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③]마을을 아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케어'...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성미산마을 부모 자조모임에서 시작... "마을만들기 마을에서 할 필요"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1/04/19 [10:07]

[장애인의 날③]마을을 아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케어'...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성미산마을 부모 자조모임에서 시작... "마을만들기 마을에서 할 필요"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1/04/19 [10:07]

▲ 함께주택 협동조합 1층에 자리하고 있는 사부작 전경. 나무에 걸린 그림은 마카롱 사부작 발달장애청년활동가의 작품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정찬 씨는 요새 뭐해요?"

 

성미산마을 모임에서 나온 한 마디가 시작이었다. 성미산학교 졸업생, 발달장애청년 정찬 씨를 졸업 후 통 보기 어려워졌다는 질문이었다.

 

마을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던 학생들이 청년이 되면서 모습을 감추다니 '이상하다'는 데 말이 모였다. 마을에 발달장애인청년들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데 다시 마음이 모였다.

 

2018년 마을에 '출동'한 사부작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

 


마을 사람을 아는 마을조직


 

사부작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성미산마을'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성미산마을'은 마포구 마을 공동체로, 여타 마포구 마을조직의 축이 되는 단위다. 마을 사람들의 출자로 마련한 카페 '작은나무'를 마을의 사랑방 삼아, 대안학교 성미산학교, 마을화폐 모아, 마포돌봄네트워크 등이 따로 또 같이 활동하고 있다.

 

사업의 내용은 제가끔이지만,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기획한다'는 기본 원칙은 같다. 당사자의 필요에 따라 공동체가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도 특징이다.

 

소피아 사부작 대표는 "성미산마을은 '공동육아' 조직으로 시작됐다. 아이가 크고 공고육이 시작되자 '이건 아니'라는 마음이 모이면서 시작된 것이 '성미산마을학교'"라고 설명했다.

 

자녀가 성미산마을학교를 졸업하자, 마을과 연결되는 '고리'가 다시 사라졌고, 이에 따라 '출동'한 것이 '사부작'이라고 소피아 대표는 덧붙였다.

 

사부작의 화두는 발달장애청년을 '아는' 사람을 만들기, 그리고 발달장애청년이 '아는' 사람을 만들기였다. 다만, 다른 마을조직과 같이 '당사자의 목소리'를 가장 중심에 둘 것을 원칙 삼았다.

 

사부작의 '길동무연결' 프로그램이 이같은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다.

 

'길동무연결'은 발달장애청년과 마을의 길동무(조력자, 친구)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이다. 발달장애청년 활동가가 좋아하는 활동이 있다면, 이를 함께할 수 있는 길동무를 찾아 '동아리'를 만드는 것이 뼈대다.

 

그림모임 '모던양파', 요리 동아리 '먹고보자', 책을 읽고 그림이나 음악으로 표현하는 '책읽기모임' 등 기본적으로는 '취미모임'이지만, 마을에 발달장애청년들의 자리를 만들어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취미활동을 통해 발달장애청년들을 알게 되면서, 마을활동에서도 발달장애청년 관련 의제를 꺼내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을조직들이 '마을활동'을 기획할 때 '마을에 있는 발달장애청년'을 염두에 두게 되더라"는 설명이다. 

 

길동무연결 동아리인 '모던양파'에는 마을행사에 필요한 그림 의뢰가 종종 들어온다. 

 

지난해 발달장애청년 활동가들은 마포돌봄네트워크의 기념일에 키다리아저씨 빵집에 케이크를 배달하고 함께 노래하고 축하하는 활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되살림을 홍보하는 '골목패션쇼' 프로젝트를 함께 했고, 올해부터는 마을 쓰레기 줍는 활동인 '줍줍'이나 재활용이 어려운 종이팩을 모아 주민센터에 전달하는 배달활동도 할 예정이다.

  

이같은 마을활동을 발달장애청년의 '일'로 확장하려는 기획도 해보고 있다.

 

소피아 대표는 "(케이크 배달) 활동에 대해서는 소정의 활동비를 지급했다. 모던양파의 활동가 '마카롱'이 그린 그림도 마을활동에 사용될 경우에는 사용료를 지급한다"며 "발달장애인청년이 직업을 갖기는 정말 어렵다. 하지만, 마을활동도 직업이 될 수 있다면, 그렇게 직업의 '경계'를 깨뜨릴 수 있다면, 발달장애인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부작 발달장애청년 활동가들은 성미산마을의 다양한 마을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사진은 사부작 정원에 놓인 '성미산골목정원가꾸기' 결과물  © 팝콘뉴스

 


옹호받고 옹호하는 경험


 

마을활동의 '이용자'가 아니라 기획자 겸 활동가로서 발달장애청년들이 참여한다는 아이디어는 최근 마포 민관협치사업으로 진행 중인 '옹호가게' 프로젝트에서도 드러난다.

