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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기다릴 바엔 리모델링"...30년 앞둔 1기 신도시, 정비 바람

대부분 높은 용적률, 수익성 개선 어려워...규제 피해 리모델링 선택

정찬혁 기자 | 기사입력 2021/03/02 [16:21]

"재건축 기다릴 바엔 리모델링"...30년 앞둔 1기 신도시, 정비 바람

대부분 높은 용적률, 수익성 개선 어려워...규제 피해 리모델링 선택

정찬혁 기자 | 입력 : 2021/03/02 [16:21]

▲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뉴시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정찬혁 기자) 정부가 3기 신도시, 2.4 부동산 대책 등 신규 주택 공급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준공 30년을 앞둔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정부의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대할 수 있는 개발 이익은 낮지만 규제도 적은 리모델링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확대되는 가운데 노후 아파트를 정비하지 않으면 3기 신도시, 신규 택지 등으로 이탈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0년 앞둔 1기 신도시, 리모델링으로 노후화·이탈 수요 해결


 

지난 24일 경기도 성남시에 따르면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아파트가 리모델링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승인된 것은 한솔마을5단지가 최초다.

 

한솔마을5단지 리모델링 사업은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이 시공을 맡아 수평 및 별동 증축 방식으로 진행된다.

 

12개 동에서 16개 동으로 늘어나며 가구 수도 기존 1156가구에서 1271가구로 조성된다. 지하 1개 층이던 지하주차장은 지하 3층으로 확대된다.

 

한솔마을5단지 내 A공인중개소 대표는 "여기는 10년 가까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다. 동네 주민들도 이번 사업 승인을 호재로 보면서 반기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이어 A공인중개소 대표는 "호가는 올랐지만 매물이 없다. 리모델링 사업 승인이 나면서 집주인들이 상승을 기대하면서 거래를 보류하고 있다"라며 "5단지에 거래가 잠기자 주변 4단지, 6단지 호가도 동반해서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성남시 분당을 비롯해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은 1기 신도시로 불린다. 1989년 정부는 주택난 해소를 위해 1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고 1992년 대다수 단지가 입주했다.

 

1기 신도시는 약 30년이 지나면서 주거환경, 건물 노후화 등이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신도시의 생활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신축 아파트를 공급하는 인근 단지로 수요가 몰리자 이탈 수요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리모델링이 주목받았다.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에 맞춰 민간 재건축 규제가 강화됐지만, 리모델링은 비교적 규제가 적어 30년이 되지 않은 단지들에도 적합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근거하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주택법에 근거해 관련 규정이 다르다. 

 

재건축은 준공 후 30년 이상, 안전진단 최소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 이상으로 수직증축은 안전진단 B등급 이상, 수평증축은 C등급 이상을 받으면 된다. 

 

전면 철거 후 신축 건물을 올리는 재건축과 달리 부분철거 후 증축하는 방식으로 공사 기간이 짧고, 용적률, 높이 제한 등 건축기준도 완화도 적용받는다. 

 

1기 신도시는 평균 용적률이 200%가량으로 이미 높아서, 재건축으로 진행해도 용적률을 크게 개선하지 못하면 사업성이 떨어진다.

 

2.4 대책으로 나온 공공주도 정비사업 등에 대한 반발도 작용했다. 공공에서 주도하는 경우, 토지 소유권을 공공에 넘기거나 용적률 인센티브 대신 임대 비중을 높이는 등 수익성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솔마을5단지 승인으로 탄력 받은 리모델링


 

한솔마을5단지와 같은 정자동인 느티마을3단지(770가구), 느티마을4단지(1006가구)는 수직증축 방식으로 2차 안전성 검토를 신청했지만, 지난해 12월 부결 통보를 받았다. 

 

인근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564가구)는 수평증축으로 선회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산본은 산본동 우륵아파트(1312가구)가 지난해 9월 산본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1994년 준공된 우륵아파트는 수평·별동 증축 방식으로 1312가구를 1508가구로 늘릴 예정이다. 우륵아파트는 지난 1월 20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 3일 오후 입찰을 마감한다.

 

우륵아파트에 이어 지난해 12월 산본 금정동 율곡주공3단지도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를 공고했다. 율곡주공3단지는 수평·별동 증축을 통해 21개 동, 2042가구에서 21개 동, 2348가구 증축한다.

 

평촌에서는 목련2·3단지가 지난해 8월, 10월 리모델링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목련2·3단지는 당초 수직증축을 추진했으나 승인이 나지 않아 수평·별동 증축으로 변경해 심의를 통과했다.

