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두리에, 쪽 찌고 상투 틀어 올려 갓 쓰고…색다른 경험

▲ 17일 오전 10시 남산골한옥마을에서 2021년 성년의 날을 기념하는 '전통 성년례' 행사가 개최됐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성년의 날이라 하면 만 19세가 된 것을 축하하며 꽃과 향수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가장 먼저 날 것이다.

본래 고려 및 조선왕조 때 성인이 된 남자는 댕기머리 대신 상투를 틀고 여자는 댕기머리를 올려 족두리와 비녀를 꽂아 기념하던 '관례' 혹은 '성년례'가 성년의 날의 시초다.

현대에 와서 절차가 간소해지며 선물과 꽃을 주고받는 형태로 변화했다. 근래엔 전통 방식으로 성년례를 치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는데, 17일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전통 성년례를 재현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성년의 날은 만 19세가 된 이들에게 성인이 됐다는 자각과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우고 성년이 됐음을 축하‧격려하는 날로 지난 1973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2002년 월드컵둥이, "올해부터 만 19세 성인이랍니다"


주말을 시작으로 사흘 동안 내리 비를 쏟아낸 먹구름은 전통 성년례가 개최되는 이른 오전까지도 부슬비를 흩뿌렸다. 우중충한 채도에 활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우울한 풍경은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이들의 모습에 금세 총천연색으로 물들었다.

이날 행사는 국민의례를 거쳐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의 학생들이 준비한 고천의식(축하행사)을 감상하고 성년자 대표로 나선 미스터 트롯 출연자 남승민 씨와 농구선수 최서연 씨가 '성년자 결의'를 낭독했다.

올해로 만 19세가 된 행사의 주인공들은 온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외쳤던 2002년에 태어난 '월드컵둥이'들이다. 이와 더불어 다문화가정, 탈북 청소년 등 우리나라 문화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참석해 '전통'이라는 행사 이름이 어느 때보다도 빛났다.

▲ 초례를 치르며 녹차를 맛보는 참가자(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아직 앳된 티를 벗어내지 못한 이들은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가 여간 불편했던 모양이었던지,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감사의례 때 절을 올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며 비틀거리거나 휘청대기도 했다.

어설프면서 귀여운 아들, 딸들의 모습에 관람객들의 표정에서는 절로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다음으로 이어진 초례에서는 성인이 됐음을 인정하고 이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술잔을 내리고 술을 마시도록 허락하는 의식이 이뤄졌다. 다만 이날은 행사인 관계로 녹차를 따라 한 모금 맛을 보는 것으로 술을 대신했다.

마지막으로 성년례의 모든 의식을 마치고 성년이 됐음을 공표하는 '성년선언'이 이뤄졌다. 2명의 성년 대표와 20명의 참가자들이 미리 준비된 선언서를 낭독하며 성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을 선언했다.

행사에 참여한 이옥정 씨는 "오늘 행사에 참여해서 영광스럽고 타국에서도 이런 전통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고 예쁜 한복이 마음에 들고 머리에 처음으로 족두리를 얹어봐서 신기했다. 두고두고 기억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전지광 씨는 "이전에도 한복은 입어봤지만 성년을 맞이해 갓도 쓰고 도포도 입고 전통 행사를 참여해서 신기하다. 이제 정말 성인이 됐는데 빨리 대학교에 가서 새 친구도 사귀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성년례의 모든 행사를 마친 후 가수 남승민 씨를 만나기 위한 팬들이 일렬로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팬들은 저마다 선물을 품에 안고 남 씨의 성년을 축하하며 건네는 등 팬심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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