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구독 D+617

(팝콘뉴스=강나은 기자 )오래전부터 아침 풍경에 자리한 소품 중 하나는 신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신문이 아침 풍경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죠? 수첩이, 라디오가, 컴퓨터가 그렇듯 신문도 스마트폰 속 하나의 창이 되어 수시로 껐다 켤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다시금 아침 풍경에 신문을 두고, 새 소식과 함께 아침 일상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갓생(God生)을 산다는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적인 일상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마음먹었던 일상이 있나요? 걍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갓생을 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살펴보며, 실패와 성공의 이유를 짚어봅니다. 그러면 내일은 조금 더 갓생에 가까워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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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팝콘뉴스

실패기1. 입시를 위한 도구로서의 신문

고등학교 때의 이야기입니다. 한 학원 선생님께서 국어 비문학 문제집 한 권보다 매일 읽는 아침 신문이 비문학 점수를 높여준다고 강조하셨어요. 그 말에 넘어간 저는 수능 언어 점수를 높이기 위해 신문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우연히 지인을 통해 지역 언론사에서 나오는 신문을 매일 받아볼 수 있었죠. 

그런데 생각보다 신문을 읽는 것이 고역이었습니다. 시사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고등학생에게 신문이 얼마나 재미없겠어요. 흥미롭지도 않은 데다가 모르는 용어도 적지 않았으니 점점 신문을 대충 읽고, 심지어 10분 만에 의미 없이 헤드라인과 중간 제목만 읽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신문을 읽느니 비문학 문제를 푸는 것이 낫다고까지 느껴졌어요. 그런데 저와 같은 의도로 친구가 읽었던 주요 신문사 신문을 보고는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흥미로워할 법한, 시사 기사 외에 재밌는 내용이 더 많아 보였으니까요.

그렇게 신문 구독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이때부터는 철저히 제 흥미에 맞춰 신문을 읽어나갔죠. 그러자 아주 좁았던 관심사가 점차 넓어졌고 신문을 읽는 즐거움은 커졌습니다.

실패기2. 편향된 정보에 대신 의심

고등학교 때부터 읽기 시작한 신문은 성인이 되어서도 기본적인 습관으로 쭉 이어졌습니다.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만큼 양질의 정보를 두루 구할 수 있는 정보통이 많지 않았으니, 신문은 만족스러웠는데요. 특히 TV나 영화를 그리 자주 보지 않는 저에게는 다른 이들과 대화를 이어 나갈 공통 관심사를 늘리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신문과의 권태기가 온 사건이 발생합니다.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건 하나가 발생했을 때였는데요. 이전부터 언론사가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기사가 며칠째 같은 내용을 다루는 데다가 다른 한쪽의 의견을 실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이를 비난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신문 대신 책을 보면서 균형적인 시각을 찾고 싶다고 생각되는 동시에 오래 봤으니 한 번쯤은 끊어도 되겠다 싶었죠. 그렇게 신문 구독을 멈췄고요. 그러자 1년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성공기. 매일 똑같이, 같은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는 압박을 버리고

문제는 신문을 안 읽는다고 해서 그 시간에 꼬박꼬박 책을 읽는 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책은 시의적절한 정보를 주지는 않았죠. 점차 요즘 일어난 일들에 대해 어리둥절한 자세를 취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 뉴스를 안 읽는 건 아니었는데요. 인터넷 뉴스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 집중력이 신문을 읽을 때보다 인터넷 신문을 읽을 때 확연히 낮아지기도 했고, 인터넷 뉴스는 '큐레이션'의 기능이 조금 애매했습니다. 신문은 전문가가 골라놓은 큐레이션이었다면, 인터넷 뉴스는 제가 직접 기사를 고르는 역할을 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고르자니 아주 좁은 범위의 기사만 클릭하고, 자극적인 기사에만 눈이 가더군요. 

그래서 다시 신문을 구독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기준을 스스로 정했습니다. 큰 사건으로 인해 비슷한 내용이 신문에 반복되어 나올 때는 적당히 새로운 내용만 발췌해서 읽을 것, 편향된 주제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통해 다른 언론사의 기준을 살펴볼 것. 이 두 가지였습니다. 

그러자 다시 신문은 제 역할을 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신문을 가지고 나오지 못해 못 읽는 날도 있었고, 읽기 싫어서 펼쳐보지도 않은 채로 폐종이함으로 들어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신문이 없는 일상을 꿈꾸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저에게 뉴스는 신문으로 보는 것이 제맛이라는 확신이 있으니까요.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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