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서부터 퍼즐, 앞치마까지 일상생활용 제품 등장

(팝콘뉴스=이준호 기자)* [이준호의 노후낙낙]은 올바른 노후생활을 위한 시니어 문화를 진단합니다. 낙낙은 즐겁다는 樂樂의 의미와 '넉넉하다'는 뜻, 노후를 노크한다는 Knock Knock의 중의적인 표현입니다.

일본은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지만 인구절벽과 고령화에 대해서는 좋은 선배이기도 하다. 이들이 고령 인구 증가로 겪고 있는 사회 문제는 우리에게 좋은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일본이 고령화로 겪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치매'에 관한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일본의 치매 인구는 약 7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인구 5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엄청난 숫자다.

치매에 관한 연구에 있어서도 일본은 선진국으로 손꼽힌다. 치매 진행을 늦추기 위해 현재 사용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나 개발 중인 신약과 관련해서도 에자이 등 일본 제약회사의 이름이 세계적으로 많이 거론되고 있다.

▲ 치매 환자용 퍼즐을 개발한 해피타이고의 임직원. 이 퍼즐은 구성과 디자인이 치매 환자를 위해 고안된 것이 특징이다.(사진=해피타이고) © 팝콘뉴스

AI와 VR 등 첨단기술 치매 진단에 적극 활용


최근 일본에서 치매 치료 신약만큼이나 연구가 집중되고 있는 분야는 치매의 조기발견을 위한 다양한 접근 방법이다. 손쓸 수 없을 만큼 병이 진행되기 전에 찾아내 조기 치료를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선호되는 것 중 하나는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일본의 AI 전문기업 프론테오(Fronteo)는 올 4월 자사가 개발한 자연어 분석 AI 'Concept Encoder'를 통해 치매 진단 지원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의사와 환자 간에 진행되는 신경심리검사 중 오가는 대화를 AI가 듣고 환자의 치매 정도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이들은 "이 기술이 의료 현장에 적용될 수 있으면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도 치매 진단이 가능하도록 도울 수 있고, 원격의료를 통한 환자의 진단 기회 확대에도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상진단 분야에 AI 분석 기술을 적용해 효과적으로 치매를 진단하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도호쿠 대학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코구스마트(CogSmart)와 필립스재팬은 지난 4월 뇌 건강 진단 프로그램 '브레인스위트(BrainSuite)'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AI 이미지 분석 기술을 적용해 환자의 MRI 영상으로 기반으로 대상자의 인지기능이나 뇌 건강 상태를 평가해 치매 위험 정도를 알려주고, 뇌 건강 개선을 위한 조언까지 제공한다.

AI가 적용된 재미있는 치매 연구 결과도 있다. 오카야마대학병원 연구팀은 일본개호미용테라피스트협회와 여성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메이크업 치료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었는데, 화장을 받은 치매 환자의 표정을 AI로 분석했더니 기쁨을 느끼는 정도가 크게 증가했고, 실제로 환자의 행동심리증상(BPSD)이 가시적으로 개선됐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을 연상시키는 외모의 변화만으로 치매 환자의 증상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는 뜻이다.

차세대 분야로 손꼽히는 VR(가상현실) 기술도 치매 진단에 활용된다. 일본 내에 120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 중인 남동북그룹의료법인재단은 이달 하순부터 VR 고글을 이용해 환자의 탐색 기능과 공간 학습 능력을 측정해 치매 정도를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한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환자가 VR을 착용하고 가상현실 속에서 주어진 조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평가해 치매를 진단하는 기술이다. 이들은 이 기술이 적용되면 좀 더 빨리 치매를 진단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니치리우나가세가 치매 환자를 위해 개발한 원예용 토트백. 모종삽이나 분무기 등 원예 활동에 필요한 도구를 쉽게 수납하고, 잃어버리지 않도록 만들어졌다.(사진=니치리우나가세) © 팝콘뉴스

일상생활 속 치매 환자 위한 제품도 등장


치매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의 등장도 눈에 띈다. 치매 환자가 되면 숨기려는 경향이 강한 국내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먼저 해피타이고라는 한 작은 기업은 지난 5월 치매 노인을 위한 퍼즐 제작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금을 모았다. 이 제품은 시장의 관심을 모아 애초 목표의 두 배가 넘는 모금을 이뤄냈다. 이 기업의 대표는 "치매에 걸린 후 TV와 신문도 멀리하며 늘 멍하게 있던 아버지가 퍼즐에는 유독 열중했던 것에 착안해 치매 환자를 위한 퍼즐을 만들었다"며, "기존 퍼즐보다 조각이 커 치매 환자들도 쉽게 맞출 수 있고,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레트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원예농업 전문기업인 니치리우나가세(ニチリウ永瀬)는 지난달 치매 환자를 위한 원예용 앞치마와 토트백을 출시했다. 이 기업은 "치매 환자들이 원예 활동을 통해 햇빛을 받는 시간을 늘리고, 흙과 식물을 만지며 과거의 기억을 연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뇌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소개하며, "이 과정에서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고 쉽게 수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올해 6월 치매 친화도시를 선언한 후쿠오카시가 진행 중인 '오렌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개됐다.

치매에 도움이 되는 커피도 인기다. 일본의 식품회사인 쿠레아루(Crear)는 최근 여름을 맞이해 트리고넬린 함유량을 높인 아이스커피를 시장에 공개했다. 트리고넬린은 많은 식물에 포함된 알칼로이드 성분으로, 뇌의 노화와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트리고넬린은 어패류, 채소 등 약 15종의 식품에서만 검출되는데 커피의 트리고넬린 함량이 약 4~10배 정도로 많다. 이 회사는 커피를 로스팅하는 과정에서 트리고넬린의 소실을 막아 함유량을 더욱 높였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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