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함께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실천하는 방학을 만들자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연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고 있는 시점에 방학이 시작돼 초중고 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근심과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방역이 뚫린 듯한 소식을 전하는 뉴스와 안전 문자를 받다 보니 요즘 같아선 마음 놓고 학원을 보내기도 겁이 난다. 그렇다고 체험활동이나 나들이, 여행을 다니기에는 더더욱 불안한 상황이다.

원격수업도 없는 방학 동안 온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한 달 남짓한 자녀의 방학을 어떻게 보내게 할지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더군다나 맞벌이하는 가정이라면 아이가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먹는 것에서부터 안전한 생활까지 구체적으로 걱정거리를 나열하지 않더라도 심란하기만 하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집에 IP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캠을 통해 직장이나 밖에서도 아이들의 집에서의 생활 모습을 관찰한다고 한다. 집 안 곳곳을 사각지대 없이 비춰주고, 아이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며, 무엇보다 여러 대의 휴대폰에 연결해 쉽게 볼 수 있어서 직장에 다니는 엄마와 아빠들에게 반가운 기기라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아이들 처지에서는 감시당하는 것 같을 터이고, 부모로서도 직장에서 일하랴, 시시각각 휴대폰을 통해 아이들을 돌보랴 이중고를 감당해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학원이나 유치원 등에 마음 놓고 보낼 수만 있어도 맞벌이 부모들의 근심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텐데 코로나가 이래저래 발목을 잡는다.

코로나 시대, 자녀와 함께 '슬기로운 집콕 생활 속 알찬 방학'을 보내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자녀에게 무턱대고 계획표를 세우라거나, 부모가 생각하는 바를 고집하며 자녀의 시간표를 짜서 일방적으로 따라서 생활하라고 요구한다면 분명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부모의 희망대로 계획이 진행되지 않으면 자녀와 갈등이 생겨 다투거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참느라 가슴앓이를 하며 불편한 채로 지내다 보면 부모도 지치고 아이도 지치는 힘든 방학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자녀의 성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가

- 내성적이고 정적인지 or 외향적이고 역동적인지

- 할일을 줬을 때 끝까지 해내는지 or 조금 하다가 싫증을 내는지

- 집중력이 강하고 끈기가 있는지 or 집중력이 약하고 끈기가 부족한지

- 자리에 오래 앉아있는 편인지 or 오래 앉아있지 못하는 편인지

-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를 지녔는지 or 그렇지 못한 편인지

- 주의가 산만한 편인지 or 주의가 깊고 차분한 편인지

- 과제집착력과 책임감이 있는지 or 그렇지 못한 편인지

물론 이것은 태도적인 성향일 뿐이다. 좀 더 깊게 자녀의 성향을 파악하자면, 자녀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할 때 신나게 하는지, 무엇을 할 때 잘하고 집중력과 끈기를 발휘하는지 등 취향과 관심사, 특기, 적성 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순위일 것이다.

자녀의 성향 파악이 됐다면 그다음은 자녀 성향에 맞게 하고 싶은 일과 시간 계획을 자녀와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정해보자.

세상의 모든 부모가 원하는 자녀의 자기 주도 학습력은 타고나는 것도, 어느 날 저절로 길러지는 것도 아니다. 평소 부모가 자녀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자녀의 생각과 의사를 존중하며 함께 계획을 세운 후 자녀가 이를 실천하도록 하고, 칭찬과 격려를 통해 성취감과 책임감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통해 스스로 하고자 하는 내적 동기를 강화한다. 그런 시간이 모이고 모여 자기 주도적인 학습력을 갖게 될 것이다.

자신에게 꼭 맞는 철저한 시간 관리와 계획법으로 밑바닥에서 시작해 오직 근면과 성실함을 무기로 삶의 모든 영역에서 완벽한 성취를 이뤄내 존경받는 미국의 정치가·외교관·과학자·저술가가 된 벤자민 프랭클린처럼 우리 학생들도 다음처럼 방학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보면 어떨까?

첫째. 취미도 되면서 나에게 도움이 될 분야를 몇 가지 정한다. 운동, 다이어트, 성적이 낮았던 과목의 공부, 영어 단어 외우기, 수학 문제 풀기, 독서, 글쓰기, 평소 하고 싶었던 일 등 나를 성장시키고 나의 재능과 끼를 키울 수 있는 분야를 몇 가지 정한다면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생활 계획표는 일과의 60% 정도만 채울 수 있도록 한다. 나머지 시간은 친구들과 전화나 SNS를 통해 교류하며 또래 문화를 공유하고, 시간을 더 투자해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거나, 인터넷으로 정보 사냥이나 게임을 잠시 즐겨도 좋다. 휴식을 통한 충전의 시간이 있어야 2학기에 또 달릴 수 있음을 기억하자.

셋째. 생활 계획은 간단히 실천 가능한 만큼 짜되, 방학 시작과 동시에 바로 실천하도록 한다. '오늘만 놀고 내일부터 하자' 식으로 하루 이틀 미루다 보면 어느새 방학이 다 지나가 버린다는 것을 명심하자. 아직 계획 수립 전이라면 지금 즉시 계획부터 짜고 바로 실행해 보자.

넷째. 매일매일 할일과 한 일, 계획은 세웠는데 하지 못한 일을 간단하게 기록하며 실천하자. 탁상 달력이 있다면 책상 위에 올려놓고 활용하면 좋다. 달력은 한 달이 한눈에 보이기 때문에 나의 방학 생활을 매일매일 점검하고 체크할 수 있다.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서 사람은 더 큰 지혜와 극복의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저력이 강한 한국인은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코로나 시대, 결코 위축되거나 심란한 마음에만 빠지지 말자. 방학에 들어간 우리 학생들이 슬기로운 집콕 생활 속에서도 알찬 방학을 보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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