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병 사망 사례 수차례 있음에도 개선 無

▲ 지난 5월 실시된 '신임장교 KCTC 전투훈련'(사진=육군).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폭염 경보 및 주의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들에게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휴식을 권고하면서 정작 군인과 경찰들에겐 폭염 속 훈련을 강행해 비난이 일고 있다.

서울경찰청 101경비단 소속의 충주 중앙경찰학교의 신입 경찰관 교육생 3명이 지난 25일 실시된 야외 훈련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감찰부서 및 경비부서와 공동으로 진상 확인에 나섰다. 경찰청 훈련 지침 등 규정 위반이 확인되면 정식 감찰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으로 옮겨진 경찰관 교육생 중 2명은 차례로 의식을 되찾았으나 1명은 아직도 의식불명인 상태로 알려졌다.


폭염 속 훈련 강행, 이번이 처음 아냐


육군에서는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1일 강원도 고성군 DMZ 지역에서 수색 작전 도중 쓰러져 사망한 심 모 상병의 사인은 '열사병'이었다. 24일 고인의 어머니가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통해 자세한 사연을 밝히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게시글에는 아이는 방탄조끼를 입고, 방탄모를 쓰고 등에는 군장을, 앞에는 아이스패드가 든 박스를 메고 가파른 산길을 올랐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아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땐 이미 체온이 40도를 넘긴 상황이었다고 서술돼 있었다.

군대 내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7년 7월경 훈련병 박 모 씨가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건, 2008년 7월경 DMZ 수색 작전을 하던 중 열사병으로 사망한 박 모 소령의 사례도 있으며 2017년 7월경 훈련병 김 모 씨 역시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부대관리훈령 제217조에는 혹서기 기온이 29.5도를 초과하면 실외 군사 활동 시간을 줄이거나 군사 활동 자체를 조정하게 돼 있다.

또한 지독한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2018년, 당시 육군은 폭염 재난대책본부를 가동하고 폭염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폭염 빈발 시), 주의(폭염주의보 발령시), 경계(온도 35~39도·온도지수 32~34), 심각(온도 40도 이상·온도지수 35 이상) 등으로 세분화해 대응조치를 마련했다.

아울러 낮 온도가 35도를 넘어설 경우 야외 훈련도 중단토록 했다.

군은 부대관리훈련 현행과 이미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 사례, 폭염으로 인한 훈련 체계 조정을 실시한 이력을 갖고 있음에도 동일한 사망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이다.


열사병에 걸리는 사람 '애초에' 없어야


사람의 신체는 정상체온 36.5도에서 3.5도가량 올라 40도를 넘게 되면 몸 곳곳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체내 단백질과 효소, 세포들이 손상되며 구토나 근육 경련 등이 나타나고 혈뇨나 각혈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각한 경우 뇌손상이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온열손상으로 군 병원을 찾은 장병은 평균 130명가량으로 7월과 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자료를 군 병원에서 해마다 기록하고 있음에도 과연 군이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을지 의문이 든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캠프 권지웅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군은 안전조치를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폭염 경보 때는 야외 훈련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방부에 전달했다.

이어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 3000명의 장병이 참여하는 '과학화 전투훈련(KCTC)'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크다. 열사병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 마련 없이 폭염 속 야외훈련을 강행하려 하는 것 아니냐"며 장병들의 건강을 걱정했다.

육군이 '온열 손상 예방 처치키트', '폭염 응급 처치 키트' 등을 소부대 단위로 구비하고 안전통제팀의 운영을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겠다고 밝혔으나 군인권센터는 이는 적절한 대비책이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장시간 폭염에 노출되면 의식 저하로 인해 본인의 신체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육군이 제시한 대비책은 모두 군 장병 스스로가 자신의 신체 상태를 알리거나, 이미 열사병으로 이상 증상을 보이고 나서야 후속 대처가 가능하다.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은 '사후약방문'과 다름없다.

센터는 "가장 확실한 안전 대책은 애초부터 열사병에 걸리는 사람이 없게끔 만드는 것이다. 훈련 일정 중 폭염경보가 발령됐거나 국방부 스스로 만든 훈련 기준상 야외훈련 조정 및 제한에 해당할 시 반드시 야외 훈련을 중지시키고 병력을 대기시켜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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