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자기 생각을 담아내는 활동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시대 변화에 따라 세상의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 어떤 분야는 눈부시게 진보하고, 어떤 분야는 기존의 것이 새로운 버전으로 발전해 재탄생하고, 과거에는 매우 중요하게 여기던 것이 현재는 퇴보해 아예 사라지는 것도 있다. 개념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다. 과거에는 중요하게 강조되던 개념들이 현재에는 버려야 할, 혹은 진부한 개념이 되어 직장 동료나 자녀와의 대화 도중 언급했다가는 자칫 '꼰대'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바뀌어도 우리의 삶과 교육, 직장 등 어디에서나 한결같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있다. 글쓰기가 바로 그것이다.

내가 초·중등 교육을 받던 때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창의력이나 논리력, 사고력, 상상력 등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를 강조했던 기억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이 단어들이 교육과 삶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논리적인 사람', '융합적 사고력을 가진 사람', '창의적인 인재', '상상력이 뛰어난 인재' 이런 키워드를 가진 사람들을 사회와 직장에서 선호하는 시대가 됐고, 학교는 교육 혁신을 통해 이러한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쓰기는 특히 이러한 키워드를 지닌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좋은 교육 방법의 하나로 인정받아 글쓰기에 대한 붐과 열망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글쓰기는 자기 생각을 담아내는 활동이기에 글쓰기를 하는 동안 생각하는 힘(사고력)이 알게 모르게 커지게 된다. 사고력은 논리를 펴는 힘을 강화하고 창의적인 사고력으로 변신도 한다. 여기에 에세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창작하면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친다면 논리적 사고력, 창의적 상상력을 가능하게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2018년 기준 연봉 1000억 원을 받는 세계 최고의 부자 작가가 된 조앤 K. 롤링은 어린 시절부터 꾸준한 독서를 통해 상상력을 키우며 창의적인 글쓰기에 도전해 전무후무한 성공 신화를 이루었다. 해리포터는 현재 15억 달러(한화 약 1조 5163억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 글로벌 브랜드가 됐고, 해리포터 시리즈는 67개 언어로 번역되며 4억 5천만 부 이상 판매되고 있다. 이 천문학적 숫자는 지구상에 널리 퍼진 책을 생각할 때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임원 회의 때 회의 자료로 프리젠테이션 대신 6쪽 분량의 서술형 문서를 준비하고, 현대카드 역시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기 위해 프리젠테이션 대신 이메일과 구두로 업무 보고를 한다고 한다('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송숙희)'). 핵심을 빠르게 전달하는 사고 능력과 글쓰기 기술을 통해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핵심을 전달하는 설득력 있는 인재, 이것이 기업이나 기관에서 인재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독서, 글쓰기, 교육에 관심이 많은 나는 교육하는 사람인 데다 국어 교과를 가르치다 보니 거의 매일 온라인 서점에서 책 둘러보기를 한다.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의 책들은 끊임없이 새롭게 출간돼 나를 즐겁게 한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학교에서 책쓰기 동아리를 운영하며 아이들의 글쓰기를 지도하고 매년 책을 출간하다 보니 '책쓰기'란 키워드로 검색되는 책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음도 반가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최근에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이란 책을 읽었다. 하버드에서 학생들을 탁월한 설득력을 지닌 리더로 키우기 위해 입학하자마자 글쓰기를 가르친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책에서 발취한 '글쓰기로 얻을 수 있는 다음 7가지 능력'을 보면 글쓰기가 안겨주는 선물은 대단하다.

1. 논의의 출발이 되는 분석적인 질문이나 문제를 제시하는 능력

2. 논리정연하게 주장을 구성하는 능력

3. 신중하게 검토된 근거로 주장을 증명하는 능력

4. 빌려온 자료들을 책임감 있게 활용하며 표절을 원천 봉쇄하는 능력

5. 상대가 빠르게 이해하도록 표현하고 전달하는 능력

6. 주장에 대한 이의를 예상하고 대응하는 능력

7. 설득력 있는 에세이와 논문을 작성하는 능력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송숙희)'

하버드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낸시 소머스 교수는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능력은 단순히 학습 효과를 뛰어넘어 능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지닌 사회인으로서의 덕목을 실현하기 때문에, 생각을 탄생시키는 논리적 글쓰기 능력은 학문의 내용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 분야에서 꼭 필요한 과제라고 피력하고 있다. 아마 직장인들이 이 내용을 본다면 '어, 저거 나에게 필요한 능력인데?'라며 반가워할 것 같다.

우리나라 학생들도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글쓰기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 교과별로 서술형 문제 해결이나 글쓰기를 동반하는 과정형 수행평가를 통해 교과 전문적인 지식과 함께 논리적 사고와 글쓰기에 대해 배운다. 잠시 생각해 본다. 학생들이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배우고, 쓰고, 피드백 받고, 고쳐 쓰는 과정을 통해 초·중·고, 대학교까지 쓰는 글이 얼마나 될까? 아마 다 합쳐놓으면 상당한 분량일 것이다.

바라건대 우리나라 학생들이 좀 더 체계적인 글쓰기 수업을 통해 어떤 생각이든 명료하게 표현하고 전달할 줄 아는 글쓰기 능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면 좋겠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며 생각하는 힘을 길러보자. 처음엔 편안한 마음으로 머리와 가슴이 쏟아내는 바를 일기를 쓰듯 글로 표현해 보자. 글쓰기를 하며 감성도 풍부해지고 나도 모르는 사이 비판적 사고력, 치밀한 분석력, 현명한 판단력, 설득력이란 보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가장 중요한 분들은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에게 생각하는 방법과 글쓰는 법을 배웠거든요."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드루 파우스트의 말처럼 오늘도 코로나19의 위험 상황과 무더위 속에서 '생각하는 법'과 '글쓰는 법'을 알려주는 대한민국의 선생님들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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