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밖 청소년 상당수, 학대 피해 '생존형 가출'..."원가정 복귀 외 지원책 마련해야"

쉼터 근거 법률 '가정·사회 복귀 돕기 위해'... "최후 안정망서 배제시킬 수 있어"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1/06/08 [18:01]

가정 밖 청소년 상당수, 학대 피해 '생존형 가출'..."원가정 복귀 외 지원책 마련해야"

쉼터 근거 법률 '가정·사회 복귀 돕기 위해'... "최후 안정망서 배제시킬 수 있어"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1/06/08 [18:01]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가정 밖 청소년(쉼터 입소 청소년 등)의 다수가 가정 폭력, 학대를 피해 '생존형 가출'을 감행하지만, 여전히 지원책은 '원가정 복귀'를 원칙으로 한 쉼터 입소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조사처)가 '홈리스 청소년 지원 입법·정책과제'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내 홈리스 청소년 실태 조사 결과 및 지원 공백을 살폈다.

 

보고서에 실린 2019년 청소년쉼터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지원 버스 등 일시이동쉼터를 제외한 일시고정·단기·중장기 쉼터에서는 폭력이나 학대 등으로 가출했다는 응답의 비율이 33%~40.1%로 가장 높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0년 발행 위기청소년 실태조사를 위한 예비조사 결과에서는, 가정 밖 청소년의 70.7%가 보호자로부터 심하게 맞거나 신체적 위협을 느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쉼터는 여전히 '원가정 복귀'를 위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원가정 복귀가 어려운 가정 밖 청소년을 '지원 바깥'으로 몰아낸다는 지적이다. 

 

현행 쉼터의 설치 및 운영의 근거법률은 쉼터의 이유를 "청소년의 가출을 예방하고 가출한 청소년의 가정·사회 복귀를 돕기위해"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쉼터는 입소 시 보호자와 연락해 쉼터 입소 허락을 받게끔 하고 있다. 시설에 따라 외출 및 외박 시에도 보호자의 허락을 받도록 정하기도 한다.

 

조사처는 "(부모 동의가 없어 퇴소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피해상담 사실확인서 또는 경찰 사건사고사실확인원 등으로 피해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며 "보호자로부터 학대 피해를 당한 청소년이 공적 처리 절차를 밟는 경우가 많지 않음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요건은 이들을 마지막 안전망에서 배제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홈리스 청소년' 개념의 도입이 방법으로 꼽힌다.

 

가정 밖 청소년과 보호대상아동 및 보호종료 청소년을 '가정 위기 및 해체를 겪은 위기청소년으로 통합지원'하는 방안이다.

  


'가정 밖 청소년=일탈 청소년'...뿌리 깊은 편견이 지원 간극까지


  

현행에 따르면, '보호대상아동 및 보호종료 청소년'과 '가정 밖 청소년'은 각각 아동복지법과 청소년복지 지원법에 따라 지원된다. 운영부처도 각각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여성가족부와 지자체로 별개다.

 

시설의 운영 및 지원 역시 차이가 크다.

 

아동복지법은 보호목적이 달성된 경우, 대상의 복리에 반하지 않는다고 인정될 때 '원가정 복귀'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반면, 청소년복지 지원법은 '쉼터 계속 이용'을 예외적인 사례로 보고 허용 여부를 따지는 것도 차이점이다.

 

청소년복지 지원법 제 32조의2는 가출청소년이 가정폭력, 친족에 의한 성폭력 등으로 가정 복귀가 어려울 때 본인의 의사에 반해 퇴소시켜서는 안 된다고 적고 있다. 다만, 그 경우에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쉼터에 입소하거나 쉼터 안에서 현저한 질서문란 행위를 한 경우에는 퇴소할 수 있다고 적는다.

