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야외 활동 어려워지자 '실내 체험' 대안 마련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어린이에게 바깥세상은 궁금한 것투성이인 흥미로운 세계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어릴 땐 체험학습을 참 많이도 했었다.

학교 급식으로 나왔던 요거트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공장을 방문해 견학하고 나만의 도자기를 만들어보자며 도예 공방을 찾아가 학급 친구들과 함께 고사리손으로 흙을 만졌다.

멀리 나갈 여건이 안 된다면 학교 뒷산이라도 올라 생태 환경 관찰 시간을 가지곤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체험학습, 견학, 소풍 등은 아이들에게 낯선 경험이 아니었다. 코로나로 인해 단체 및 야외 활동이 엄격하게 제한된 지금, 실내에서라도 자녀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 학부모들이 늘어나며 이른바 '체험 키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


체험 학습 대체하는 키트 인기


▲ 국립횡성숲체원에서 진행하는 인테리어 키트(사진=국립횡성숲체원). © 팝콘뉴스

대면 수업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생기는 공백을 체험 키트를 통해 메우고 있다.

현장 체험 학습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수목원이나 박물관, 공기업과 지자체 등에서 관련 키트를 제공 중이다.

서울식물원에서는 가드닝 집콕 체험 키트로 튤립, 레몬그라스, 파리지옥 키우기 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립횡성숲체원에서는 나무와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 키트를 통해 숲과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는 모집 인원이 모두 마감된 상태다.

압화나 원목, 노끈 등을 이용한 모빌과 다육 식물을 이용한 미니 정원 만들기, 식물 디자인 공방과의 연계를 통해 식물과 작은 피규어로 만드는 테라리움(식물 사육장) 키트 등 종류도 다채롭게 진행 중이다.

흙과 식물과 접촉하며 교감하는 시간은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이나 화병과 같은 마음의 병을 완화하는 데도 효과가 좋은 것 같다는 체험자들의 소감도 자주 눈에 띈다.

각 지자체를 대표하는 축제, 예를 들면 보령 머드축제나 무안 황토갯벌축제, 문경 찻사발축제는 코로나로 인해 행사를 개최할 수 없게 되자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겨 동영상과 체험 키트로 비대면 행사 체험을 제공했다.

지난해 실시된 보령 머드축제는 머드파우더와 컬러 머드, 머드 클레이팩으로 구성된 체험 키트를 판매, 집에서 머드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실시된 무안 황토갯벌축제의 경우 황토 양파 천연 염색 키트와 자색 고구마 막걸리 키트, 갯벌 캔들 만들기 키트까지 총 3종류의 키트가 제공됐다.

실내에서 천연 염색을 체험하고 조개와 전복 껍데기, 해마, 문어 등의 해양생물 파츠로 유리병 안을 꾸미고 향초를 만드는 등의 체험은 현장 축제보다는 재미가 덜 하지만 아이와 함께 하루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김해에 위치한 수도 박물관에서는 물을 직접 여과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키트를 제공한다. 조약돌과 모래로 자연 정수기를 만들어 물이 깨끗해지는 단계를 눈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어 아이들의 자연 상태 공부에 도움을 준다.


'키트'로 새로운 판로 확보한 기업들


▲ 크라운해태제과가 판매하는 과자의 집 만들기 키트로 만든 집(사진=크라운해태제과). ©팝콘뉴스

체험 키트는 기존에도 실내 사용을 위한 목적으로 판매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른바 '집콕 키트', '비대면 체험키트'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며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판매처도 다양하다. 원격수업의 전환으로 급식 납품이 줄어들자 다른 판매 활로를 마련한 식재료 업체부터 원데이 클래스 등으로 수입을 얻던 크고 작은 공방들, 학교 교구 납품 업체까지 각양각색이다.

모 버섯 업체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수입이 줄자 집에서 버섯을 키우고 직접 수확해서 먹을 수 있는 표고버섯 키트를 만들어 새로운 제품 판로를 마련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해당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 때문에 행사도 줄고 급식도 줄면서 버섯의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매출 활로 마련을 고민하다 버섯 체험키트를 만들게 됐다. 지난해의 경우 제품이 많이 팔렸는데 올해는 키트 제품을 출시한 업체가 많아지면서 매출이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버섯 외에도 콩나물을 재배하거나 편백 조각을 이용해 편백 베개를 만들 수도 있다. 인삼을 키워 재배까지 할 수 있도록 돕는 인삼 키우기 키트도 눈길을 끈다.

공방의 경우 원데이 클래스에 필요한 용품을 상자에 담아, 온라인 강좌 영상을 통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키트를 판매한다. 가죽 공방은 카드지갑과 키링 등의 가죽 공예품을, 목공방은 원목을 이용한 자동차, 블루투스 스피커, 연필꽂이 등 여러 종류의 체험 키트를 제공한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아이들이 체험하며 자사의 제품을 즐길 수 있는 키즈뮤지엄을 용산에서 운영 중이다. 본래 자사 과자 제품으로 과자의 집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포함됐으나 최근엔 체험용 키트로 제작해 판매 중이다.

크라운해태 홍보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키즈뮤지엄 운영이 중단되면서 키트 제품 구매를 문의하는 전화가 급증했다. 휴교와 온라인 교육 등으로 '집콕놀이'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이 증가하며 지난해 9월부터 온라인 판매를 개시했다"고 전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과자의 집 외에도 비행기, 과자 로븟, 미니 탱크 등 총 12종의 다양한 콘셉트의 체험 키트를 판매 중이며 향후 출시할 신제품에 논의가 현재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학부모들이 자녀의 오감발달과 학습, 집에서 더 많은 체험을 경험시켜주고 싶은 니즈가 커졌다. 이러한 수요와 코로나 상황이 맞물리며 관련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