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화 과제 안은 '쏘카', 모기업 발 투자 앞둔 '그린카'

▲ 국내 차량 공유 업계가 흑자전환 및 투자유치 시도를 잇닿고 있다. 사진은 쏘카의 중고차 판매 서비스 캐스팅(사진=쏘카)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20대 직장인 A씨는 몇년 전까지 차량 공유 서비스의 열혈 고객이었다.

근처에서 빠르고 쉽게 대여 차량을 섭외할 수 있고, 서비스의 이용 시간도 30분 단위, 1시간 단위로 탄력적이라는 점이 매력이었다. A씨는 한꺼번에 장을 보거나 급히 동행을 태워야 할 때 왕왕 공유 차량 앱을 찾았다.

하지만 A씨의 차량 대여 생활은 1년여 만에 끝이 났다. 자차를 구매하면서부터다.

A씨는 "애초 차량 유지비에 대한 부담으로 선택한 '차선'이었다. 자차가 생긴 이상, 다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1년 '그린카', 2012년 '쏘카' 등 차량 공유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국내등장하면서 차량 '소유'에서 '공유'로 수요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명제는 한동안 자동차 업계에서 중론 자리를 차지했다. 동시에 '공유 경제'는 자동차 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일면서, 공유차 업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공유 서비스의 주 타깃층인 '밀레니얼' 중심의 신차 구매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공유에서 소유로 다시 수요가 옮겨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공유를 소유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당초의 시선도 드러나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 10년간 차량 공유 스타트업이 '투자'를 중심으로 몸집은 늘렸으나 마땅한 '수익구조'는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도 일각에서 부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안 될 것 같은 사업'을 안고 가려는 기업은 없지 않겠나. 기업들이 아직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최종 목적지(수익모델)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모기업에) 최종 수익모델이 완성되면 수익이 날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는 상황으로 안다"며 업계 내부에서 '적자 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이렇다 보니 국내 차량 공유 스타트업들은수익 모델이 이미 마련된 자동차 시장으로 기존 확보 고객을 이전하거나 '퍼스트 카'가 아닌 '세컨 카'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등 시장 한계 극복과 수익성 강화를 위해 제가끔 노력에 나서고 있다.


'유니콘' 올라선 쏘카... 중고차 시장, 구독모델 등으로 흑자전환 박차


쏘카는 지난해 10월 약 6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국내 모빌리티 처음으로 '유니콘' 기업으로 올라섰다. 2022년을 목표로 한 상장도 순항 중이다.

다만, 업계는 상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흑자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고 있다. 2019년 기준 쏘카의 순손실은 전년 동기 두 배 증가한 약 809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61% 증가했는데, 유효한 수익 모델의 미비로 그간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았던 셈이다.

이같은 매출과 수익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쏘카는 중고차 판매, 구독 모델 개발, 고객 간 공유 시장 개발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쏘카는 지난해 10월 보유 차량 일부를 자체 판매하는 중고차 판매 서비스 '캐스팅'을 론칭했다.

자리는 기존 쏘카 앱 내 별도 메뉴로 잡았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있는 고객을 신 사업으로 포섭하면서, 쏘카를 통해 차량을 '경험'해보고 자차 구매를 희망하는 고객을 통한 수익창출에도 나선다는 목표다.

캐스팅에 입점한 차량은 현재까지 투싼, 스포티지, 아반떼, 카니발, 레이, 모닝, 코나 등 SUV부터 세단을 아우르는7종이다. 캐스팅은 2월 내 그랜저, 쏘나타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지역도 기존 수도권 한정에서 이달 내 대전, 세종, 청주, 원주, 천안 등으로 확대한다.

단기 렌트에서 쌓은 브랜드 신뢰를 이용한 '구독' 서비스 역시 확장하고 있다.

구독 모델 '쏘카패스'는 이용자가 일정 구독료를 내면 차종과 횟수 제한 없이 쏘카를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지난해 9월 기준 누적 가입자 30만 명을 확보했다.

