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말하면서도 '적정 합의금' 조건 못 박아.. SK "서둘러 합의 않겠다"

▲ 5일 오후 LG에너지솔루션이 온라인 컨퍼런스콜을 열고 ITC가 발표한 판결문 관련 질딥을 진행했다 (사진=LG 온라인 컨퍼런스콜 캡쳐)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이 SK이노베이션(이하 SK)과의 '상생'을 말하면서도 '적정합의금'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5일 오후 LG는 온라인 컨퍼런스콜을 열고,당일 아침(국내시간)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발표와 관련한 당사의 입장을 발표했다.

ITC는 지난 2월 10일 앞선 SK의 조기 패소 판결을 확정하며 LG의 손을 들어주면서 판결문 전문이 아니라 일종의 축약본을 제시한 데 이어 5일 오전 전문을 통해 구체적인 판결 근거를 제시했다.

이날 LG는 "미래산업에서 기술의 중요성에 더해, 영업비밀이라는, 특허와는 다른 가치를 확인해 준 이정표같은 판결"이라며 다시한번 환영의사를 밝혔다.

LG는 "(지난 10년간) LG의 배터리 R&D비용이 5조 3천 억 원 수준"이라며 "경쟁사가 최소 5조 3천 억 원의 부정한 이익을 취한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한,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부품을 구매하는 정상적인 자동차 업체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고 ITC가 판단한 것이라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LG는 SK가 오전 중 ITC 판결문에 대해 "실체적인 검증 없이 소송 절차적인 흠결을 근거로 결정"했다고 지적한 데 대해 재반박했다.

한웅재 전무는 "ITC는 조사권한이 있고 그에 따른 결정도 내릴 수 있는 기관"이라며 "2년에 걸친 충분한 조사와 이해관계인의 의견 청취 등 깊은 고민을 통해 낸 결정"이라며 SK에 해당 결정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또한, LG는 합의금 규모에 대해서도 "시장에 알려진 대로 (LG제시 금액과 SK제시 금액이) 조 단위 차이가 나는 게 맞다"고 확인했다.

LG는 미국 연방비밀보호법에 의거한 영업비밀 탈취에 대한 손해배상 기준에 따라 합의금을 산정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제도에 따르면, ▲경쟁사의 행위를 통해 당사가 입은 과거의 손해 ▲미래의 손해 ▲최대 200%의 손해배상 ▲변호사를 포함한 소송 관련 비용을 더해 경쟁사에 합의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이날 LG는 작년부터 이를 기준으로 합의금을 제시해왔으며, 향후에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합의금 산정 방식에 대해서는 SK의 대응에 따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장승세 LG 전무는 "최근 메디톡스 케이스 사례를 보면, 합의금이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일시금 현금 배상, 두 번재는 지분, 세 번째는 매년 매출의 일정 퍼센트를 나눠받는 로열티 형식"이라며 "이 세 가지 형태의 합의금 산정 방식을 섞어서 수용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총액이 '적정 합의금'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은 견지했다.

메디톡스-대웅제약의 경우, 약 4,000억 원의 합의금 총액이 발생했다.

LG는 ▲수입금지 판결은 21개월 수준이라는 점 ▲사건이 발생한 보톡스 시장이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에 못 미치는 규모라는 점 ▲전직자 규모가 세 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이 적정한 배상액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의금 규모를 언급했다.

한웅재 전무는 "회사의 기본 입장은 상생"이라면서도 "무한정 문이 열려있는 것은 아니"라며 "총액에 근접해야 협상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총수간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SK이노 "BOM 참고할 이유 없어... 서둘러 합의 않겠다"


LG는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ITC가 침해사실을 인정한 11개 카테고리의 22개 영업비밀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BOM(원자재부품명세서)'라고 언급했다.

BOM은 부품 제조에 사용한 재료와 출처, 가격, 재료 상세 등이 담긴 명세서다.

SK는 이같은 LG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SK관계자는 "BOM은 명세서일 뿐이다. 설령 전직자가 가져와서 보관했다고 하더라도 우리한테 아무 필욕 없는 자료"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이날 LG가 SK의 "제조공정이 다르다"고 언급한 데 "배터리 공정은 업체마다 거의 비슷하다"고 재반박한 데 대해서도 다시 반박에 나섰다.

SK관계자는 "(셀을) 쌓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고, 투입하는 원료 혼합 배율 등도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합의금에 대해서도 LG가 요구하는 합의금 규모가 '터무니없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SK관계자는 "몇 조를 요구한다고 하면, 우리가 미국에서 향후 10년간 사업을 한다고 해도 벌 수 없는 금액이다. 사실상 미국에서 사업하지 말란 얘기와 같다"며 "서둘러서 합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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