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미숙하고 가르쳐야 할 대상인가?

▲ 어린이의날 99주년, '○린이' 표현 괜찮을까?(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린이'라는 표현이 요즘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정 분야와 어린이를 합친 신조어로 어떤 분야에 처음 도전하는 초보자를 가리킬 때 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신생아라는 뜻의 '○생아' 표현도 곧잘 쓰인다.

주식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게 서툰 이를 가리키는 '주린이', 요리에 서툰 '요린이' 코인 투자에 막 첫발을 내디딘 '코린이' 등 상당히 넓은 범위에서 사용되는데 최근 이 단어들이 '어린이'를 비하한다는 지적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반포 당시에 '어린 백성이 니르고저 할빼이셔도'라고 말한 데서 '어린'은 '어리석은 이'를 뜻하는 말이었다.

이처럼 '어리다'는 단순히 '어리석다(슬기롭지 못하다)'라는 뜻만을 가졌지 나이가 어린, 적은 이들을 가리키는 표현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이가 적은 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아해놈', '애녀석' 등 아동을 낮잡아 부르는 표현이 보편적으로 사용됐던 시절, 방정환 선생은 어린 아동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이가 어린 이, '어린이'라는 표현을 1920년경부터 사용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린이' 표현이 유행하면서 점점 어린이를 낮잡아보는 뜻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에서 어린 여자아이를 가리키는 뜻으로 로리타(남자들에게 성적 매력이 있는 소녀)+어린이의 합성어 '로린이'를 사용한 데서 유래가 시작됐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해당 단어는 2013년 6월경 일베 이용자 중 임용고시에 합격해 초등학교에 부임한 A씨가 사용한 단어다. 당시 A씨는 자신이 맡은 초등학생들을 '로린이'로 지칭해 쓴 글이 논란이 되며 임용이 취소된 사건이 있었다.

그 이후로 '○린이' 표현이 점차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린이' 표현을 넘어 '○생아'라는 표현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특정 분야와 신생아의 합성어로 '○린이'와 비슷한 용례로 사용되나 더 강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용의 주체는 주로 어른들이었기에 어린이를 폄하하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단어라는 의식은 옅었다. 어린이날이 가까워져 오자 일부 누리꾼들이 어린이라는 표현을 미숙하고 서투르다는 뜻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해당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세이브더칠드런도 이러한 의견에 궤를 같이했다. 어린이날 99주년을 맞아 '아동에 대한 차별의 언어, 바꿔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4일 발표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전 세계 모든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서 특별한 보호와 존중을 받을 존재로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아동을 온전한 인격체로서 정중하게 대하고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나상민 팀장은 "많은 사람이 이러한 표현을 단순히 귀엽거나 재미있는 단어라 여기고 있지만 사실 이 표현은 아동을 불완전한 존재로서 모자라고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아동에 대한 차별의 언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을 권리를 가진 주체로서, 인격체로서 존중하기 위해서는 어른들 스스로가 ‘-린이’ 표현 사용을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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