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취재] 장애인에 의한 도움을 실천하는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호흡하다

편슬기 기자 | 기사입력 2021/05/24 [17:25]

[가치취재] 장애인에 의한 도움을 실천하는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호흡하다

편슬기 기자 | 입력 : 2021/05/24 [17:25]

▲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전경(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장애인은 도움이 필요하다', 비장애인들의 머릿속에 고정관념과도 같이 자리 잡혀 있는 인식이다. 

 

거동이 불편해서, 앞이 보이지 않아서 등 다양한 장애로 인해 보조 기구와 활동 지원사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 그렇다면 장애인은 비장애인에게 도움만 받아야 하는 존재일까? 

 

이런 일차원적인 고민에 그치지 않고 역으로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이 도움을 줄 방법을 고민한 이가 있다. 기존의 사고방식을 과감하게 뒤집어 이를 직접 실천하고 있는 복지관,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았다.

 


지역사회와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숨 쉬는


  

1998년 서대문구 남가좌동에서 시작한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이하 서대문장복)은 2006년 북아현동으로 신축 이전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역사회와 주민들과 함께 숨 쉬고 있다. 

 

장애인들의 돌봄과 교육을 지원하고 다양한 욕구 충족을 위한 프로그램 시행에 열을 올리는 서대문장복의 풍경은 여느 복지관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그 틈바구니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사회와 촘촘하게 엮인, 마치 거미줄 같은 연결망이 시야에 포착된다.

▲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문동팔 관장(사진=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팝콘뉴스

 

서대문장복에서 운영하던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낮 활동을 지원하던 데이케어 프로그램은 '장애인주간보호센터'가, 가정이 아닌 곳에서의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단기보호센터'가 현재 독립 운영 중이다. 

 

이외에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을 위한 사회서비스센터와 음악 전문 교육실이 위치한 제1 별관, 바리스타 교육 및 집단 활동을 돕는 제2 별관까지 서대문장복 본관 외 총 4개의 별관을 북아현동 이곳저곳에 뿌리를 두고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물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장애인이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2017년부터 실시된 老老(노노)케어, 장‧노돌봄서비스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50대 이상 장애인이 65세 이상의 지역 독거노인과 1대 5 결연을 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장‧노돌봄서비스는 1명의 장애인이 5명의 비장애인들에게 전화로 안부를 묻고 주 1회 방문해 고독사 방지 및 외로움 해소를 돕는다. 

 

장애인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독거노인에게는 말벗이 생기는, 두 사람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사업이라는 뜻에서 '老老(노노)케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올해로 시행 5년 차를 맞이하는 이 사업은 당시 공공부문 일자리 우수 사례 평가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동팔 관장은 "장애인은 도움을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장애인도 얼마든지 비장애인을 도울 수 있다. 장노돌봄서비스는 기존의 관점을 뒤집는 데서 시작됐다. 이러한 활동이 이어져 와 올해부터는 고립 가구 발굴사업을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제안이 16년 전통 '공모전'으로


▲ 제13회 전국장애인도예공모전 실물심사 모습(사진=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 팝콘뉴스

서대문장복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전국장애인도예공모전'이다. 올해로 16년 차를 맞이한 본 공모전은 한 자원봉사자의 전화 한 통에서 비롯됐다.

 

도예를 전공했다는 대학생이 도예를 통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며 전화를 해오면서 서대문장복에서 난생처음 장애인들의 도예 체험이 이뤄졌다. 

 

준비물이 간편한 반면, 흙을 만지며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작업치료'의 일환으로 시작된 도예 수업은 이젠 전국에서 참여하는 규모의 대표 공예 공모전으로 자리 잡았다.

 

사회복지법인 한국재활재단 주최로 서대문장복 주관으로 진행되는 전국장애인도예공모전은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가는 모든 비용이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도예 작품을 만들어 공모전에 응시한 사람 중 수상자로 꼽힌 이들에게 주어지는 상금 역시 정부 차원의 지원 없이 모두 기업, 사업자, 개인 등의 기부로 조성된다.

 

지원 기업은 15년째 후원을 이어오는 한화솔루션이 대표적이다. 한화석유화학에서 한화케미칼을 거쳐 새로운 사명으로 거듭난 한화솔루션은 전국장애인도예공모전의 탄생부터 역사를 함께해왔다.

 

한화솔루션 이구영 대표이사는 "매년 많은 작품이 출품되는 것은 물론 완성도가 점차 높아지는 것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며 행사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 밖에 가수 싸이는 한국재활재단 2대 이사장을 역임한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한국재활재단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행사에 장애인들을 위해 함께 해주면 좋겠다는 복지관의 요청이 있었다.

 

또, 기업과 개인의 참여도 눈에 띄는 가운데 크라운해태, IECT(아이이시티), 비만크리닉 365mc, 한나라한의원도 지원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자나 개인 중에서는 장애가 있는 이들이 가족이거나 당사자인 사람들도 많다. 장애로 인해 행동에 제약이 따르고 삶에 불편함이 동반될지라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열정을 쏟고 싶은 '어떤 것'에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은 같다. 

 

지난 2020년 전국장애인도예공모전 총상금은 1,000만 원. 후원자들의 도움의 손길이 모이고 모여 최종적으로 모금된 상금은 그를 살짝 웃도는 수준이었다.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더불어 예년에 못 미치는 수의 참가작품 수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금액의 상금이 모금될 수 있었던 이유는 참여자들의 열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시상자로 장애인 본인이 나서자 그 모습에 감화돼 너도나도 후원자로 나서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장애인이 장애인들을 돕는 모습을 보며 서대문장복에 근무했던 사회복무요원은 제대 후 30만 원을 선뜻 기탁하기도 했다.

 


서대문장복, 사람 중심의 서비스 실천해 나가고 싶어


 

장애인들의 다양한 욕구 충족을 위해 이곳저곳 버선발로 나섰던 서대문장복도 쉽게 이길 수 없는 적의 등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미 예상했겠지만 평범한 일상을 내쫓고 빈자리에 마스크와 거리두기 지침을 가져온 코로나19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과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인원을 나누고 나눠 최소한으로 구성한 뒤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했기에 원래대로라면 한 번에 끝날 수업이 수차례 늘어나며 업무가 가중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게다가 방역당국으로부터 복지관 운영을 중단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을 때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일해야만 급여가 발생하는 발달재활바우처 강사들의 급여가 지급되지 않아 복지관이 오롯이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복지관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 어르신들과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다하지 못 하는 일도 벌어졌다.

 

코로나19 1년, 지금은 복지관 입구에서부터 QR코드 입력과 체온 측정, 손 소독제로 꼼꼼하게 소독하는 과정이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이러한 코로나 시대에 맞춰 방역도 챙기고 복지 서비스도 실천해 나가겠다는 것이 서대문장복의 1차적인 목표다.

 

장애인 복지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인이 장애가 있는 것을 느끼지 않고 사는 것이라고 한다,

 

서대문장복 역시 장애인 복지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에 발맞춰 나갈 계획이다. 복지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세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도록 할 것이라는 문동팔 관장.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교류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사람 자체가 변화한다면 그에 따른 인식도 사회도 바뀌게 되리라는 그의 믿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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