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처벌 보다 '예방' 중심 제도 필요

▲ 대한노인회 김호일 회장이 노인 학대 예방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한노인회).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노인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범죄자 알림e와 같이 학대범의 신상 정보를 일정 기간 공개하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하루 앞두고 방문한 대한노인회에서 코로나19로 심화된 노인 학대 예방을 위해 정부와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오고 갔다.

대한노인회 김호일 회장은 "노인 학대 원인이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학대범 신상 공개 외에도 노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학대 예방법 중 하나"라는 의견을 밝혔다.


노인 학대, 전년 대비 약 20% 급증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약 7만 4천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과 2020년의 신고 건수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판정 건수는 1천 건 이상 늘어나면서 약 20% 급증했다.

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 5년간 하루 평균 약 40건씩 접수됐다. 2016년 32.9건, 2017년 36.4건, 2018년 42.4건, 2019년 44건, 2020년 46.5건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노인학대 장소는 가정 내에서 발생한 사례가 가장 많았는데 2019년 4450건에서 2020년 5505건으로 1천 건 이상 늘어났으며 가해자로는 아들, 배우자, 기관 관계자 순으로 많았다. 피해자는 4명 중 3명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노인회는 "노인학대 가해자에겐 엄중한 처벌과 함께 성범죄자 알림e와 같이 노인학대 조회 사이트를 만들어 지역별 학대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이를 자유롭게 조회할 수 있도록 한다면 가정 내 노인학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통 노인학대는 피해자가 노환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경우,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부양 부담 증가가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게다가 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이 가족인 탓에 피해자가 학대 사실을 은폐하거나 신고에 소극적이어서 아직 숨겨진 학대도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한노인회 김호일 회장은 "경제 능력이 없는 고령의 부모를 부양하다 보면 부모 스스로 부채 의식이 생기고 자녀들은 부양 식구가 늘어나면서 경제적 부담도 함께 증가하게 된다. 이것이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노인을 대상으로 한 양질의 일자리를 정부에서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주 5일제 근무가 기본으로 자리 잡은 요즘 공공기관, 공기업, 사기업 등 대부분 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토, 일요일에 쉬게 된다.

주말에 발생하는 업무 공백을 노인들에게 맡기면 주중초(월, 화)에 발생하는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일 수도 있고 노인은 경제 활동을 통해 금전적 여유가 발생, 노인학대 원인 중 하나인 '경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양 당사자 및 기관 관계자 등 '학대 예방 교육' 필요


▲ 대한노인회 김호일 회장이 노인 학대 예방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한노인회). © 팝콘뉴스

노인을 부양하는 당사자와 요양원 등지에 종사하는 기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노인 학대 예방 교육도 체계적으로 실시될 필요가 있다.

지난달에는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A 노인요양원에서 밥과 국, 반찬을 한데 섞은 '잡탕밥'을 노인들에게 배식하는가 하면 수차례 같은 이유로 낙상 사고가 반복됐음에도 이를 방치해 방임 학대를 저질렀다는 폭로글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제주 경찰은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해당 요양원을 상대로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시설 곳곳에서 노인 학대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는 요양원 원장이 걸레 빤 물을 분무기에 담아 노인들의 얼굴에 분사하거나 휴대전화로 머리를 가격하고 테이프로 몸을 결박하는 등의 폭력을 가했다고 주장하는 사건 등 노인 관련 시설에서도 끊임없이 발생하는 노인 학대 또한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김호일 회장은 "학대 가해자들 중엔 정신적, 인격적으로 미숙한 이들이 많아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 학대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며 "특히 요양보호사 등 노인 관련 시설 종사자들에게 '3진 아웃제'를 도입해 일정 횟수 이상 학대가 적발되면 보호사 등의 자격을 박탈하는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인복지법 현행에 따르면 폭행, 학대, 방임 등을 저지를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되며 처벌을 받은 요양보호사는 자격 취소는 물론, 해당 요양기관은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노인 장기 요양보호법에 따라 요양원의 업무를 더는 할 수 없는 지정 취소와 함께 최대 6개월의 업무정지 처벌을 받는다.

위와 같은 정신적, 신체적인 폭력 이외에도 부양 부모를 무관심으로 방임하거나 심한 경우 유기까지 하는 사건도 종종 발생해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주변 이웃들의 세심한 관심과 함께, 사후 처벌보다는 예방을 위한 촘촘한 제도적 그물망이 우선 돼야 한다는 관련 단체들의 지적이다.


대한노인회, '노인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1969년 4월 15일 설립된 대한노인회는 노인의 권익신장과 복지증진 및 봉사활동 등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됐다.

당사자인 노인들의 문제를 사회에 제기하기에 앞서, 민족이 당면한 문제점들을 함께 타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취하는 동시에 선도자 또는 사회 원로로서의 책무를 다하려는 정신을 함께 실천 중이다.

아울러 노인복지법과 대한노인회 지원법 등에 근거해 설치되는 '경로당광역지원센터'의 운영주체로서 '행복한 경로당 만들기'라는 비전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경우 개별 복지를 시행하고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경로당에서는 '집단 복지'가 이뤄지고 있다.

전국에 위치한 경로당은 6만 2000여 개로 880만 명 노인 중 300여만 명의 노인이 경로당에서 하루를 보낸다. 경로당은 식사 제공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향유하는 '집단 복지'를 통해 삶과 복지 만족도 향상에 톡톡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대한노인회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내는 세계 유일의 시스템이 우리나라의 경로당이다"라며 "지역, 구성 인원별 각양각색의 특징을 지닌 경로당의 활성화를 위해 회원 모집 등에 각별히 신경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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