 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지하주차장 높이에 택배차를 맞추기 위해서는 택배차량 개조 비용은 물론이고 적재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직접적인 손해를 입게된다”고 부연했다.

택배기사가 대부분 직영방식이 아닌 특수고용형태로 운영되고 개인사업자가 택배사에 물량을 받아 대신 택배 업무를 하고 있어 차량을 별도로 무상 지원받지 않는다.

또 택배로 받는 수수료 역시건당 7백 원 수준이어서 경제적 손실을 감안하고 차량을 새로 산다고 해도 적재물량이 줄어 수입도 당연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 '우리 아파트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해' 아파트 단지 내 택배 차량을 금지시킨다는 공문이 붙어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사진=웹페이지 갈무리).

다산 신도시 소재 A아파트에는 지난 2일 ‘우리 아파트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해’ 아파트 단지 안에 택배 차량을 통제한다는 내용의 공문이 붙으면서 아파트 입주민들이 택배노동자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는 논란이 확산됐다.

공문에는 택배기사가 정문으로 찾으러 오라고 하면 ‘그건 기사님 업무 아닌가요?’라고 말하고, 택배사가 반송하겠다고 하면 ‘카트로 배송하면 되는데 걸어서 배송하기 싫다고 반송한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게 반송 사유가 되나요?’라고 말하라는 등 이른바 택배기사에 대한 갑질 매뉴얼이 적혀 있다.

또 A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지난달 10일부터 A아파트에 출입하는 택배기사 10여 명에게 지상으로 진입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아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전형적인 갑질 행태라는 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서약서에는 "관리소측 입주민 애로사항을 충분히 숙지하였습니다", "부피가 큰 물품은 관리소측과 협조하에 출입을 하겠습니다", "이동가능한 물품은 케리카를 이용하여 배송하며 지상으로 진입하지 않겠습니다", "다짐하며 확인서를 제출합니다" 등 반성문을 연상케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편 전국택배연대는 “사고를 방지하고자 택배 차량 출입 통제를 결정한 아파트 단지의 결정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는 택배노동자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택배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택배노동자들은 하루 13시간에 달하는 근무시간 동안 택배 물품 분류작업에만 6시간이 넘는 시간을 소비한다.

원칙적으로 택배 물품 분류작업은 택배사에서 부담해야하는 업무이지만 택배사가 택배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면서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이중 삼중으로 을의 고충을 안고 있다.

택배 물품 분류작업으로 배송 시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다산 신도시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카트 배달은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됨으로 아파트 정문에 쌓아두고 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국택배연대는 “택배노동자들은 택배 회사와 일대일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택배 회사는 책임질 일이 생기면 나 몰라라 한다”며 비난했다.

택배노동자들이 카트 배송을 거부하자 A아파트 입주민들이 단지 정문까지 나가서 택배를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입주민과 택배노동자 사이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택배회사와 국토교통부가 택배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이들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문재인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인 ‘워라벨’은 택배 노동자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만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또 아파트 건설사들이 다산 신도시A아파트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택배 차량을 고려하지 않고 아파트 지하주차장 높이를 낮게 지어 택배 문제가 발생했다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최근 다수의 신도시 아파트 분양시 단지 주차장을 100% 지하화하고 지상으로는 차가 없는 공원형 단지를 홍보하고 있어서 신도시 택배 관련 문제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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