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즐겁게 배우는 올바른 재난 대응법

▲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목동재난체험관(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번화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방 탈출' 간판이 곳곳에 눈에 띈다. 방 곳곳에 숨겨진 트릭을 풀고 탈출해야 하는 방 탈출은 요즘 세대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탈출의 무대가 되는 배경도 마법학교, 정신병원, 감옥, 좀비 등 이색적 요소가 많아 한 곳을 여러 차례 방문하는 단골도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목동에 건립된 한 체험관이 방 탈출 게임 요소를 적용해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목동재난체험관'이다.


교육과 오락이 합쳐진 국내 최초 에듀테인먼트(교육 + 오락) 체험관


▲ 빗물저류배수시설 홍보관에 대해 설명하는 오민호 매니저와 방문객 김진호 씨, 김예나 양(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서울시가 2020년에 건립한 목동재난체험관은 홍수와 태풍, 지진과 화재 등 자연재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체험형 시설을 통한 올바른 대처 방법 등을 알려주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체험관이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이용 가능하며 에듀테인먼트 체험관답게 직접 체험하고 즐기면서 재난 대처법을 배울 수 있다. 시설 이용료는 무료이며, 20일 방문한 목동재난체험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소수 인원 제한으로 예약 운영 중이었다.

목동재난체험관 바로 옆에는 빗물저류시설이 위치해 있어 체험관 1층 내부에 빗물저류시설 홍보관과 함께 우리 일상 속 위험요소들을 분류별로 나눈 키오스크 체험관이 설치돼 있다.

2010년, 서울에 대규모 침수가 발생하면서 통제 불가능한 침수 발생을 막기 위한 '대심도 저류배수터널'이 마련됐다. 홍보관에선 빗물저류배수 시설이 무엇이며 어떻게 생겨났는지, 폭우로 인한 홍수 및 침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영상을 통해 소개한다.

터널형으로 조성된 빗물저류시설 홍보관을 벗어나면 커다란 벽면 TV 두 개와 DDR(펌프게임)을 연상시키는 패널이 바닥에 설치된 '빨리 대피하기' 코너와 마주친다.

지진/화재/풍수해 상황에서 제자리 뛰기와 선택지 고르기를 통해 안전한 장소로 빠르게 대피하는 게임이다. 체험을 원하는 재난 상황을 골라 오른쪽/왼쪽 패널을 번갈아 밟아주면 화면 속 1인칭 시점의 인물이 그에 맞춰 걷거나 달리며 재난 상황을 피해 도망간다.

▲ 가상 화재를 피해 열심히 달리고 있는 김예나 양과 이를 지켜보는 김진호 씨(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직접 몸을 움직이는 체험형 게임인 만큼 어린 방문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설 중 하나다. 게임을 마치고 나면 대피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렸고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렸는지 화면에 표시돼 옆에 이용자와 경쟁도 가능하다.

바로 옆에는 화재 시 불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화 셔터가 설치돼 있다. 유사시 방화 셔터의 문을 열고 탈출해야 할 때 일반 문과는 달리 무게가 상당하므로 직접 열어볼 수 있도록 조성됐다.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타인에게 도움을 청할 때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도록 돕는 체험시설도 있다. 체험관 한편에 마련된 부스 안에서 "도와주세요"를 외치면 소리 데시벨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해주는 시설이다.

1층의 마지막 체험 시설로 4개의 키오스크가 설치된 장소에서는 자연재난/사회재난/생활안전/응급처치로 분류해 각 키오스크별로 상황별 필요한 응급조치나 재난 대응법을 알려준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재생되며 중간중간 사용자의 체험을 유도하는 미니 게임들이 있어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몰입해서 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재난 탈출, 올바른 대응으로 '암호' 풀어라


▲ 지진 및 쓰나미, 홍수 체험 시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2층에는 본격적인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재난방탈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홍수 ▲태풍 ▲지진 ▲쓰나미 ▲화재 ▲폭염 ▲가뭄과 같은 재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직접' 행동으로 배우게 된다.

방에 들어가기에 앞서 안내 직원이 암호를 입력할 수 있는 태블릿을 나눠주고 간단한 설명을 진행한다. 처음으로 들어가게 되는 방은 홍수·태풍 방으로 일반 가정집 내부처럼 꾸며져 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버튼을 누르면 제주도서부터 서울로 강력한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긴급 속보가 TV를 통해 방송된다. 벽에 설치된 LED 패널은 창문 역할을 하는데, 잔잔한 바람이 부는 바깥 풍경을 보여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살벌한 효과음이 제법 그럴싸한 분위기를 연출해 고요했던 방 안은 순식간에 재난 한복판 놓인 듯 캄캄해졌다. 이날 체험관을 예약 방문한 김진호 씨(가명)와 딸 김예나 양(가명)은 분주하게 방을 돌아다니며 탈출을 위한 단서를 모았다.

손전등을 찾아내고 가스 밸브를 잠그면서 태풍이 상륙했을 때 취해야 할 올바른 행동을 하면 숫자로 만들어진 암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하나하나 모은 암호를 입력하면 첫 번째 방을 탈출할 수 있다.

다음방은 지진·쓰나미·산사태 방이다. 설치형 기구를 통해 실제 지진 강도를 체험해볼 수 있으며 쓰나미를 대비해 대피해야 할 안전한 장소로 가야 암호를 얻을 수 있다. 안전을 위해 높은 강도로 흔들리지는 않았지만 벽에 영사되는 영상 속 건물과 도로는 지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 레이저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 중인 김예나 양과 김진호 씨(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이런 식으로 재난 상황을 연출한 방의 임무를 차례로 클리어하면 마지막 방을 빠져나갈 수 있는 최후의 암호를 얻게 된다. 방을 탈출하면 마지막 코너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이메일로 보낼 수도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VR(가상현실) 체험은 할 수 없었지만 차후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잡힌다면 VR 체험도 가능할 전망이다. 아울러 모든 체험을 마치면 꼼꼼한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어 코로나19에 대한 염려도 덜 수 있다.

이날 자녀와 함께 재난 체험관을 방문한 김진호 씨는 "이렇게 게임을 하면서 재난에 관해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은 것 같다. 아이가 즐거워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목동재난체험관의 이수정 팀장은 "곧 가정의 달을 맞이하는데 소수 정원으로 진행돼 코로나19 방역수칙도 철저히 지키면서 재난에 관한 공부도 재밌게 할 수 있는 저희 목동재난체험관을 방문하시는 것은 어떨까요"라며 체험관 방문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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