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동물보호운동가 이용녀 씨, '음식물 쓰레기'와 '개'에 대해 말하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가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만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짝꿍)'라 고백하기도 합니다. 가족과 친구. 이 두 단어에는 아무래도 '사랑'과 '정'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 하나 책임지기 힘든 세상에 다른 생명을 위해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을 쓸 이유는 없으니까요.

[반짝 히어로]는 이처럼 사람과 동물 간의 특별한 사연들로 채워 나갑니다. 동물 관련 유의미한 일을 주로 다룰 예정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건들도 가급적 빠뜨리지 않고 기록할 것입니다.

더불어 사람과 동물의 '온전한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 주변 숨은 영웅(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 경기도 포천에서 만난 배우 이용녀 씨. 그녀는 동물보호활동가로도 일하고 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배우이면서 동시에 동물보호운동가로 활동 중인 이용녀(66) 씨는 음식물 쓰레기양을 줄이는 노력은 태어나면서부터 '보신용 고기'로 그 운명이 정해진 개들의 숫자를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지만, 그 힘이 모이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의 한 동네에서 사비와 일부 후원만으로 유기견보호소를 운영하는 이용녀 씨. 그는 '동물권 확대를 위한 근본적 방법'으로 여론 결집, 그리고 개개인의 실천을 강조한다.

지난 3월 1일 이용녀 씨의 거주지이기도 한 유기견 보호소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이는 뉴스가 돼 삽시간에 세간에 퍼졌다. 그날의 사고는 그녀를 배우로만 알던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배우 일로 번 돈으로 수십, 때로는 백 마리가 넘는 유기견을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화재 4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용녀 씨와 이용녀 씨의 유기견 보호소에 대한 동물애호가들의 관심과 도움은 (처음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한 포 사료보다 한 번의 동물권 관련 게시물을 SNS에 공유하는 일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도움을 마다하려는 뜻이 아닌, 보호소 바깥 아이들에 관한 관심을 당부하는 호소다.

이용녀 씨는 지난(6월 28일 자) '동물 등록칩 전면 무상지원 및 강제 의무화'에 이어 이번에는 '개·고양이 임의 도축 및 식육 금지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의 개 사료화 금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 서울 한 자치구의 음식물 쓰레기 전용 수거용기.(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서울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서울 안에서 해결하라"는 말로 시작한 그의 이야기는, 자칫 동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이 들으면 "음식물 쓰레기가 개랑 무슨 상관?"이라고 할 만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서울에서 지방으로 보내진 아니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의 상당량은 개 농장의 사료가 된다. 이뿐만 아니다. 서울시에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을 지원한다. 농장주로서는 사룟값 들이지 않고 개 사육하기 딱 좋은, 가벼운 돈벌이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음식물 쓰레기는 사람을 위해 죽임당하는 개들의 숫자를 늘리는 근원이다.

그는 "故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에 찾아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서울 안에서 알아서 하라고 말 한 적이 있다"며 "항생제를 삽으로 퍼서 음식물 쓰레기에 섞어 걸쭉하게 만들어 개들에게 배급하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그 썩은 내 진동하는, 상했거나 상하기 일보 직전의 음식물 쓰레기를 개들이 먹는다고 당장 중단해 달라고 호통도 쳐보고 빌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삼복더위에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보신탕, 그 안에 무엇이 들었을까?


음식물 쓰레기는 한때 닭과 돼지에게도 급여됐다. 그러나 닭과 돼지 모두에게서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큰 질병이 발견됐고, 그렇게 급여가 중단됐다. 이것과 관련, 이용녀 씨는 "닭과 돼지에게 급여 중단했을 때, 개에게도 중단했어야 한다. 닭, 돼지는 병에 걸리고 개는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발상은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까. 병에 걸렸다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것인가. 꼭 찍어 먹어봐야 똥이고 된장인지를 알 수 있나"라며 답답해했다.

이어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이던 시절, 폐기물관리법을 어떻게 좀 만져보려고 했지만 잘 안됐다. 개 농장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음식물 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바이오 기술이 필요한데, 나랏돈이 들어가야 하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한 이해관계도 얽히고설켜 풀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서울 내 25개 자치구의 자치권을 거들먹거리면서 강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시에서 각 자치구에 예산을 일부 지원해 주면서 하라고 하면 된다. 결국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안일한 태도의 사람들 때문에 살아있는 개들이 썩고 냄새나는 끔찍한 쓰레기를 먹고, 아니 먹임 당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 개농장의 개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이용녀 씨의 말대로 음식물 처리업을 허가받은 개 농장에서는 사룟값은 사룟값대로 아끼고, 돈은 돈대로 받아 챙기고 있다. 때(?)가 돼 몸집이 불은 개들은 보신탕용으로 거래되고, 위생 상태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도축돼 사람의 식탁에 오른다.

