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개발서 당사자 목소리 창구 미비... '안' 마련하고 수용요구하는 과정 달라져야

▲ 지난 12일 오전 서울역 인근 동자동 새꿈어린어공원에서 열린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쪽방주민·정의당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한 쪽방주민이 발언하고 있다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지난 4월 29일 서울특별시청 정문 앞에 중구 양동(남대문로 5가) 민간 재개발 지역 거주 쪽방 주민과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동에 최저 주거기준을 충족하는 정상주택 형태의 임대주택을 설립하고, 개발 전 건물주의 사전퇴거 대응에 나서라는 의견을 서울시에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시간 시청 안에서는 양동 재개발 관련 '2차 현안 사항 자문회의'가 열렸다. 관계기관과 전문가가 참석했고, 토지등소유주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주민단체는 회의 일정도 전달받을 수 없었다.

그간의 민간개발 양상이 대개 비슷했다고 시민사회는 입을 모은다. 중림동, 전농 1동, 현재 민간 재개발이 확정된 남대문로5가 역시 지난 2005년, 2016년 별도 이주 대책 없는 철거를 겪었다.

현행은 재개발 지구 거주민에 대해 임시주택 등 재개발에 따른 보상을 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민간 개발의 경우 다퉈야 하는 사안이'토지등소유주에 대한 보상 협의'로 집중되는 탓에 사업 당사자를 '토지등소유주'로 축소해온 까닭이라고 시민사회는 지적한다.

그렇다면, '쪽방주민'을 중심에 두겠다고 선언했던 공공개발의 양상은 다를까.

지난 12일 양동 길 건너 서울역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는 스무 명 안팎의 마을 사람들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쪽방촌 순환형 공공개발 사업 추진 개요와 주민 요구를 마을 사람들간에 주고 받는 주민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주민자치조직 '동자동사랑방'이 공공주택사업 거버넌스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동자동사랑방은 동자동 쪽방촌에서 지난 10여년 넘는 시간 자리를 지켜온 주민조직이다.

현재 동자동쪽방촌 공공개발 사업추진 전담조직(TF)에는 국토부, 서울시, 용산구, 공공기관과 돌봄조직인 쪽방상담소로 구성돼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는 당초 TF에 주민 당사자 조직인 동자동사랑방 역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그간의 주민협의체는 토지등소유자와 보상협의체로 진행되는 한계가 있었다"며 주민협의체에 쪽방 주민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동시에 동자동사랑방과 주민협동회의 거버넌스 참여 역시 보장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제언의 배경에는 국토부의 '공공주택 안'이 설정되는 동안 주민의 의사를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던 사실이 있다.

현재 국토부 안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은 18㎡(약 5.44평) 원룸형으로 약 3만 7000원의 월세로 공급될 예정이다. 주민 안과는 괴리가 있다.

주민들은 공공주택은 '임시거처'가 아니라 '영구임대주택' 성격을 띠어야 하며, 따라서 현재 안에서 변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사업시행 발표 이후 진행된 공람공고 절차를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이같은 의견을 전하고 논하는 자리는 아직 없다. 언제 진행될지도 불투명하다. 때문에 주민들의 요구는 여전히 '장외'에서 벌어진다.

▲ 지난 4월 28일 서울시청 앞에서 양동 재개발 구역 쪽방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전 퇴거 조치 중단 및 임대주택 공급 계획 수립을 하라고 서울시에 요구했다 ©팝콘뉴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쪽방주민을 사업이 다루는 '당사자'가 아니라 지원사업의 '수혜자'로 보기 때문에 여전히 이처럼 '공공이 안을 마련한 후 당사자 집단이 장외 투쟁을 통해 요구를 전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이 사업에서 쪽방주민과의 관계를 마땅한 '주거권'을 요구하는 시민과 시행 대리인으로 설정했다면, '안'의 구성부터 당사자와 논의했어야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쪽방주민뿐 아니라 장애계 역시 대부분 '장외에서' 권리를 요구해야하는 당사자들이다.

지난 4월 세종 장차연 준비위는 세종시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시교육청이 장애인 평생교육에 대한 책임 주체라는 점을 분명히 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세종 장차연은 최교진 교육감과 만나 요구안을 전달했지만, 당초 시와 교육청의 장애인 평생교육 정책 수립부터 지역 장애계와 함께 했다면 이 같은 과정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장애인 평생교육의 프로그램 설립 역시 '당사자의 목소리'보다는 각 복지시설에서 '결정'하면 당사자가 '따르는' 형태를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답답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각 지자체가 마을만들기 사업 등으로 키워냈고, 파악도 가능한 자조모임, 당사자 모임이 적지 않다. 발달장애인청년허브만 해도, 서울시 마포구에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이, 대구에 '안심마을'이, 홍성에 '홍동마을' 등이 있다.

당사자 목소리를 취합할 수 있는 조직, 창구를 새롭게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있는 창구를 쓰라는 것이다. 적어도, 지원사업과 복지제도의 수혜자가 아니라 권리 당사자로서 시민을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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