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주최, 시각장애인 운전 기회 제공

▲ 20일 서부운전면허시헙장에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주최로 시각장애인에게 운전 기회를 제공하는 '소원을 말해봐' 이벤트가 열렸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핸들도 잡고, 커브도 돌아보고 어느 정도 속도도 내보고 할 거예요. 옆에 시험관님이 제어를 해줄 테니까 너무 긴장은 하지 마시고요."

'커브'와 '속도'라는 단어에 일동 탄성이 터져나왔다. 햇볕을 조금 비켜간 벤치에 나란히 앉은 참가자 다섯 명의 얼굴에 순간 기대와 함께 긴장의 빛이 스쳤다.

20일 이른 오후 도로교통공단 서부면허시험장에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이하 실로암복지관) 주최로 시각장애인에게 운전 기회를 제공하는 '소원을 말해봐' 이벤트가 열렸다.

마흔한 번째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열린 해당 이벤트는 시각장애인이 평소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소원을 실현해주는 것이 뼈대로, 이날 서부면허시험장에는 '운전'을 소원으로 적어낸 다섯 명의 시각장애인들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나이대도, 직업도 다양했는데, 운전을 소원으로 적어낸 만큼, 행사 참여에 대한 열의는 모두 높았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최시영 씨(33세)는 "선천적으로 시각장애가 있다보니, 평생 할 수 없는 일이 운전이었다"며 "네비게이션을 켜고 차를 타면 '4시 방향 우회전', '시속 몇 킬로' 이런 안내음이 나오지 않나. 그 안내음대로 운전을 하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고 기대의 목소리를 전했다.

강유경 씨(32세) 역시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모두 운전을 하셨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운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자라왔는데 중도 실명을 하다보니 운전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운전이 소원"이었다고 전했다.

▲ 1부 운전 시뮬레이터를 체험을 진행 중인 강유경 씨 © 팝콘뉴스

특히, 참가자들은 실제 운행을 진행하는 2부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내비쳤다.

행사는 시험장 내 운전 시뮬레이터를 통한 단기속성 기본기 강습이 1부, 실제 시험장에서의 운행이 2부로 구성됐으며, 1부와 2부 모두 도로교통공단 직원들이 강사 겸 시험관이 돼 함께했다.

2부는 실제 버스 시험장으로 이용되는 대형기능시험장 일부를 시험관과 함께 한 바퀴 도는 것이 내용이었다. 약 570m 코스 안에 직선, 오르막, 커브, 횡단보도 등 다양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박명수 씨(46세)는 "실제로 탔을 때 엑셀을 얼마나 밟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스포츠카를 몰면서 한 번 빠르게 달려보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그렇게까진 못할 것 같지만, 비슷한 기분을 내보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기대를 전했다.

첫 번째 운전석에 앉은 것은 최시영 씨. 천천히 안전띠를 맨 최시영 씨 옆 좌석에 시험관이 앉았다. 최 씨는 시험관의 지도에 따라 천천히, 빠르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량 바퀴가 거세게 돌았다가 잦아들었고, 차량은 곧 부드럽게 출발했다.

'출발'이라고 적힌 흰선을 넘어서 오르막을 오르고 커브를 돌고 잠시 멈춰섰다가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동안 다음 차량, 또 다음 차량이 출발했다. 차량이 모두 돌아오는 데는 크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의 표정은 한결 즐거워보였다.

▲ 운전석에 앉은 최시영 씨가 옆좌석에 앉은 시험관으로부터 브레이크 사용법 등을 듣고 있다 © 팝콘뉴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한 번 더!'를 외치며 코스를 한 차례 더 돌았다.

코스를 두 번 운행하고 돌아온 강유경 씨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밟기도 꺾기도 무서웠는데, 두 번째는 엑셀 밟는 느낌이나 브레이크 밟는 느낌을 좀 알겠더라. 더 재밌었다"며 들뜬 마음을 전했다.

특히, 오르막 코스가 기억에 남는다고 강 씨는 덧붙였다. 강 씨는 "언덕에서 잠깐 멈췄다가 다시 내려가려고 할 때, 차량이 살짝 뒤로 넘어가더라. 브레이크를 뗀다고 차가 뒤로 갈 거라는 생각을 못해서 나도 모르게 엑셀을 밟게 되더라"는 설명이다.

박명수 씨 역시 "하면 할 수록 나아질 것 같은 느낌"이라며 "시각장애인들은 안내하는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편안함을 느끼거나 불안감을 느끼거나 하는데, 가르쳐주시는 분이 워낙에 잘 안내해주셨다.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같은 기회가 한 번 더 있었으면 한다는 목소리도 전했다.

박명수 씨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많아져서 다른 분들도 좋은 체험을 했으면 좋겠다"며 "이뤄질 수 없는 꿈도 있는 거겠지만, 이뤄질 수 없는 꿈을 간점접으로 이룰 수 있게 지원은 할 수 있는 문제지 않겠냐"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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