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 개정 및 생활동반자법 입법 촉구

▲ 방송인 사유리 씨와 그의 아들 젠(사진=사유리유튜브).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얼마 전 방송인 사유리 씨가 정자은행에서 기증받은 정자를 통해 임신해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알리며 화제를 모았다.

비혼 출산이라는 새로운 가족 형태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는데,가족의 범위와 개념이 확장되는 반면 관련법은 과거에 머물러있어 개정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장관 정영애)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족 관련 법령 개선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이날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가족의 정의 확대와 '건강가정' 용어를 가치중립적인 ‘가족’으로 변경하고 국회에 계류된 '건강가정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점차 다변화되는 '가족'의 개념


우리 사회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족 구성이 다양해지고 가족 개념에 대한 인식도 확장, 변화되고 있다.

2010년에 23.9%였던 1인 가구가 2019년엔 30.2%로 증가했으며, 현재까지도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는 중이다. 또한 전형적인 '가족'으로 인식되던 '부부와 미혼자녀' 가구 비중은 2010년 37%에서 2019년 29.8%로 감소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5월 만 19세 이상 79세 이하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의하면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데 동의하는 이가 69.7%로 나타났다.

함께 거주하지 않고 생계를 공유하지 않아도 '정서적 유대'를 갖고 있는 친밀한 관계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9.9%였다.

이외 본인 또는 자녀가 결혼하려는 상대방 가족의 형태에 대한 수용도 문항은 한부모 가족(81.2%)과 입양 자녀(80.4%), 다문화 가족의 자녀(79.7%), 재혼가족의 자녀(78.9%), 미혼모ㆍ부의 자녀(60.8%)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비혼 동거 가족의 자녀는 48.2%만이 수용 가능하다고 답해 여러 가족 형태 중 가장 수용도가 낮았다.

현행 법령에서는 가족을 혼인 및 혈연에 기초해 정의하고 있는데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기 위해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과 비혼 동거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데에 응답자의 61.0%가 찬성했다.

이처럼 이미 사회 변화에 발맞춰 시민 인식은 유연하게 바뀌고 있지만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 건강가정기본법(2004년 제정)을 비롯해 관련 법들은 구시대적 '가족' 개념에 갇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법무법인 원의 조숙현 변호사는 "현행법에 따라 위탁가정, 노년 동거 등 국가가 지원해야 할 정책 대상에 실제 지원이 필요한 현실의 가족이 포함되지 못하고 있어 가족의 정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강가정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 발의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9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사실혼, 주거공동체, 생활동반자…"모두 가족"


전통적으로 가족이라 하면 남녀가 결혼해 아이를 낳은 가족을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 함께 산 사실혼 관계, 친구나 지인들이 모여 사는 형태의 주거공동체, 동성 간의 동거 등 다양한 주거 및 가족 형태가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분명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법이 규정하는 가족의 형태에 해당하지 않아 실생활에서 받아야 할 법적 보호와 혜택 등에서 벗어나 있다.

고용 및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이 불가능하며 비혼 출산을 하게 돼도 출산 휴가는커녕 돌봄 휴가를 받을 수 있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심지어 상대방이 사망해도 장례식조차 치를 수 없다. 법적인 '가족'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혼여성공동체 emif 강한별 공동대표는 "법이 규정하는 가족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아 겪는 가장 현실적인 어려움은 대출이다. 분명 1인 가구가 아님에도 1인 가구에 해당하는 대출만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신변의 위협을 받았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수술 시 보호자만이 가능한 수술 동의서에 동반자가 서명할 수 없다는 어려움 등이 있다. 가장 작은 사회 단위인 '가족'에 속함에도마땅히 받아야 할 법적 보호에서 벗어나 있어 실생활에서 많은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법의 보호 영역 밖에 있다 보니 생활 속 어려움, 제도 내 불편함을 겪는 이들이 모여 '생활동반자법'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생활동반자법이란 기존의 혼인 관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동반자 관계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이미 19대 국회에서부터 추진됐으나 동성 결혼의 법제화를 반대하는 이들의 거센 반발로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인 법안이다.

서울여대 정재훈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가족이 해체되는 것은 산업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이자 흐름이며 앞으로도 가족 형태가 다양하고 세분화되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갈 것"이라며 "전통적인 가족 구성의 변화에 따라 가족관련법 개정, 생활동반자법의 입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하며 특히 아이를 키우는 모든 가족 형태에 많은 보호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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