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입력하면 1797건, '동물보호법'은 1548건 글 검색돼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가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만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짝꿍)'라 고백하기도 합니다. 가족과 친구. 이 두 단어에는 아무래도 '사랑'과 '정'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 하나 책임지기 힘든 세상에 다른 생명을 위해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을 쓸 이유는 없으니까요.

[반짝 히어로]는 이처럼 사람과 동물 간의 특별한 사연들로 채워 나갑니다. 동물 관련 유의미한 일을 주로 다룰 예정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건들도 가급적 빠뜨리지 않고 기록할 것입니다.

더불어 사람과 동물의 '온전한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 주변 숨은 영웅(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1.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개설된 OOOOO에는 악마들이 있습니다. 길고양이 울음소리가 싫다는 이유로 활로 쏘고 두개골을 부수고 사진 찍어 공유합니다. (중략) 제발 제대로 처벌하여 주십시오. 우리나라는 더는 후진국이 아닙니다. -2021년 1월 7일 청원 시작 / 27만 5492명 참여

#2. 이천에서 생후 3개월 된 강아지를 행인이 해를 가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강아지는 현재 배변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정신적 충격으로 침을 흘리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는 등 큰 피해를 당한 상태입니다. (중략) 동물학대에 대한 예방과 처벌강화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시기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2019년 5월 20일 청원 시작 / 21만 7483명 참여

#3. 대구 OO구 OO동에서 눈도 못 뜬 어린 새끼 고양이의 배를 갈라 (길고양이) 사료가 담긴 그릇 위에 펼쳐 올려놓은 모습이 너무 잔인하여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범인을 잡아 강력 처벌해주세요. -2021년 6월 3일 청원 시작 / 1797명 참여 중

제19대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째던 지난 2017년 8월 17일 개설된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는 이곳 '국민청원' 첫 페이지에서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하며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위해 '국민청원'란을 신설했음"을 밝히고 있다.

청원은 게시된 날로부터 한 달 동안 공개되며, 이 시기 20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청와대 또는 정부 관계자가 직접 나서 답변하게 돼 있다.

▲ 동물관련 국민청원(사진=청와대 국민청원) © 팝콘뉴스


국민청원 개설 3년째인 현재, 20만 이상의 동의로 답변을 받은 청원은 총 235건. 답변 대기 중인 청원은 12건이다. 마감된 총 청원 글은 45만 2715건, 현재 진행 중인 청원은 679건이다. 진행 중인 것을 제외한 약 45만 개 청원 중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것은 총 230여 개. 20만 명으로부터 동의를 끌어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는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다.

'기타'까지 포함해 총 17개인 카테고리는 모두 '사람'의 생로병사, 의식주 등과 관련한 것이다. 이 틈에 '반려동물' 분야가 있다. 타이틀은 반려동물이지만, 마찬가지로 '사람을 향하는, 사람이 필요한' 분야다.

'반려동물' 분야 첫 청원은 2017년 10월 18일 게시됐다. 단 두 명의 동의를 얻은 이 글은 '유기동물 재발 방지를 위한 반려동물 번식업, 반려동물 판매업, 반려동물 등록업 개정요구'를 제목으로 하고 있다.

첫 글이 게시된 때로부터 3년 8개월여가 지난 지금, 반려동물 관련 청원 글은 4770여 개 이상 쌓였으며, 이 중 아홉 건이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답변을 얻은 청원들만 따로 놓고 보면 '도살장에서 망치로 머리를 맞던 개가 잠시 튀어 나가 자신의 새끼에게 젖 물리며 죽었습니다', '이천에서 벌어진 동물 수간 사건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동물학대에 대한 범국가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합니다', '고양이를 잔혹하게 학대하고 먹는 단체 오픈 카톡방 OOOOO을 수사하고 처벌하여 주십시오' 등 동물학대를 연상케 하는 것들이다.

반려동물 분야 청원 4770여 개 중 '동물학대'를 키워드로 입력하면 총 1797개나 되는 글이 검색된다. '동물보호법'으로는 1548건, '개식용(반대)'은 560건의 글을 찾을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상징이다. 복잡다단한 단계를 거치지 않고 '최고 권력자'에게 빠르게 의탁할 수 있는 도구로의 상징,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장(場)으로서의 상징. 반려동물 분야 청원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법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을 법에 맡기려는' 이른바 '혁명'을 상징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청원이 극악무도한 동물학대 사건을 고발하고, 피의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동물학대로 피의자가 실제 교도소에 수감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기소율도 사건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재판까지 간다고 해도 벌금 정도로 끝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있는 많은 '반짝 히어로(반려동물들과 짝꿍하며 지내는 영웅)'들은 자신의 시간과 돈을 써가며 동물보호를 위한 다양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상징일 뿐, 현장에서 모욕과 멸시를 참으며 동물보호를 외치는 이들은 활자화된 청원의 양보다 훨씬 많다.

이들 덕에 1991년 5월 31일 제정, 동년 7월 1일 자로 시행되었던 '대한민국 동물보호법'의 당시 제6조 '동물학대등의 금지'에는 단 세 개 항목밖에 없었으나, 2021년 2월 현재는 세 배 이상의 항목들로 채워져 있다.

최초 동물보호법에는 없던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의 항목만 봐도 이 법이 현 수준에 이르기까지 지난 30여 년간 얼마나 많은 이들의 청원을 발판 삼았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 (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동물 애호가들이 촉구하는 동물 학대 피의자들에 대한 '처벌' 문제 또한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현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을 학대해 죽게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이처럼 동물보호법은 강력해지고, 동물권도 점점 강화되고 있지만, 인면수심 동물학대범들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수는 늘고, 학대의 방식은 더욱 잔인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란 뿐만이 아니다. 각종 포털과 SNS 등에서는 동물학대자들을 고발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동물 관련 해시태그 가운데 #동물학대(7만 9218개) #동물학대금지(1만 7288개) 등이 이 시간에도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는 이유다.

국민청원 개설 초기에는 반려동물 분야에 '초·중학 과목에 동물보호를 넣어주세요', '국회 바자회에서 모피판매를 하지 말아주세요', '돼지머리 판매 금지 청원합니다', '수목장, 가족나무 등 가족 전용묘에 반려동물 안치 법제화를 요청합니다'는 '요청사항' 수준의 청원이 많았다. 그러나 3년밖에 지나지 않은 요즘은 '살아있는 채', '잔인하게'와 같은 제목만으로도 혐오가 떠오르는 청원들이 주를 이룬다.

법은 힘을 더 가졌건만, 이를 무서워하기는커녕 대놓고 비웃는 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짐작한다.

금세 식어버리는 대중의 관심, 파괴하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다툼을 타인의 일로 여기는 일부의 '무관심'. 표 욕심에 법 조항 쓰고 지우기를 받아쓰기 공책 대하듯 하는 누군가의 욕심.

아래는 서두에 나열한 국민청원들에 대한 답변의 핵심을 요약한 것이다.

#1. 학대행위를 게시한 혐의 등에 엄정한 수사가 이뤄질 것임. 올해 2월 12일부터 동물학대 행위에 대해 처벌 강화했음.

#2. 피의자 현장에서 체포. CCTV 자료와 목격자 진술에 따라 공연음란, 동물학대 혐의가 인정되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 형법 제245조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는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음. 단, 법원의 결정 지켜봐야 함.

* 독자 여러분 주변에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면 주저 말고 아래 이메일로 제보해 주세요. 동물의 개인기나 생김 등에 대해서는 제보받지 않습니다. 박윤미 기자 yoom17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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