개 농장에 음식물 쓰레기 공급이 중단되면 어떻게 될까. 이용녀 씨는 당장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농장주들은 당장에 사료를 사들이거나 반대로 개들을 굶어 죽도록 방치할 것이다. 어느 쪽 확률이 더 높을지는 알아서 생각할 문제. 힌트를 던지자면 보신탕 시장으로 개들을 파는 이들이 개들의 생명과 건강을 염려해 사료를 급여할 것이라는 상상은 망상일 것이라는 조언 정도. 결과적으로 음식물 쓰레기 공급 중단은, 쓰레기를 먹임 당하는 개들의 숫자를 감소시키고, 그것은 곧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무참히 도살되는 개들의 숫자를 줄이는 일과도 같아진다.

이 씨는 "농장의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 개들에게는 물도 공급되지 않는다. 그 아이들은 비좁은 뜬 장에서 똥오줌을 누고, 그게 밥그릇에 섞여 들어갔어도 그것을 먹으며 그렇게 평생 산다. 그 아이들이라고 악취를 모를까. 그들이라고 갈증을 느끼지 않을까. 제발 뉴스 나올 때 그 순간 반짝하고 관심 두지 말고 지속해서 관심 두고 여론을 결집해 법을 바꿀 수 있게끔 힘을 실어 달라. 특히 동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한다. 동물들이 하는 말을 들을 줄 아는 우리는 조금 더 그들을 위한 직접적인 일에 나서야 하지 않겠나. 입으로만 가엽다 불쌍하다 하지 말고 같이 민원 넣고 계속해서 공분해 달라"고 말했다. 이 씨가 '한 포의 사료보다 한 번의 SNS 공유'를 그토록 외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는 11일은 초복, 초복으로부터 열흘 뒤인 21일은 중복, 그리고 8월 10일은 말복이다. 이 기간에는 많은 수의 개가 도살된다. 제대로 흙길 한 번 달려보지 못한 많은 개가 이즈음 보신탕 고기가 돼 인간의 배를 채우고, 일부는 음식물 쓰레기가 돼 다시 개들의 밥그릇에 던져지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보신탕뿐 아니라 개고기, 동물권 등과 관련한 기사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생산된다.

실제로 많은 언론은 삼복 중에 보신탕, 개농장, 도살, 개고기 먹는 문화 그리고 이것에 대한 해외의 시선 같은 뉴스를 생산한다. 동물 관련 단체들도 마찬가지로 이 시기를 최대한 활용해 전국 곳곳에서 개·고양이 식용 및 임의 도축 등에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로 국민의 관심을 호소한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가 수십 년째 되풀이되고 있음에도 동물권은 여전히 바닥에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물론 지방의 개농장 일부가 폐쇄되는 등 구체적인 성과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일부'일 뿐, 여전히 보신탕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복날 당일에는 보신탕집 문턱이 닳을 만큼 많은 이들이 드나든다.

▲ 개농장 개들에게 급여되는 음식물 쓰레기.(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이제는 궁금해야 한다. 보신탕이 된 개들은 무엇을 먹고 몸집을 불렸는지. (물론 대한민국 모든 개농장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급여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양심 있고 위생적으로, 고급 사료를 먹여가며 개들을 자연 방목해 기르는 농장은 과연 있기는 할지) 내가 버린, 우리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에는 양심이 함께 담긴 것은 아닐지를.

이용녀 씨는 마지막에 당부했다. "하루에만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양이 톤 단위다. 연간 750~800톤이 된다고 들었다. 수거 비용으로는 2조 넘게 든다고 한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는 개 식용 문제에 대한 후보자들의 공약을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더는 방관자로 뒷짐 지고 있지 말아 달라. 버려지는 아이들, 죽임당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법을 바꿔야 한다. 국민이 법이다. 여러분이 법이 되어주셔야 한다"라고.

* 독자 여러분 주변에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면 주저 말고 아래 이메일로 제보해 주세요. 동물의 개인기나 생김 등에 대해서는 제보받지 않습니다. 박윤미 기자 yoom17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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