 

또한, 아동복지법이 대상 청소년의 자립지원책을 자립지원계획 수립, 자립지원추진협의회 설립 등으로 상세하게 정하고 있는데 반해, 청소년복지 지원법은 자립 지원 쉼터의 종류를 정하고 있을 뿐, 별도의 지원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보호종료청소년에게는 자립정착금이 지급되지만, 쉼터 퇴소 청소년에게는 그같은 정착금이 없다. 2021년 도입된 자립지원수당 제도도, ▲만 18세 이후 퇴소 ▲과거 3년동안 2년 이상 보호 ▲직전 1년은 연속 지원 청소년에게만 해당한는 등 자격충족이 까다롭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단기·중장기 쉼터를 이용했으며 귀가하지 않은 청소년(전체의 43%) 중 3%만이 경제적 자립을 이룬다. 이외 청소년은 자발적으로 퇴소하거나(전체의 14%) 다른 시설로 옮겨간다(전체의 11%).

 

쉼터를 떠났고 가정에도 돌아갈 수 없는 청소년들은 친구 또는 선후배의 집(72.5%)에 머물거나 여관·모텔·달방 등에 묵거나(41.2%) 찜질방, 고시원 등 비적정 주거지로 옮긴다(32.9%). 건물이나 길거리에서 노숙을 경험한 청소년은 전체의 23.0%였다. 4명 중 1명꼴이다.

 

조사처는 이처럼 '가정복귀가 어려운 가정 밖 청소년'을 지원 대상 바깥으로 몰아낼 때, 가정 밖 청소년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늘어난다고 짚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19세 미만 청소년 중 조건만남 유인이나 제안을 받은 경험은 10.5%, 실제 조건만남을 해본 적이 있는 청소년은 6.0%로 나타났다. 조건만남에 응한 사유로는 '잘 곳(갈 곳)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43.3%).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홈리스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또래보다 사망할 확률이 10배 이상 높고, 여성 청소년의 20%, 남성 청소년의 11%가 성착취를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에 노출됐다.

 

조사처는 "우리 사회에서 가출 청소년은 오랜 기간 비난과 낙인의 대상이었다. 가출 전력이 많은 청소년은 귀가조치 대신 소년부에 송치하도록 한다는 검찰청의 방침이(1990년대) 마련된 적도 있었다"며 현행 제도가 "부모의 학대, 유기, 부모의 동시사망 및 이혼 등의 사유로 보호대상이 된 아동 외에는 모두 부모의 보호 하에 편안히 지낼 수 있으리라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쉼터 퇴소 청소년 자립 지원하고 보호청소년과 '같은 처지' 인정해야


 

조사처는 이에 따라 미국, 영국 등과 같이 가정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아직 자립이 어려운 청소년을 '홈리스 청소년'으로 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 쉼터 퇴소청소년 자립지원 법률 근거를 마련하고 ▲ 미국 등과 같이 홈리스 청소년에 대한 법률 규정을 마련하며 ▲ 가정에서 생활할 수 없는 청소년을 위해 청소년 쉼터에 대한 교육 및 홍보가 필요하다는 등이다.

 

특히, '홈리스 청소년'은 홈리스 지원법인 '노숙인복지법', '장애인 등 주거양자 지원법'의 지원에서 모두 벗어나 있는 만큼 '가정으로 복귀할 수 없는 청소년 노숙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법률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미국은 '가출 및 홈리스 청소년법'을 두고 가출 청소년에 대한 21일의 단기 보호 이후에는 자립지원으로 전환하고 있다.

 

영국 역시, 만 16, 17세 홈리스 청소년을 '주거 우선지원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면 정부에 반드시 도움을 요청하라는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조사처는 "보호자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돌아갈 곳이 없다는 점에서 보호종료청소년과 청소년쉼터 퇴소청소년이 서로 다른 처지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주거지원 서비스를 동등하게 지원해) 쉼터 퇴소 이후, 다시 노숙생활을 하거나 다른 쉼터를 전전하거나 낯선 곳을 떠돌아다니는 일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