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추석특선 영화

▲ 영화 안시성(왼쪽)과 남한산성. © 팝콘뉴스


(팝콘뉴스=신영호 기자)영화를 보는 재미는 무엇일까.

찰진 연기력의 배우들, 한 수 두 수 앞을 내다보는 감독의 연출력, 탄탄한 줄거리 등의 요소가 영화 보는 재미를 끌어올린다.

누군가는 영화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누구는 현실을 모사(模寫)한 영화 속 현실에 전율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신작이든 구작이든 작품을 시대적 맥락 속에서 읽어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한번 봤던 영화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보면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올해 추석 때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는 여러 장르의 영화가 상영됐다.

‘평화’라는 이름으로 한반도에 부는 훈풍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시기인 만큼 남북관계와 이를 둘러싼 외교전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 24일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는 ‘강철비’가 방영됐다.

북한 쿠데타 발생을 배경으로 북한군 최정예 요원 엄철우(정우성)와 남한의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가 전쟁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상상력이 가미된 만화가 원작이어서 그런지 현 시점에서 보면 현실 가능성은 떨어지지만, 언제든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기에 평화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을 환기시켜주는 의미가 있다.

23일 tvN에서 전파를 탄 남한산성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 현재 한반도 정세에 시사점을 준다.

1636년 병자호란 때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청의 아가리를 피해 남한산성 고립을 선택한 왕과 그 대신들의 모습을 그렸다.

청에 머리를 숙여 순간의 치욕과 나라와 백성의 안전을 맞바꾸자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오랑캐에 무릎을 꿇는 것은 대의에 어긋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의 살얼음판 논쟁이 줄곧 이어진다.

우리 사회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여정의 주체는 누구인가를 두고 시각차가 뚜렷하다.

보수와 진보, 여야 구분 없이 ‘남북한이 주체가 돼 한반도 평화를 이끌고 나가야 한다’ 주장과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는 비핵화는 공염불이고 한반도 평화체제의 키는 미국이 쥐고 있다’는 주장이 맞선다.

이런 모습을 보고있자면 남한산성의 최명길과 김상헌의 사자후가 교차된다.

누적관객수 350만 명을 돌파하며 추석대전 1위를 기록한 영화 ‘안시성’은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고구려인들의 비타협적 결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안시성주 양만춘이 5천 명의고구려 군사를 이끌고 20만 명의 당 대군을 대적해 물리치는 전쟁사가 모티브로, 주체적 역사의식을 가진 관객이라면 대리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정의’는 추석 영화에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다.

올해에도 시대를 초월하는 정의를 그린 영화들이 안방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일천 만 관객에 이어 전국 시청률 11.8%를 기록한 영화 ‘신과함께-죄와벌’은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여러 인간 군상을 그린 작품이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등 7가지 도덕률을 주제로 화재 사고 현장에서 아이를 구하고 숨진 소방관 김자홍의 환생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를 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반응이 ‘죄짓고는 못산다’ ‘차카게 살아야겠다’이다.

‘전생의 업보는 현생에 이어진다’는 불교의 윤회설과 상통한 측면이 있어 이런 반응이 나오는 듯 싶다.

‘미녀와 야수’ ‘타이타닉’ ‘엄마의 공책’ 등 연인과 가족들의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도 안방극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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