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3만 5000여 명, 시청역에서 종각역까지 5km 행진
청소년·여성노동자·장애인 등 "기후재난, 정부 책임 회피 안 돼" 입 모아

▲ 24일 924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주최 측 추산 3만 5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24일 924기후정의행진이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시청역에서 종강역까지 약 5km 구간에서 진행됐다. 924기후정의행진은 매년 진행돼 오다,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바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탈석탄법 제정 ▲원자력 발전소 신설 반대 ▲'녹색성장', '탄소제로' 아닌 '배출제로' 정책 요구 등 제언과 함께 "기후재난 최일선에 있는 기후위기 당사자와 논의해 환경정책을 내놔야 한다"라는 요구가 나왔다.

환경단체뿐 아니라노동, 농민, 여성, 장애인, 동물권, 종교, 시민단체 400여 곳과 현장에 모인 3만 5000여 명(경찰 추산 1만여 명)의 시민들이 이날 행사에 '당사자'로 모였다. 오후 3시 기준, 시청역 7번 출구에서 시작한 인파는 숭례문 건너 인도까지 이어졌다.

이들은 왜 토요일 오후 한데 모여 '기후재난은 모두의 문제'라고 외쳤을까.

■ "이대로 성장할·키울 수는 없다"

서한영교(39) 씨는 이날 초등생 자녀의 손을 잡고 행진 현장을 찾았다.

서한영교 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미세먼지, 폭염, 한파, 폭우 등 기후이슈를 겪었다. (아이와) 밖으로 제대로 나갈 수 없고, 나갈 때마다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아이에게) 먼저 하게 되는 상황이었다"며 "(돌봄부담 가중은) 개인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아니다. 사회전체 구조가 받침이 돼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인권운동연합 난다 활동가가 들려준 '기후위기 당사자로서의 청소년'은 단순히 '다음 세대'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날 난다 활동가는 '경쟁철폐가 기후위기 해결책'이라고 적힌 종이 피켓을 들었다.

난다 활동가는 "(청소년 활동가들과) 기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청소년의 삶이 '지구'처럼 다뤄진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개발 대상처럼, 성장해야 하는 것처럼 대한다"며 "학교에서 공부해서 더 좋은 대학에 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결국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 삶을 살라는 것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924기후정의행진은 이날 성명문을 통해 '더 빠른 경제성장' 기조가 더 많은 개발로, 더 적은 기업 규제로, 더 많은 배출로 이어졌고, 그동안 환경과 함께 취약계층의 노동, 주거 등 환경이 열악해졌다며 "사회적, 국제적 불평등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온전한 의미에서의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 이날 현장에서 만난 피켓들. '기후재난-사회적 불평등', '헤어질 결심', '과생산 과소비 이제 그만'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 팝콘뉴스


■ "이대로 노동·거주할 수는 없다"

이날 현장에서는 빈곤사회철폐연대, 동자동사랑방 등 주거위기 당사자 및 지원단체의 깃발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기후위기와 주거불평등을 만드는 뿌리는 닮아 있다"고 입 모았다.

발언에 나선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얼마 전 서울시에서 '반지하를 없애고 대규모 주택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도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올해 대비 30%가 삭감됐다"며 "(낮은 규제 상황에서 도시개발이 반복되면) 집을 소유하지 못하거나 비싼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시 밖으로 밀려나는 불평등이 계속된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차별로 열악한 노동, 주거 환경에 노출되는 성소수자, 장애인 당사자 등도 목소리 냈다.

행진 중에 만난 나미푸 게이인권운동 친구사이 활동가는 "재난은 언제나 삶이 취약한 이들이 먼저 맞게 된다"며 "기후위기는 모두의 이슈"라고 말했다.

대구, 경주, 강원 등 지역에서 온 시민들도 피켓을 들었다.

김수현 대구여성노동자회 활동가(26)는 "여성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성평등 노동뿐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어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 메인집회 무대에서 문애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 팝콘뉴스

■"이대로는 살 수 없다"

이날 메인집회 무대에서는 농민 대표(박용준 한살림생산자연합회 회장), 투쟁지역(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등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들은 개인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책임을 질 때 기후정의가 가능하다고 입 모았다.

김지은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새만금 공항을 짓는다는 부지는 수라갯벌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갯벌이다. 이를 (당국이)지역균형발전, 국책사업이라며 파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정부는 국민 개개인에게 (환경보호를) 실천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책임과 과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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