 

'옹호가게 프로젝트'는 마포 발달장애청년에게 단골가게가 어딘지 질문하고, 해당 가게를 찾아가 '옹호가게'라는 이름과 스티커를 선물하는 프로젝트로, 지난 2018년부터 지금까지 스물다섯 곳의 가게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민관협치사업으로 전환하면서는 성산·망원 지역과 상암지역을 나눠 지역 당 다섯 명의 발달장애청년을 인터뷰해 단골가게를 찾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해당 활동에서도 주가 되는 것은 '옹호가게 늘리기' 보다는 발달장애청년이 자신이 옹호받았던 경험을 설명하고, 그 가게를 옹호하는 활동을 같이 해보는 과정 자체다.

 

소피아 대표는 "어떤 가게를 이용하고, 그 가게가 어떤 점이 좋았는지 등을 묻는다. 그러면, 인사를 해줘서 좋다, 내 이름을 불러주더라, 같은 대답이 나온다"며 "마을활동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면서 청년들도 그렇고, 부모님들이 참여하며 정말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사부작은 인터뷰 후에 서른 곳 정도 옹호가게를 선정할 계획이다. 기존 다니던 가게를 선정해서, 인터뷰 나눈 가게들을 활동가 한 명과 발달장애인 한 명이 한 조가 돼 방문한다.

 

2019년의 성미산학교 무경계팀과 함께 한 활동처럼 가게 사장님 인터뷰 역시 기획 중이다.

 

사부작은 지난 인터뷰를 통해 발달장애인청년이 가게 사장님의 '경계'를 깨는 작업을 함께 했다는 점을 부각한 바 있다.

 

소피아 대표는 "(사장님들이) '알게 되니까 불안하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더라"며 "처음 청년이 왔을 때는 계산이 오래 걸려서, 불편하면 소리를 지를 수도 있어서 초조하셨는데, 자주 만나게 되니까, 기다리고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하면 나아지는구나 알게 됐다고, 알게 되니까, 다른 손님들에게 설명해주면 되겠구나, 싶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옹호가게는 '아는 사람'을 다른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해주는 또다른 '길동무'를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 성미산마을 카페 '작은나무'의 외벽에 '옹호가게' 목판이 붙어있다. 목판이 붙은 곳은 작은나무와 생협 두 곳뿐이다. 사부작을 다녀간 다른 마을 조직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라고.  © 팝콘뉴스

 


불씨만 붙여준다면


 

사부작의 올해 목표는 민관협치 사업을 잘 마무리해, 사부작이 지금까지 쌓아온 마을조직 노하우를 모델로 정리해, 방법을 찾고 있는 다른 지역의 마을조직과 나누는 데 있다.

 

소피아 대표는 "(사부작이 만들어지기 전) 발달장애청년들은 성미산학교를 졸업하면 마을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졌고, 돌봄의 무게는 가족에게 고스란히 쏠렸다. 물론 성미산마을이니까, 마을에서 나몰라라 했던 건 아니다. 다만,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랐던 것"이라며 "다른 지역에서도 방법을 몰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목표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매년 '마을중심의 커뮤니티케어'를 논의하는 포럼을 개최할 계획도 밝혔다.

 

사부작은 지난 2019년 대구 안심마을, 홍성 홍동마을과 '마을과 장애, 연결의 힘' 포럼을 주최한 바 있다.

 

소피아 대표는 "정책을 만들어만 놓으면 잘 실현되지 않는다. 그게 잘 실현되기 위해서는 마을 중심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며 "우선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자리로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로 아름다운재단 변화의시나리오 공익단체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통한 지원이 끝나는 만큼, 사부작은 조직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올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한 번 더 변화에 나선다.

 

"성미산마을에서 성미산마을학교로, 일자리 사업인 성미산좋은날 협동조합으로, 발달장애청년의 필요에 따라 조직이 계속 분화하고 통합돼 왔다. 아마 향후 발달장애청년의 '주거 자립'이 화두가 되면, 다시 주택문제도 마을이 고민하게 될 것 같다. 나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고, 이 일이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게 무척 힘이 된다"고 말하는 소피아 대표의 목소리에 자신이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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