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주택을 또 다른 '시설'로 보는 행정의 시선 수정 필요... '국가책임' 명시도

▲ 2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탈시설 로드맵 기자간담회가 온라인 회의 플랫폼을 통해 진행됐다. 사진은 발제 중인 김정하 프리웰 이사장(사진=전장연 유튜브)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중증(장애인)은 탈시설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회서비스가 확실하다면 중증이건 고령이건 상관이 없더라."(김정하 사단법인 프리웰 이사장)

오는 8월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로드맵에 포함돼야 할 사안을 짚어보는 기자간담회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지난 21일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한별 KDF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 김정하 프리웰 이사장,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등이 연사로 참석, 탈시설 관련 주요 쟁점을 짚고 필요 제도를 살펴보는 자리로 진행됐다.


작동하는 지원책 생겨나는 중...우려 크겠지만 살펴보는 것도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시설퇴소는 우리에게 사형선고'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시설폐지 반대 골자의 해당 청원 글은 탈시설 정책이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발달장애인 자녀의 부모라고 밝힌 청원인은 "현재 내 자녀가 시설에서 사는 것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질 좋은 서비스를 받고 살아갈 수 있다면 찬성할 것"이라며, "발달장애인에 대해 국가책임이 확실해진다면 탈시설에 동의할 수 있지만 작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모인 패널들은 이 같은 주장에 일정 동의하면서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지원 사업의 면면을 함께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단법인 프리웰은 지난 3월 운영하던 장애인 거주 시설 중 하나인 '향유의 집'을 폐지했고, 자사가 서울시 지원으로 운영하는 지원주택에 입주민 76명이 이사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현재 1~2인이 거주할 수 있는 독립된 주거공간이면서, 활동 지원 등 필요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지원주택'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100여 곳의 지원주택이 각 자치구에서 운영되고 있다.

특히, 프리웰은 거주 형태만 다른 '또 다른 시설'이 되지 않도록, 당사자에게 필요한 활동 지원 서비스, 낮 시간 이용 서비스, 공공후견 등 신청 계획을 퇴소 전 자체 지원센터를 통해 수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정하 프리웰 이사장은 "과거에 시설 생활을 설명해달라고 하면 설명이 간단했다. 몇십 명의 삶이 하나의 이야기로 설명할 수 있었는데, 지금 지원주택에 있는 분들 삶을 설명하라면 불가능하다"며 "시설에서부터 만나왔던 장애인 분들에게 다양한 기회가 제공됐을 때 그가 사회적으로 성장하고 변화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권리 보장 주체 '국가' 분명히 해야"


다만, 당국이 탈시설을 '거주형태 변화'로만 읽는다면, 실제로 돌봄부담이 가족에게 전가될 위험이 있는 만큼, 로드맵 내 '국가' 책임을 명시해야 한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김정하 프리웰 이사장은 "자기주택, 자기 사회서비스가 되려면, 이 사람을 중심으로 한 권익옹호체계, 공공후견체계 등이 바탕이 돼야 한다. 그런데 (지원주택을 운영하며) 서울시 측에 후견인을 신청했더니 (후견인에 대한 답이 아니라) '너희 지원주택에서 알아서 해라'는 식으로 나오더라. 수급비 관리도 주택이 다 하라는 식"이라며 "이곳을 시설로 보고 '시설처럼 알아서 관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시설화의 우려를 남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역시 지금껏 국가가 행한 장애인 자립 권리 침해에 대한 사과와 함께 국가 책임을 명시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전 정책국장은 "진짜 탈시설과 가짜 탈시설은 권리보장 의무주체를 탈시설 로드맵이 정확히 정하는가의 문제"라며 "명확하게 국가의 책임이라고 고지하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그랬듯 가족, 특히 여성의 책임으로 미뤄질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는 제 19조를 통해 장애인은 누구와 함께 살지, 어디서 살지를 결정하고, 이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장애인 당사자의 권리를 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 역시 CRPD에 근거한 일반원칙을 통해 장애인은 탈시설 기회를 차단당하지 않아야 하며, 당국은 슬기로운 탈시설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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