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식 처방 아닌 철저한 분석 통한 실질적 대책 세워야"

▲ 27일 국제아동인권센터, 정치하는엄마들 등 4개 단체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학대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시민사회가 아동학대 근절 대책 수립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 책임을 명시한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27일 국제아동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위원회(이하 민변 아동위), 사단법인 두루, 정치하는엄마들 등 4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양천아동학대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아동학대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그동안 아동인권 관련 시민단체는 처벌강화와 급조된 대책만으로는 더이상 아동학대 사망사고를 막을 수 없다며, 아동의 사망에 대한 철저한 진상 분석을 전제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 내 왔다.

특히, 그간 시민단체 등 민간 수준에서 조직한 진상조사위원회가 정보 수집이나 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데 한계를 보여온 만큼, 정부 수준의 조사위 구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13년, 2016년 조직된 시민단체 중심 조사위는 당시 학대피해 아동의 죽음을 추적한 '이서현보고서'와 '은비보고서'를 발행, 정책 발의까지 진행했으나, 정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틀의 부재로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 제시된 정책제언으로는 출생등록 의무화,상담원·전담공무원·경찰의 상호통보와 동행출동 등이 있다. 후자는 최근 가동을 시작했고, 전자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지난 2월 발의된 아동학대특별법은 대통령 산하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신설을 골자로, 위원회의 책임과 권한을 정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아동학대 진상조사위는 지난 3년간 발생한 특정 아동학대사망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 이에 기반해 근절대책을 포함한 조사 보고서를 발행하게 되며, 정부는 조사위가 제시한 대책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마한얼 변호사는 "민간에서 작성한 조사보고서에 대해 정부는 반드시 정책으로 반영해야 할 의무로 여기지 않았다"며 "(민간) 진상조사에서 제안된 정책 중 많은 것이 아직도 실현되지 않았거나 (쟁여두었다가)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책상 서랍 속 사탕처럼 하나씩 꺼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특별법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아동학대가 단순히 한 부처에 국한돼 대응과 조사, 정책수립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부서 통합적 조사를 위해서라도 특정 부서 산하가 아닌 독립적 조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별법이 안건으로 상정된 지난 2월 임시국회를 통해 김미애 위원은 별도의 특별법 제정을 통한 대통령 산하 조사위가 아니라 국회 차원의 조사위 조직 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마한얼 변호사는 "보건복지부 산하 진상조사위는 법무부나 행정안전부 등의 업무에 대해 전문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고, (상위 조직인) 보건복지부에 개선의견을 제시하기도 쉽지 않다"며 "모든 부처를 종합해 조망할 수 있고, 모든 부처에 대해 독립적인 위치에 위원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특별법이 참고하고 있는 영국의 '클림비 보고서'의 경우, 2000년 영국 정부와 의회가 구성한 법정 진상조사단을 통해 2년간 조사가 진행된 끝에 발간됐다.

학대피해아동 클림비의 죽음을 270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좇았으며, 108개의 재발방지를 위한 정책제언이 담겼고, 이를 기반으로 한 녹서 의회 제출, 실현을 위한 아동법 통과가 잇따라 진행된 바 있다.

또한, 현재의 '땜질식' 처방으로는 사망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짚으면서,특별법이 명시하고 있는 '향후 상설조사기구 운영계획안'을 마련하는 등의 장기 대책 수립의 필요성도 짚었다.

4개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처벌을 강화하고,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고, 2회 신고 시 즉시 분리하고, 살인죄를 적용해도 우리는 아이들의 죽음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급조된 대책들로는 결코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정부와 국회는 겸허히 인정하고 '죽음에서 배울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동학대특별법은 오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소소위원회에 회부된다. 이번에 통과되지 못하면, 다음 임시국회까지 법안 논의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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