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박물관 철도문화해설사 이상용 씨

▲ 철도박물관 철도문화해설사 이상용 씨(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이준호 기자)* 굿업! 평생현역 코너는 인생의 후반전에서 새로운 일터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중장년을 만나러 갑니다. 굿업은 정말 대단하다는 Good Up과 좋은 직업(業)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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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거대한 묘지 같았다. 가뜩이나 긴 열차들이 부지 한편의 자리를 차지해 멈춰 서 있는 모습은 무척이나 생경했다. 과거에 얼마나 잘 달렸는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을 모셨는지 영광을 추억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들의 바퀴는 멈춘 채 움직일 줄 몰랐다. 하지만 그 앞에 선 이의 모습은 달랐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삶이 얼마나 멋지고 생동감 넘치는지 보여주는 듯했다. 철도박물관에서 만난 철도문화해설사 이상용(67) 씨 이야기다.

"은퇴 후가 더 바쁜 것 같아요. 인적 교류도 은퇴 후 만난 사람들과 더 만나게 되더라고요. 다양한 분야의 여러 사람과 만나게 되니 제 지식도 늘어가는 것 같고요, 저도 타인에게 경험과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게 되니 깊이 있는 이야기도 가능하고요. 제가 끊임없이 일을 찾아다니는 이유이죠."

이상용 씨는 평생을 초등학교 교단에서 활동해온 교장 출신. 40년 넘게 선생님으로 활동해오다 2015년 8월 정년퇴직했다. 원래 퇴직 후 계획은 따로 있었다. 한국어 교사가 그것. 영어 전공으로 외국인과의 소통이 어렵지 않은 데다, 평생을 교육자로 살았으니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숨 쉬는 것만큼 쉬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퇴직 전부터 준비해 한국어교원 자격증 2급을 따두었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였고, 진행도 순조로웠다. 코로나19가 오기 전까지.

"처음엔 무척 재미있었어요. 법무부에서 시행하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을 통해 영주권을 원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쳤죠. 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이 많았어요. 선생과 제자 관계로 만나다 보니 정도 많이 들더라고요. 한국살이에 대한 고민 상담도 하고, 근무시간에 쫓기는 외국인 근로자의 수업 참여를 위해 고용주를 전화로 설득한 적도 있었죠. 나름 민간 외교관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했어요."

▲ 철도박물관 철도문화해설사 이상용 씨(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BTS를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이 불면서 수요는 늘었지만 일을 유지하기는 더 힘들어졌다. 한국어 교사 지원자도 덩달아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정타를 맞았다. 코로나19였다.

"하려는 사람은 늘었는데 코로나로 교육 수요가 줄면서 일할 기회도 줄었어요. 2018년 시작했던 철도박물관의 철도문화해설사 일에 더욱 매진하는 계기가 됐죠. 한국어 교사 경쟁이 심해지면서 다른 일을 찾던 중 의왕시에서 난 공고를 보고 접하게 됐죠. 학교에 있을 때 아이들 데리고 현장 체험학습을 하러 갔던 곳이라 친숙하기도 했고요."

▲ 증기기관차를 설명 중인 이상용 씨. 그는 어린 관람객이라도 마니아가 많아 만만히 봐선 안된다고 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철도문화해설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관람객 앞에 섰을 땐 강단에서 가르칠 때보다 더 즐거웠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교육과정은 만만치 않았어요. 철도문화해설이라는 것이 역사적인 부분에서부터 기계적인 이론까지 모든 것을 다루다 보니 공부할 것이 많았죠. 특히 철도 분야는 마니아층이 있어서 이분들의 궁금한 부분까지 해결해주기 위해서는 겉핥기로는 안 돼요. 하지만 예전과 달리 교육평가 같은 것들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가르칠 수 있어 해설 자체는 너무나 즐겁습니다. 특히 초등학생 관람객들이 오면 더 신이 나요. 몇 학년인지 알면 아이들의 현재 교육과정에 맞춰 눈높이 교육을 해줄 수 있으니까요."

▲ 철도박물관은 철도의 구조나 장비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건 등 철도에 관한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철도문화해설사는 철도박물관과 코레일 인재개발원 측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2017년부터 철도문화해설 전문가 과정을 개설하면서 시작됐다. 약 80명 정도를 배출했고, 30여 명이 활동 중이다. 현재는 교통비 정도만 지급되는 봉사직에 가깝지만,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중장년 일자리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지난 3월 20일부터 박물관은 임시 휴관인 상태. 철도문화해설사들은 재개관만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정문영 관장은 "철도문화해설사 활동은 철도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개선하고, 철도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며, "철도문화해설사의 활동이 시작되면서 관람객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상용 씨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는 요양보호사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계발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일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돈만 좇지 않으면 얼마든지 여러 일을 만날 수 있거든요. 다른 분들도 산이나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다른 일과 경험을 찾길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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