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뉴스=강정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962년 양국 수교 이래 가진 첫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통일에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북한의 오랜 우방으로 알려진 이란이 북한의 핵개발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그 자체부터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장에 들어설 당시 흰색 '루싸리'를 둘러 이슬람 문화를 존중하는 뜻을 비쳤다. 루싸리는 페르시아어로 '머리에 쓰는 스카프'라는 의미로 무슬림 의상인 히잡의 일종이다.

2일(현지시간) 이란을 국빈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로하니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개발은 동북아의 안정과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으로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같이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최근 이란이 북한대사를 초치해 핵무기에 대한 원칙적 반대 입장을 전달한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의 충실한 이행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란 측의 협조도 요청했다.

로하니 대통령도 "이란은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핵 활동도 반대한다는 입장 하에 중동지역은 물론 한반도에서도 핵을 없애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1980년대 이란과 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을 군사적으로 도와줬으며 현재도 이란 지도층에서는 북한에 대한 호의적 시각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란이 전적으로 우리 편을 들어주면서 대북제재 동참을 선언하는 반응은 북한에게 정치적으로 상당한 압박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란 측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통일 원칙에 대해 공감했는데, 북한과 전통적 우호 관계를 맺어 온 이란이 이러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상회담 뒤 이어진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로하니 대통령은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며 "원칙적으로 우리는 대량살상 무기 생산을 반대한다. 우리는 한반도가 이런 대량 살상무기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도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한 열쇠는 평화통일에 있음을 강조했다"며 "이란 측은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한국 국민의 열망에 대해 지지를 표명해 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란 측에) 북핵 불용 및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며 "최근 북한의 핵 실험에 따른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란 측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한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핵무기 개발은 절대 안보를 강화할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를 강조하고 이러한 측면에서 이란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대한 한국민의 열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은 '핵무기 없는 세상' 목표에 대한 지지 하에 핵확산금지조약(NPT) 및 비핵화 공약을 재확인하고 이러한 목적을 지향하는 노력들을 지지한다"고 명시했다.

한편, 지난 1일 북한은 대남 선전매체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대해 비난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는 "상전인 미국와 함께 반(反) 공화국 '압박효과'를 거두어보자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조선은 이란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북한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공식 대내외 매체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번 이란 방문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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