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공인중개사사무소 박정남 대표

▲ KB공인중개사사무소 박정남 대표(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이준호 기자)* 굿업! 평생현역 코너는 인생의 후반전에서 새로운 일터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중장년을 만나러 갑니다. 굿업은 정말 대단하다는 Good Up과 좋은 직업(業)을 뜻합니다.

많은 은퇴자들이 희망하는 제2 직업은 무엇일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선호하는 직업도 많이 달라져서 최근에는 유튜버나 드론 조종사 같은 직업도 꼽힌다지만, 예전부터 대표적인 중장년 직업으로 꼽히는 직종이 있다. 바로 공인중개사가 그것이다. 실제로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2020년도 공인중개사 합격자 분포를 살펴보면 2차 합격자 기준으로 40대가 32.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50대(25.6%)와 30대(24.8%)가 뒤를 이었다. 60대 합격자도 5.6%나 됐고, 18명의 70대도 당당히 자격증을 거머쥐었다.

그렇다면 은퇴 후 두 번째 직업으로 '공인중개사'를 선택한 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해 KB공인중개사사무소를 개업한 박정남(57) 대표는 "문턱이 높아진 시험만 넘어설 수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분야"라고 힘줘 이야기한다.

박 대표는 퇴직 전까지 보험사에서 일했던 금융인 출신. 그는 "90년대 초 경기가 좋았던 시절 여러 대기업의 합격증을 받아놓고 대우가 가장 좋았던 럭키화재해상보험을 골랐던 것이 보험업계에 몸담게 된 계기"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동료 집들이 선물에서부터 은행 대출한도까지 모든 것이 여유로웠던 시절이 지나고 그 역시 IMF 풍파를 온몸으로 맞았다.

"IMF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죠. 많은 선배가 회사를 떠나고, 직장인들의 의식이나 생활이 송두리째 바뀌었어요. 당시엔 본사를 떠나 영업점에 있을 때라 고충은 더 심했어요. 달성해야 하는 실적은 매일매일 저를 압박했죠. 젊었던 30대 시절이었으니 정신없이 일만 하며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들보다는 오래 버텼지만 저 역시 번아웃 증후군이 와서 본사로 돌아가 회사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 사무소 인근 재개발 지역 현황을 고객에게 설명 중인 박정남 대표(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박 대표는 예전의 IMF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 등은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위기에 대한 불안감과 혹시 있을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조바심을 새겼다고 평가했다. 한국인이 유독 부동산에 강한 집착을 하는 이유 중에는 이런 위기를 통해 체득된 것도 있을 거라고 설명했다.

"저 역시도 부동산에 관심이 생겨 재개발 주택에 투자했죠. 결과적으로 제가 공인중개사가 된 단초가 됐어요. 2~3년 내에 개발이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도 삽도 뜨지 못한 상태거든요(웃음).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공부를 해 봐야겠다 싶어 공인중개사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또 자격증을 따 놓으면 노후에 도움 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도 있었고요. 이렇게 본격적인 공인중개사가 되리라는 생각까지는 못했죠."

물론 시험은 쉽지 않았다. 그가 2차 시험을 통과했던 2018년도 자격시험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했던 시험이었다. 시작할 때는 무척 호기로웠지만, 공부는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1차와 2차를 2년에 나눠서 공략하는 계획을 세워 접근했다고.

"당시엔 회사원이었으니까 저녁에 한두 시간 공부하고 주말에는 아침부터 종일 매달렸어요. 나이 때문인지 눈도 아프고 집중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아내가 응원해주는 덕분에 더욱더 용기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합격 후에는 회사의 정년퇴직 예정자를 위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정비사업전문관리사도 취득했죠. 재건축, 재개발에 특화된 교육과정이라 우리 집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다른 이들이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어떤 것을 유의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여전히 개발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신세이지만, 궁금증은 해소할 수 있었죠(웃음)."

2019년 정년이 다가오면서 회사는 두 가지 선택지를 그에게 제시했다. 퇴직할지, 임금피크제로 얇아진 월급봉투를 받아 들고 정년을 몇 년 연장할지의 문제였다. 그는 퇴직을 선택했다. 연장 과정에서 자존감이 무너지는 경험은 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공인중개사 자격증의 존재는 그에게 큰 힘이 됐다.

"그래도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차려야겠다는 목표가 생기니까 퇴직으로 인한 상실감을 줄일 수 있더라고요. 동료 중에서는 퇴직 후유증을 심하게 겪는 친구들도 적지 않거든요.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요. 전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막연했던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충격을 줄일 수 있었죠."

▲ KB공인중개사사무소 박정남 대표(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물론 창업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벽에 붙일 자격증 한 장이 연착륙을 보장해주진 않았다. 실무 경험이 없던 그는 '무보수'를 자청하며 일할 기회를 달라고 여러 공인중개사사무소를 노크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거절뿐이었다. 문의 전화를 받는 것에서부터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깨우쳐야 했다.

"나이 많은 사람은 받아주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지금쯤 되니 오히려 직접 공부하고, 찾아보고, 확인해가면서 일을 깨우치길 잘한 것 같아요. 어깨너머 배우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일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는 지금도 그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은퇴 예정자에게 "빨리 움직이라" 조언한다. 은퇴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시점을 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이야기다.

"제2 인생은 누가 공짜로 주지 않아요. 결국, 준비하지 않으면 안 돼요. 계획 없이 퇴직하면 나와서 겁내고 퇴직금만 끌어안고 있거나, 심리적 여유가 없어 일을 그르치기 쉬워요. 나이 먹으면 도전정신도 줄어들어요. 적어도 퇴직 3년 전부터는 제대로 계획을 세워서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일하면서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드니까요."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공인중개사 분야는 중장년이 도전할 만한 분야라고 추천했다.

"공인중개사라고 하면 막연히 집 근처의 공인중개사 사무소만 생각하지만, 부동산 분야는 국내에서 가장 큰 자산 시장이에요. 접근할 수 있는 분야도 잘 들여다보면 매우 다양하죠. 공부하면서 찾아보면 좋은 기회가 생길 겁니다. 또 큰돈을 만지지 않더라도 매일 출근할 수 있는 사무실과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년에게 잘 어울리는 직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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