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인권위에 진정 넣고 '개선 방안 마련' 답변 받아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코로나19로 헌혈을 하는 이들이 줄어들면서 보유 혈액이 감소해 혈액난을 앓고 있는 가운데 헌혈의 집을 방문했다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헌혈을 거절당한 사연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A씨는 최근 헌혈을 하기 위해 헌혈의 집을 방문했다가 불쾌한 일을 경험했다.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헌혈을 거부당한 것이다.

A씨와 같이 장애를 이유로 헌혈을 거부당한 것은 A씨의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헌혈 조건, '건강한 사람'


대한수혈학회에서는 헌혈에 대해 '건강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자기의 혈액을 무상으로 제공해 혈액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우선 헌혈 전에는 건강진단을 통해 헌혈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해 헌혈 관련 증상을 예방하는데. 이는 헌혈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건강한 헌혈자의 양질의 혈액을 환자에게 공급해 국민의 건강을 도모한다.

보건복지부령에서 정하는 '채혈금지대상'자는 체중이 남자는 50㎏ 미만, 여자는 45㎏ 미만인 자와 체온이 섭씨 37.5도를 초과하는 자, 수축기혈압이 90㎜Hg 미만 또는 180㎜Hg 이상인자, 이완기혈압이 100㎜Hg 이상인 자, 맥박이 1분에 50회 미만 또는 100회를 초과하는 자를 공통기준으로 삼는다.

이외 ▲질병관련 요인 ▲약물 또는 예방접종 관련 요인 ▲진료 및 처치 관련 요인 ▲선별검사결과 부적격 요인 ▲그 밖의 요인(문진 결과 혹은 의사 진단에 의해 헌혈불가로 판정된 자)으로 채혈금지대상을 정하고 있다.

채혈금지대상 항목의 어디에서도 '장애'를 가진 이의 헌혈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 코로나19로 장기화로 헌혈의 집을 방문하는 이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로 인한 혈액 수급난이 길어지면서 현재 국내 혈액수급위기단계는 혈액수급 부족징후, 적혈구제제 5일분 미만에 해당하는 '관심(Blue)' 단계다.

혈액 수급 위기단계는 총 4단계로 관심, 혈액 수급 부분적 부족, 적혈구제제 3일분 미만 시 주의(Yellow), 혈액 수급 부족 지석, 적혈구제제 2일분 미만 시 경계(Orange), 혈액 수급 부족 규모 확대, 적혈구제제 1일분 미만의 심각(Red)으로 나누어져 있다.

국가적 혈액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장애를 이유로 헌혈을 거부한 사건에 누리꾼들은 "장애인이란 이유로 헌혈을 거부한다니 인권 침해 사례다"라며 분노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중앙회 관계자는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한다면 대한민국 사회가 농아인을 얼마나 차별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다. 청각 장애인이라 해서 비장애인과 다른 피가 흐르겠는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며 청각 장애인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청각장애인 헌혈 접근성 향상에 노력


▲ 실시간 자막 애플리케이션으로 헌혈의 집 담당자와 A씨가 주고 받은 문자 내역(사진=인터넷갈무리). © 팝콘뉴스

대한적십자사 헌혈홍보팀 관계자는 "헌혈을 위해 방문해주신 민원인은 과거 헌혈경험이 없는 청각장애인으로 당시 문진을 담당한 근무자와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라며 "헌혈 시 최우선 사항은 헌혈자의 안전확보이므로 적절한 대처가 힘들 것으로 판단해 민원인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전국 모든 헌혈의 집과 헌혈버스에서는 공통 문진항목 판정기준에 따라 장애인의 경우 자유의사에 의해 장애등급과 관계없이 문진항목을 이해할 수 있는 지원자에 대해서는 헌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 중이다. 다만 마스크 착용 등으로 유사 시 대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양해를 구했다는 것이다.

A씨가 공개한 문자 내용을 살펴보면 당시 헌혈의 집 직원과 주고받은 내용이 담겨 있다. A씨의 헌혈을 거부한 해당 직원은 헌혈을 위해 거쳐야 할 사전 질의를 일일이 문자로 주고받아야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서울에 위치한 한 헌혈의 집에서 겪은 일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고 지난 7일 해당 진정에 대한 답변을 우편으로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 서울중앙혈액원은 전국적인 차원에서 청각장애인의 헌혈 접근성 향상을 위한 개선 방안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우선 전국 헌혈의 집에서 청각장애인 응대를 위한 별도 안내문을 제작하도록 하고, 헌혈 참여 시 유의 및 안내사항에 대해 수어 영상을 제작해 홈페이지에 게시할 계획이다.

또한 유튜브 영상 제작 및 활용을 계획 중이며 외국인 헌혈 시 통원 봉사원을 사전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사전에 수어 통역을 요청할 경우 수어통역봉사원 지원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의 헌혈 접근성을 더욱 높이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A씨는 "마음이 많이 상했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청각장애인 헌혈 지원에 대한)구체적인 방안이 나오는 것에 만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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