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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명동에는 캐럴 대신 바람 소리만... "연말 대목? 당장 오늘이 문제"

"IMF, 신종플루 메르스…다 겪었지만 올해가 가장 힘들어"

편슬기 기자 | 기사입력 2020/11/25 [17:07]

텅 빈 명동에는 캐럴 대신 바람 소리만... "연말 대목? 당장 오늘이 문제"

"IMF, 신종플루 메르스…다 겪었지만 올해가 가장 힘들어"

편슬기 기자 | 입력 : 2020/11/25 [17:07]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크리스마스와 함께 연말이 다가왔음을 알리지만 명동역 6번 출구를 나서 명동 메인 거리로 향하며 지나온 5개 블록엔 화장품 로드숍만 15곳이 문을 닫은 채 폐점, 혹은 영업을 중단했다.

 

유명 메신저의 캐릭터 가게, 갖가지 맛이 나는 아몬드를 판매했던 서너군 데의 가게들과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작은 기념품 가게까지 규모와 업종을 막론하면 폐업이나 영업을 멈춘 가게는 더욱 많다.

 

예전 같았다면 이미 연말 분위기로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룰 명동 거리지만, 코로나19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명동은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커녕 오가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도 끊긴 명동은 가끔 몰아치는 매서운 바람소리만 귓가에 맴돌며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오늘을 보내고 있다.

 

명동 거리의 절반도 안 되는 구역을 둘러봤을 뿐인데도 지난 1년간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방문했던 매장마다 연말 대목을 기대하기는 커녕 당장 오늘 매출을 걱정하며 한숨만 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타격에 폐점 상가 즐비…매출 바닥


 

▲ 25일 오후 1시를 넘은 시각, 명동 거리를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지난 22일(271명)을 제외하고 1주일째 3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정부는 사실상 3차 유행임을 인정하고 24일 0시 자정을 기해 코로나19 거리두기 지침을 2단계로 격상했다.

 

프랜차이즈와 개인 운영 구별 없이 모든 카페가 테이크아웃을 제외하곤 홀 취식이 금지됐고, 일반 음식점도 저녁 9시 이후에는 손님을 받지 않고 배달 혹은 포장만으로 운영되는 현 상황은 명동의 텅 빈 거리 사진 한 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한류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매년 이맘때쯤 외국인 손님과 연말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나온 인파로 북적였던 명동 골목길 곳곳에는 '임대문의' 내지는 '영업중단' 안내문만 붙은 채 어두컴컴하게 문을 닫은 가게들만 줄을 이으며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그나마 거리를 채운 사람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온 직장인이 대부분으로, 폐점한 가게를 사이에 두고 영업 중인 매장들은 한 두 명의 종업원들만 텅 빈 가게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화장품 로드숍 A 브랜드에서 근무하는 점원 'ㄱ' 씨는 "매출이 줄어든 지 벌써 1년 가까이 됐다. 예전엔 하루 매출이 몇 백만 원 이상을 상회했는데 요즘엔 많이 팔아봐야 몇 만 원이 고작이다. 외국인 손님은커녕 한국 손님들도 방문하지 않는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A 브랜드 이외에 다른 로드숍 브랜드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마스크 팩으로 유명한 B 브랜드도 직원 'ㄴ'씨 역시 "올해 설날부터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매출이 몇 퍼센트 줄었다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해외 관광객 의존도가 높았던만큼 다른 상권에 비할 바 없이 타격을 받고 있는 명동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그나마 오던 손님도 발을 끊을 수 있다는 우려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그렇다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위한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마냥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사면초가', '설상가상'의 늪에 빠져 있다. 

 


잎사귀부터 마르는 나무처럼…고사(枯死)하는 명동 상권


 

▲ 임대문의가 내걸린 명동 거리의 빈 가게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그나마 눈에 보이는 메인 거리는 끼니를 해결하려는 이들이 찾아 사정이 좀 나은 편이지만, 곳곳에 있는 좁은 골목길에 자리한 상점은 상황이 심각하다.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기념품을 팔았던 가게와 먹거리를 팔았던 작은 가게들은 줄줄이 셔터를 내리고 있어 해가 중천에 떠 있는 한낮임에도 오히려 문을 연 가게를 세는 게 빠를 정도였다.

 

스마트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념품 직원에게 말을 걸자 "올해 연말 특수는 기대도 않는다. 이미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다고 본다"며 "내년엔 숨구멍이라도 트여야 할 텐데 걱정이 크다. 이대로라면 사장님은 적자에 권리금도 못 받고 가게를 빼야 하고 나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29일에 발표한 '2020년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자료'를 종합하면 2020년 3분기 서울 전체 공실률은 8.9%였는데, 명동은 이보다 3%p 더 높은 12.1%의 공실률을 기록했다. 10곳 중 1곳 넘게 문을 닫았다는 뜻이다. 

 

문제는 명동 공실률이 1분기 10.3%에서 2분기 11% 그리고 3분기 12.1%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명동에서 30년째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다는 'ㄷ'씨는 "명동이 초토화됐다"며 울분을 토했다.

 

'ㄷ'씨는 "IMF부터 신종플루, 메르스 등 온갖 사태를 다 겪어봤지만 올해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상권이 쉽게 회복될 것 같지 않다. 국회에서 탁상공론만 하고 있는 여당과 야당을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진다"고 하루빨리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어제도 가까운 지인이 생활고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문상조차 가지 못하는 심정을 (정부와 정치인들은) 아는가? 야당과 여당은 제발 현장에 나와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가장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라며 쓴소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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