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우리 세상, 주체성은 우리가 살아가는 힘

▲영화 포스터. © 팝콘뉴스

(팝콘뉴스=조제호 기자) 사회학자들은 이전 시대의 기계와 산업, 그리고 전쟁에서 나타난 인간의 주체성 상실이라는 근대의 폭력이 21세기에 다시 나타난 이유가 바로 첨단 문명 때문이라고 보았다.

현대의 물질문명은 '대타자'로 작용하여 인간을 오차 없는 디지털의 완벽성으로 코드화시키고 객체가 되도록 만들었다.

매 순간 인간의 정신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여 모든 것을 지배하고 인간을 소거해 온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는 이러한 악영향으로 인해 곳곳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여러 사건들을 마주했다.

우리는 0과 1로 완벽히 환원 불가능한 살아있는 몸의 주체로서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아노미(anomie:어원은 무법, 무질서로 ‘사회적 혼란’을 뜻함) 상태의 시대에서 인간이 자신의 중심을 잡고 단단히 살아야 함을 말해 주는 영화가 있다.

이번에소개할 영화는 바로 ‘그래비티’다.

영화 제목은 지구가 물체를 끌어당기는힘을 뜻하는 ‘중력’이다.

중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상에 발을 내딛고 생활할 수 있으며 무중력 상태일 경우엔 표면의 마찰력을 이용할 수 없어 영원히 떠다녀야 한다.

▲영화 그래비티 中 한 장면 © 팝콘뉴스



이 영화는 우주에 조난돼 무중력 상태에 접어든 한 주인공의 지구 복귀 여정을 그리고 있다.

우주비행사인 라이언 스톤 박사는 지구에서 우연이라는 자연적 흐름의 삶을 버리고 모든 것이 완전히 계산되는과학을 신봉하여 우주에 왔다.

하지만 인류 문명의 절대 표상인 최첨단 우주선은 어떤 계기로 한 순간에 파괴된다.

▲ 영화 그래비티 中 한 장면 © 팝콘뉴스



우주선을 고치기 위해 정비를 하던 그녀의 동료들은 자신들의 죽음을 인식하기도 전에 몸이 기계처럼 해체되어버린다.

그들은 라이언 스톤 박사와 마찬가지로 우주에서 이성(로고스), 절대 진리, 무결의 세계 완성을 갈망했으나 실패했던 것이다.

결국 그녀는 혼자 남겨진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인류가 지구상에 피투적(被投的) 존재로 우연히 출현한 것과 같이 그녀는 진공과 무(無)의 세계에 내던져지게 된다.

▲ 영화 그래비티 中 한 장면 © 팝콘뉴스



망가진 우주선과 지구 사이, 그 망망대해에서 간신히 무중력의 우주 속을 유영하는 주인공은 자궁 속 죽어가는 태아처럼 웅크리기를 반복한다.

그녀에겐 무수한 파편들과 운석 충돌, 그리고 연달아 무너지는 타국의 우주선들이 보인다.

영화 초반에는 박사의 끝없는 환상과 자기 파괴적 양상이 반복된다.

그녀는 과학과 이성, 무의미한 과거, 소통 불가능한 외국 우주선과의 교신에서 자신을 끌어당겨줄 ‘타자’와의 중력을 계속 찾으려고 분투한다.

결국 그녀는 그 중력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내부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녀는 결코 삶의 의지를 놓치지 않고 이성과 문명이라는 ‘대타자’로부터의 거대한 폭력에 맞선다.

그녀가 오직 하나뿐인 고유성을 가진 주체로서 스스로 삶을 긍정하게 된 순간 자기 안에서어떤 힘이 만들어진다.

삶의 의지, 이것은 완벽한 기계처럼 결코 수치화되지 않은 개인의 주체성을 나타낸다.

인간을 억압하는 근대라는 모든 폭력에서 벗어난 이 힘은 확장돼 그녀를 끝없이 끌어당기고 그녀가 지구를 향해 돌아가는 귀로가 되게 한다.

결국 그녀는 지구에 무사히 착륙한다.

영화 후반부는 그녀가 지구로 추락해 바다에 한동안 갇혀 있는 장면이 나온다.

바다에 처음 생명체가 나타나 태어나고 진화하듯 그녀는 온몸으로 이 낯선 흐름을 견디고
간신히 물에서 빠져 나온다.

▲ © 팝콘뉴스



망가진 우주선과 하늘과 바다 사이, 그녀는 자신이 자기 안의 가장 큰 중심에 의해 이끌려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마치 공기 중에 처음 호흡하는 생물처럼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발을 내딛는다.

▲ 영화 그래비티 中 한 장면 © 팝콘뉴스



영화는 그녀가 육지로 첫 직립보행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타자화’되지 않은 고유성을 가진 강렬한 주체성은 자기 안의 중력이 되기에 아름답다.

고도화된 이 시대에 우리는 우리를 끝없이 가두는 수많은 타자들 사이에서 늘 해체되거나 떠돌고 있다.

자신을 단단히 지상에 존립하게 만드는 자기만의 중력을 찾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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