 

▲ 평촌 초원부영7단지아파트 입찰공고 일부(사진=평촌 초원부영7단지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  © 팝콘뉴스


평촌 초원부영7단지아파트는 지난달 22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행정용역업체)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초원부영7단지 리모델링 사업 추진위는 1분기 내로 정비업체와 설계업체 등을 선정할 계획이다.

 

강성진 초원부영7단지 리모델링 사업 추진위원장은 "재건축은 사업이 진척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리모델링을 추진하게 됐다"라며 "우리 단지의 경우 현재 용적률이 212%인데 재건축을 진행해도 230%다. 분담금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리모델링으로 의견이 모였다"라고 추진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주민 동의는 30% 정도 받았고, 6월 사업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강 추진위원장은 "단지 내 임대인 비율이 50%정도 되는데 이들에게 사업 방향을 잘 전달하려고 한다"라며 "단지 입지가 좋고 규모가 커서 대형 건설사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3군데에서 미팅을 진행했다. 구체적인 청사진을 가져온 곳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도 리모델링 바람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 외면했던 리모델링 사업이 점차 인기를 얻자 대형 건설사도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서울은 물론 1기 신도시 등 경기권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의 전망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20년 17조 2930억 원에서 2025년 23조 3210억 원, 2030년 29조 35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찌감치 리모델링 사업 전담 부서를 꾸린 포스코건설, 쌍용건설에 이어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주택사업본부 내 리모델링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섰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난 12월 리모델링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서울 및 수도권 리모델링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 잠원한신로얄, 대치1차 현대, 대치2단지, 광장상록타워 등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2일 서울 양천구 목동2차우성아파트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됐다. 2000년 준공한 목동2차우성아파트는 지하3층~지상 15~18층 12개 동 1140가구에서 지하4층~지상27층 12개 동 1311가구로 증축할 계획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리모델링 참여 및 검토 대상 사업장을 기존 한강변, 강남 3구 등 선별적 검토에서 1기 신도시 등 경기도권으로도 확대했다"고 밝혔다.

 


"리모델링, 사업 메리트는 적지만 활성화되면 공급 안정 기여할 것"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의 리모델링 추진 이유로 재건축 규제에 따른 차선책, 새 집에 대한 수요를 꼽았다. 리모델링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활성화된다면 향후 공급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부동산114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1기 신도시 아파트의 경우 이미 용적률이 200% 이상이 많아 재건축을 추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30년이 안 된 시점에 안전진단 통과도 어렵지만, 주차난이나 건물 노화 등을 겪고 있어 틈새시장을 추진하는 상황이다"라며 1기 신도시의 리모델링 추진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실제로 1기 신도시는 대부분 재건축 최소 연한인 30년을 못 채웠다. 30년을 넘어도 진행이 늦은 재건축 사업 특성상 일찌감치 리모델링으로 선회한 경우가 많다.

 

윤 수석연구원은 "실제로 리모델링을 원하는 주민들은 분양을 통한 개발이익보다는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에 대한 효과를 기대한다. 일반분양은 전체 15%밖에 안 된다"라며 "지하주차장이 생기고 면적이 넓어지는 새 집을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현재는 수직증축도 거의 없고 수평증축이 대부분이다. 내력벽 철거 허용 등을 두고 정부에서 심의 중이다. 내력벽 철거 허용이 해결되지 않으면 다양한 평형이 나올 수 없다"라며 리모델링 관련 규제를 지적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리모델링 사업의 성공사례가 2~3곳 나온다면 1기 신도시 이탈 수요를 막는 데 원활해질 것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우상향이라서 향후 결과가 나쁘지 않으리라고 본다.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완공되면 성공사례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단순하게 봤을 때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장점이 없다. 아무리 깔끔해도 새로 짓는 게 낫다. 공사비용도 지하를 파기 때문에 큰 메리트가 없다"라며 "그런데도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건 재건축은 규제가 심해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책임연구원은 "아직 리모델링은 내력벽 철거 등이 안정성 문제로 허가되지 않아서 한계가 있다.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성공할지는 향후 사례를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모델링 사업에 좋은 사례가 나와서 옆 단지에서도 추진한다면 활성화될 것이다. 현재로는 이전보다 획기적인 장점이 있어서 추진한다기보다는 재건축 규제를 피한 차선책의 성격이 강해서 무조건 잘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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