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제조는 미지수 하지만 역량은 충분...장기적으로는 가능성 열려 있어

▲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이 지난 7일(미국 현지시간) 미래차 내부 콘셉트인 '2021 디지털 콕핏'을 공개했다(사진=삼성전자 뉴스룸)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애플과 바이두 등 글로벌 IT 기업의 전기차 시장 진출 소문이 피어오르면서, LG, 삼성 등 국내 전자 중심의 그룹사가 향후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자동차 핵심 역량이 제조사에 있었던 것과 달리, 미래자동차 핵심 역량은 차량 전자 제어 기술을 보유한 부품사로 이동할 것이 전망되는 데 따라, 이같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자동차 관련 사업부를 확장하거나 분사하는 등 양사의 시도가 단순히 자동차 전장 사업 주도권 잡기를 넘어서 '완성차' 카드를 두고 고민하는 까닭이 아니냐는 의문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전장' 주목하는 삼성과 LG


전기차 등 미래차의 핵심 역량은 연결(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ing), 전동화(Electrification) 네 개 키워드로 대응된다.

이중 LG와 삼성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전동화'다.

기존 내연기관차가 연료를 에너지로 전환했다면, 전기차는 전기를 차량 구동 에너지로 공급한다. 이전에 연료를 통해 가동됐던 차량 에어컨, 인포테인먼트 등이 전기차에서는 전기를 통해 가동되는 것이다.

이처럼 차량 구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연료에서 얻는 시스템을 전기에서 얻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작업 전반을 '전동화'라고 한다.

LG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사 설립 계획을 밝혔다. LG전자 VS 본부 내 전기 파워트레인 등을 담당하던 그린사업 일부을 물적분할하고 이를 마그나인터내셔널과의 합작사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으로 흡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LG전자가 전동화의 핵심 부품으로 언급되는 '전기파워트레인'을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고도화할 수 있게 됐다.

LG유플러스, LG이노텍 등을 통해 자율주행 통신 및 관련 기술 일부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 역시 자회사 하만을 중심으로 전자장비(전장)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만의 경우, 소프트웨어와 연동하는 전장인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나 5G 통신장비 등에 수익 모델이 집중된 회사다.

2017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미국의 전장 업체 하만은 삼성전자가 9조 가까이의 투자를 단행하며 인수한 기업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만 전장사업의 수장을 업계 경력 20년의 '크리스티안 소보트카'로 5년만에 교체하며 본격 전장사업에 뛰어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하만은 이르면 올해부터 자율주행 관련 기술인 V2X(차량 및 사물통신) 및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에 삼성전자와 함께 착수할 예정이다. 업계는 2022년부터 하만의 성장 모멘텀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 기술 역시 전기차에 주요한 역량으로 판단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파워트레인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삼성전자는 2018년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 및 이미지 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오토'를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바 있다.

삼성은 이같은 전장 분야 사업 확대를 통해 자동차 내 커넥티비티 및 자율주행 기술의 확보에 일단 주목한다는 방침이다.


'솔루션' 제공이 되려 '고부가가치'... 진출설에 업계 "굳이?"


LG와 삼성은 커넥티비티, 전동화 기술 뿐 아니라 차량 배터리나 차량 내외장재 사업도 자회사를 통해 함께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완성차를 만들기 위한 '기본 역량'은 모두 갖추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조립' 설비만 갖춰진다면 사실상 어퍼바디(껍데기)를 포함한 완성차를 제작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완성차 시장에 본격 '진출'을 할지는 미지수다.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어, 고객사와 경쟁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에 더해, 완성차 시장 진출이 유효한 수익 모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분위기 역시 시장 내 퍼지고 있는 까닭이다.

최근 완성차 브랜드는 설비에서의 '양적 성장'보다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모빌리티 사업으로 비즈니스 모델 중심을 옮겨가는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미래차에서 '조립'의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GM이 이미 몇 년 전 더이상 '양적성장'은 없다고 못 박았고, 도요타 역시 양적 성장에 주목하다 대규모 리콜 등으로 역풍을 맞은 바 있다. 현재도 세계 자동차 생산 시설의 20%는 유휴설비"라며 "완성차를 아예 버리지는 않겠지만, '모빌리티 솔루션 서비스 프로바이더'로서의 역할에 무게를 더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LG, 삼성 등 완성차 역량을 가진 업체들이 굳이 별도의 조립 설비에 투자를 하기 보다는, 전장 등 소프트웨어와 연동하는 부품 사업에 주목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이 연구위원은 "앞으로 부가가치 발생 모델은 서비스와 모듈 부품 사업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LG, 삼성은 향후 자율차에 들어가는 전장 사업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혹 완성차 사업으로 사업분야 확대를 꾀한다 하더라도, 앞으로 10~20년 후에야 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 학과 교수는 "현재 미래차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갖춘 기업은 (완성차를 포함해) 아직 없다. 무공해차나 자율주행 기술 자체도 역시 아직 완결 상황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완성차-완성차, 완성차-비완성차, 비완성차-비완성차 간 다양한 협력 시도를 통해, 모빌리티 기업들이 서로의 강점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제가끔 역량 성장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라, 당장은 경쟁 구도도 분명하지 않고, 효과적인 사업 모델 확보도 불충분한 '진행형'의 시장이기 때문에, 당장 '적'을 만드는 방식으로 경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 교수는 "지금은 양사가 완성차 등과의 '짝짓기'를 통해 시너지 낼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LG차, 삼성차 등의 등장은) 기술이 여문 10~20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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