한 대의 차량을 월 단위 장기 대여하는 모델인 '쏘카 플랜' 역시 도입 차량 종을 늘려가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현대 올뉴아반떼 '신차'를 도입하며, 추가 고객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차량 대여를 차량 소유의 중간 과정으로 선택하는 고객층을 장기 고객으로 붙들기 위해 '세컨카' 수요 확보에도 나선다.

'쏘카 페어링'은 자차를 구매하되, 사용하지 않은 시간에는 다른 운전자에게 공유하고 싶어하는 고객을 포섭하는 서비스다.

쏘카에서 제공하는 차량 중 한 대를 일정 금액으로 인수한 후, 해당 차량을 별도의 앱을 통해 다른 운전자에 일정 기간 유료 대여해주는 것이 골자다.


'그린' 이미지 획득 주목하는 '그린카'


그린카는 쏘카보다 고객 수와 매출 면에서 다소 부족한 2위 자리를 지속 지키고 있지만, 수익구조 개선에 있어, 쏘카보다는 덜 절박하다.

비록 매출과 큰 폭의 차이를 보이는 수준이지만, 순수익에서는 지속 흑자를 기록해 왔고, 투자처가 따로 있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롯데그룹의 자회사기 때문에 몸집 키우기와 수익모델 강화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반드시 해야하는 상황에 몰려있지는 않은 까닭이다.

이에 따라, 그린카는 아직까지 고객 확보와 브랜드 가치 제고에 좀더 힘쓰는 모양새다.

특히, '공유'와 함께 '친환경' 수사를 거머쥐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2018년 전후 친환경 차를 공격적으로 도입해 온 그린카는 2020년 기준,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25%를 친환경 차로 채웠다. 티머니를 이용해 대중교통(버스, 지하철) 이용 후 30분 이내 그린카를 이용하면 그린카 포인트 적립을 통해 '환승'도 제공한다.

또한, 지자체와 손을 잡고 '나눔카' 사업을 진행, 취약계층을 지원에도 나섰다. 장애인 및 그 가족, 저소득층, 임대아파트 거주자 등에 할인쿠폰이나 무료쿠폰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약한 수익성이 언제고 사업을 찌르는 칼이 될 수 있는 만큼, 수익성 제고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특히, 최근 모기업인 롯데그룹이 쏘카의 유니콘 등극 직후, 그린카의 투자 유치와 지분 매각에 본격 나서고 있어, 그린카 대상 수익성 강화에 대한 직접적 압박 또한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롯데그룹이 그린카의 직접적 모기업인 롯데렌탈의 경쟁력 제고의 수단으로 그린카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일각 "본격 시작은 3년 전부터... 아직 적자 성장 OK"


다만, 아직 '적자 성장 장기화' 문제를 꺼내들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공유 업체가 '등장'한 것으로 따지면 10년 차지만, 사실상 시장이 본격적으로 '출발'한 것은 쏘카에 이재웅 대표가 취임한 2018년부터다.

모빌리티 산업이 기존에 없던 사업인 만큼, 초기 인프라를 갖추는 데 들여야 하는 시간과 비중이 기존 사업 대비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적자 성장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는 '구조' 자체이기도 해, 적자성장을 꼽아 문제 삼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쿠팡은 적자 성장을 거듭하면서도 투자를 끊임없이 유치하고 있고,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한 카카오 조차 업력 초기에는 수익모델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김현명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시장의 성장규모를 어디까지로 보고 있느냐에 상황 분석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보다 몸집을 더 키워야 (최종적인 수익 모델을 찾았을 때) 이익이 폭발할 것'이라고 보는 측은 장기적 관점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늘려가야 한다고 주장하겠지만, 한켠에는 실익을 찾기 위해 현 사업에 집중하자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유 서비스가 차세대 모빌리티 주요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기존 공유, 렌탈 서비스 사업자뿐 아니라, 완성차 등 모빌리티 사업자도 차량 대여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기존 렌터카, 차량 공유 기업과 손을 잡기도 하지만, 자체 사업에 나서는 모습도 관측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부터 LA에서 자유반납 방식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정식 운영하고 있다.현대차의 공유 모빌리티 현지 법인 '모션랩'이 해당 사업을 총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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