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자녀 둔 부모들, 예체능 홈스쿨링 한계 토로

▲ 엄마와 아이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울타리[fence]: 모든 사람이 가족과 이웃이 되는 이야기들.

대부분의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부모와 가정, 학교 같은 ‘사회적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간혹 울타리 없는, 누구보다 울타리가 필요한, 울타리 밖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스스로 울타리를 걷어찬 이들도 있습니다. 코너 [울타리]는 그런 이웃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독자들의 관심이 그들에게 필요한 울타리가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신설한 코너입니다. 기사를 읽는 동안만큼은 마음의 울타리를 활짝 열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1. 뇌성마비 딸을 둔 A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9개월 가까이 자녀 셋과 집에서 지내고 있다. 남자인 큰아이와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라 그나마 자율 학습이 가능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 나이의 막내딸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밤 10시 넘어 귀가하는 남편은 매일같이 "오늘 밤은 내가 아이들을 재우겠다"며 호언장담하지만, 식사 후 소파에 앉자마자 코 골기 일쑤다. 그런 A씨에게 집안일 외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언택트 시대 학력 격차에 대해 다루는 뉴스를 본 것이 발단이었다. '먹이고 입히는 일 외에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구나' 하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동시에 '온종일 쉴 틈 없이 일하는데 왜 보람이 아닌 죄책감을 먼저 느껴야 할까' 하는 서글픔이 죄책감을 젖히고 앞자리를 차지했다.

#2. 여섯 살, 일곱 살 연년생 자녀를 둔 B씨. 큰아이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다. 어린이집이 등원이 불가하던 때 B씨는 집에서 두 아이의 선생님 역할을 자처했다. 인터넷에서 여러 가지 놀이를 찾아 아이들과 함께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도 큰 반항 없이 그럭저럭 엄마 말을 잘 들었다. 코로나 따위 버텨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B씨는 요즘 더 이상의 놀잇감을 찾지 못해 아이들에게 '독촉'을 받는 처지가 됐다. 본인의 창의력을 탓하게 되고, 미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에 처음으로 후회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장애 있는 아이, 집에서 미술교육 어떻게 하세요?"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집 안으로 구겨 넣은 요즘, 자녀의 학습 특히 미술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학원에 다닐 수 없으니 집에서라도 무언가를 해야 할 텐데, 배운 적 없는 것을 가르치기란 쉽지 않은 게 당연하다.

'코시국'이 찍은 새로운 물음표. 맘 카페나 지식인 등에서는 "아이들과 (집에서) 뭐 하고 노세요"라거나 "미술을 못 배운 게 한이다"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미술을 '가장 자유로운 영역이면서 반대로 가장 접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르치기보다는 스스로 깨우쳐가는 과목인 것 같으면서도, 기본을 바로 잡아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기울어질 것이란 걱정도 만드는 과목이다.

특히나 장애아동을 둔 가정에서는 장애 자녀의 감성과 감정을 두드리고 동시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하는 데 있어 미술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것을 체험했기에, 미술교육에 대한 고민은 더욱더 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미알못(미술을 잘 알지 못한다는 뜻) 엄마 아빠들은 난감하기만 하다. 아무리 유튜브를 검색해도, 지식인에 검색어를 입력해도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집에서 할 수 있는 미술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는 콘텐츠는 많지 않다. 장애가 중증일수록 더욱 그렇다.

서울 강서뇌성마비복지관에서는 이러한 부모들의 고민을 덜기 위해 복지관에서 진행했던 미술 프로그램을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도록 '키트'로 만들어 집으로 보내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부모가 손을 보태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터.

복지관 박세영 관장은 "아무래도 코로나19로 대부분 프로그램에 제약이 생기기는 했다"며 "이용 가능 정원이 정해져 있다 보니 치료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지금은 50%의 인원은 시설 이용이 가능해 반은 집에서, 반은 현장에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부모들이 곁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업 재활 시설 또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의 한 장애인 직업 재활 시설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가 센터에서 원예, 미술 활동하는 날을 매일 같이 기다렸다. 그 정도로 그 수업들을 좋아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센터에 나가는 날이 손꼽을 정도니 우리가 뭘 해주긴 해야겠는데, 얘(자녀)에게 어떤 수준이 맞는지, 뭘 같이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 현재 온라인에는 각종 교육 강좌 프로그램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장애 아동을 둔 부모의 관점에서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미술 교육 프로그램은 접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전문가를 집으로 불러들이는 일도 쉽게 할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

김포에서 비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C씨는 "미술교육은 장애 비장애 가리지 않고 모든 아동에게 매우 중요한 과목"이라며 "미술은 지도하는 사람의 손이 정말 많이 필요한 과목이다. 비장애 아동의 경우는 더 그렇지 않겠나. 그러니 학원에 다니지 못하더라도 미술교육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상향됐을 때, 집 안에만 머물러야 하는 장애인들 그중에서도 교육이 한창 필요한 시기의 중증 장애 아동들에 대한 미술교육은 정부에서 관심을 두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이 문제에 정부뿐 아니라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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