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샤머니즘은 어디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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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뉴스=김재용 기자 ) 영화 '파묘'가 한국형 오컬트라고 불리며 흥행하고 있다. 그동안 몇몇 한국형 오컬트 영화가 흥행을 기록했지만, 한국형 오컬트 영화가 무조건 관객의 사랑을 받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장재형 감독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의 흥행은 비교적 잘 만든 영화라는 전제가 있다. 즉 오컬트 영화라서 흥행했다기보다 잘 만든 영화라서 흥행했다는 필요조건이 가능하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파묘'도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흔쾌히 줄 수 없다. 영화 '파묘' 속에는 반일 분위기가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잘 만든 반일 영화라서 흥행했을 수도, 오컬트 영화라서 흥행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흥행 요소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한 가지 요건은 있다. 이 영화는 한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희귀한 병을 두고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다룬다. 그 중심에는 무당이 있다. 한국적 무속의 신비함이 극의 중심을 끌고 가면서 관객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등록되어 있는 무속인이 100만 명이라는 통계가 있지만 온전히 믿을 수는 없다. 누구도 당사자가 진짜 무속인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무속은 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진짜 무속인임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샤머니즘에 관심이 많다는 방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샤머니즘은 어디서 왔나?

샤머니즘의 원형을 찾는 연구는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명확한 답은 찾지 못했다. 샤머니즘의 기원설은 주로 '샴', '사먼', '사만' 등으로 불리는 어원에서 찾는 어원설이 가장 유력하다. 원래 퉁구스나 만주어의 '흥분하는 사람, 춤추는 사람'을 의미하는 shaman이란 단어가 영어권을 통해 세계로 알려진 것으로 본다. 한국에서는 일제 강점기 시절 작가 최남선이 샤먼의 중국어 표기를 차용해서 '薩滿(살만)'을 소개한 이래 '살만', '샤만', '샤마니즘'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다. 

샤머니즘이라는 용어 자체에서 샤머니즘의 퉁구스 기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국내 학계에서는 무당이라는 명칭이 우랄 알타이계의 utang계에서 기원한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 오키나와의 무당인 '유다'도 북방 우랄 알타이 계통의 utang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utang의 'u'가 한자어의 巫(mu:중국어 발음은 wu)로 변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즉 한국의 무당과 일본의 무녀인 '이다꼬'는 퉁구스어의 샤먼과 그 어원을 같이한 명칭이라는 것이다. 

북방기원설이 대세지만 남방 기원설도 

한국 샤머니즘의 기원은 다양한 학설이 있으나 국내 또는 일본 학자들에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북방 기원설이다. 만주와 한국의 무속이 원래는 북방 샤머니즘에서 전래됐다는 것이다. 원시적 북방 민족이 한반도로 이주할 때 그 민족의 원시 샤머니즘을 전하고 후에 불교와 도교의 영향을 받아 한국의 무속이 풍부하게 발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종교학의 거장인 엘리아드는 한국 샤머니즘의 기원을 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국 샤머니즘에는 남방적 요소가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한국 무당들이 대개 여성이라는 점은 시베리아 유목민 사회의 무당이 보통 남자 중심이라는 점과 비교된다. 따라서 엘리아드는 한국의 샤머니즘이 북방 샤머니즘의 변형이거나 남방의 영향일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엘리아드의 이런 입장은 북방의 영향을 강하게 믿는 한국에서는 일반적이지 않다. 

라마교로 대체된 중국의 샤머니즘

샤머니즘은 한국적 문화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와 달리 중국에서 무속 행위가 한국만큼 보편적이지 않은 데 이유가 뭘까? 원래 몽고의 고대 종교는 샤머니즘이 지배적이었다. 13세기 몽고가 통일 국가를 형성했을 때 샤머니즘은 국가 종교화로 번영했다. 칭기즈칸이 44세에 황제에 오를 때 점쟁이의 신탁을 받아서 등극했다고 한다. 당시 그 점쟁이가 혼수 상태를 수반했다는 것으로 봐서 무당이었을 것으로 본다. 샤먼 무당들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면서 칭기즈칸이 그것을 다소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몽고가 티베트를 침략해서 라마교를 받아들이면서 칭기즈칸은 은근히 샤먼을 라마교로 대체한다. 징기스칸은 샤먼의 영향력을 죽이려고 일부러 티베트를 침공했다는 설도 있다. 결국 라마를 국사로 삼고, 라마가 정교의 대권을 쥐고 샤먼들이 차지하고 있던 권력을 대체하면서 샤머니즘은 쇠퇴하게 된다. 이것이 중국에서 샤머니즘의 영향력이 줄어든 게 된 배경이다. 

재밌는 건 한국의 샤머니즘이 몽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내몽고 자치구 호하호트시의 내몽고박물관에는 샤먼이 무속 행위를 할 때 사용하는 도구인 동경이 전시돼 있다. 근데 이것이 서울 지역 무당들의 신당에 걸려있는 동경과 모양이 같다. 모양이나 기능면에서 거의 비슷하다. 뒷면에는 7개의 문양이 양각되어 있고 가운데는 둥글게 볼록 나오고 끈을 넣을 수 있는 구멍이 있는 것도 동일하다. 다만 이 동경은 지방보다는 서울 지역에서만 보인다. 몽고의 영향이 서울까지 왔다가 멈춘 것인지 모르지만 흥미 있는 모습인 것 같다. 

한국인의 샤머니즘 선호를 취하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과 비교하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인은 음주를 좋아하고 취하는 것을 좋아한다. 취하면 일상적인 차원을 벗어나 몽롱한 상태나 신비한 상태에서 빠진다. 이때는 인간관계의 긴장도 사라진다. 이를 샤머니즘의 트랜스 상태(무속행위를 할 때 나오는 액스터시 상태)와 유사한 상태로 보는 학술적인 견해도 있다. 한국인은 엑스터시 상태(음주)를 좋아해서 샤머니즘을 유독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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