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빈곤은 사회적 박탈감으로 이어져..극단적 선택의 주요 동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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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뉴스=김재용 기자 )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단체와 종교단체가 2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송파 세 모녀 10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2014년 2월 26일 서울 송파구 단독주택 지하층에 거주하던 세 모녀가 빈곤으로 인한 생활고를 겪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마저도 거부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국내 빈곤층 복지에 큰 경종을 울렸다. 

추모식은 '기초생활보장법 바로세우기 공동행동',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2대 적폐 폐지' 등 시민단체 주최로 열렸다. 추모식 이후 좌담회를 열고 송파 세 모녀법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등을 토론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사회보장급여법 등이 만들어졌지만 토론회에서는 '빈곤의 죽음'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질병, 과도한 부채 등의 이유로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대한 복지가 촘촘하지 못하다는 진단이다. 2022년에는 수원에서 세 모녀가, 11월에는 신촌에서 모녀가 숨졌다. 이들 모두 공과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장기체납하며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 선택의 동기는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

우리나라의 자살통계에서 가정 문제, 경제문제, 남녀문제, 육체적 질병 문제, 정신적 문제, 학대 및 폭력 문제가 동기로 나타나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통계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정신적 문제이고, 다음이 경제문제, 육체적 질병 문제 순이다. 하지만 정신적 문제나 육체적 질병은 소득이나 상대적 빈곤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경제적 빈곤의 문제가 자살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 연구자들의 관점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양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90년대 IMF 등 외환위기나 카드대란과 같은 경제난 때 높은 자살률 상승을 보였다는 점으로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경제적 빈곤은 사회적 박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의 주요 동기가 된다. 사회학 용어사전에 의하면 박탈은 적정한 삶을 위해 필수적인 어떤 조건이나 물질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최명민 교수의 연구논문 '도시 빈곤층 자살경로 탐색'에 따르면 박탈감과 자살의 연관성은 밀접하게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스웨덴에서는 장기 추적 조사를 통해 경제적 박탈과 자살의 관련성이 보고되고 있으며, 뉴질랜드에서도 사회경제적 변화가 급격했던 1980년~90년대 경제적 불평등이 증가하면서 남성의 자살률이 급증했는데 주로 박탈 지역과 계층의 자살이 주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도 사회경제적 불이익은 자살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며 사회적 박탈지역 거주는 남녀 모두에게 자살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도 비슷한 연구가 보고됐다. 자살은 경제 상황과 연관성이 높으며 사회양극화나 실업률 등 사회적 박탈에서 초래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2015년 서울시가 행정동 단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서울시 내에서 기초수급자가 많은 지역일수록 자살 고위험지역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내 기초생활수급자의 비율이 감소할수록 자살률이 낮아지며 재정자립도가 증가하는 지역일수록 자살률이 감소한다는 조사도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복지 정책은 경제적 박탈감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빈곤층이 소외감 갖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지원 필요

이에 따라 최명민 교수는 빈곤층 자살예방 정책을 크게 다섯가지로 제안한다. 첫째로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아동복지의 강화다. 빈곤층의 자살이라고 하면 노인 등을 연상하기 쉽지만 사회적으로 성장기의 아동청소년들이 경험하는 빈곤과 그로 인한 사회적 폭력, 차별 등의 경험은 향후 어른이 된 후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자살예방 차원에서 아동복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둘째로 빈곤층 아동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 도시 빈곤층 자녀들은 생애 초반의 부정적 경험을 통해 낮은 자존감, 극단적 태도와 우울감 등으로 중독 성향이 고착화되면 학습적 무기력 상태에 빠진다. 따라서 적절한 트라우마 치료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 역할을 맡고 있는 현재 학교사회복지관 상담기관, 지역아동센터 등은 아동청소년의 회복단력성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집중적인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세 번째로, 복지 서비스 연계는 빈곤층 자살위기자에게는 거의 유일한 희망일 수 있다. 따라서 복지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네 번째로 빈곤층의 현실 조건들을 개선하기 위한 포괄적인 노력도 있어야 한다. 즉 당장 돈 몇 푼을 지원해주기보다 빈곤 그 자체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핀란드에서는 자살예방 지침 중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청장년층의 소외를 예방하고 삶의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핀란드는 의미 있는 자살예방 효과를 거두었다. 

다섯째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박탈을 초래하는 사회적 양극화 현상을 줄이고 빈곤을 대물림하지 않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재검토해야 한다. 현재 우리사회는 '만인의 만인을 위한 투쟁'이라고 할 만큼 타인에 대한 이기성과 냉정함이 심하다. 돈만 추구하는 경쟁사회에서 인간과 생명 중심의 유대와 상생 지향의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이것이 자살예방의 거시적 정책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분과별로 과도하게 전문화되어 있는 것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사회복지서비스 정책을 도모해야 한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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