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접느냐, 합의 하느냐 기로... 업계 "합의금 지급해도 큰 상흔 남을 것"

▲ 지난 10월 경북 안동에서 열린 '제7회 21세기 인문가치포럼'에 참여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SK그룹)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최태원 회장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에서 LG 측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합의를 위해 필요한 자금이 최소 2조 원을 웃도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데, 최태원 회장의 결단에 업계 눈과 귀가 쏠릴 전망이다.


SK, 사업 접느냐 합의 하느냐 기로... 업계 "합의로 가닥잡을 것"


지난 10일 ITC가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간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의 패소로 최종 판결을 내린 데 따라, SK는 향후 10년간 미국 내에서 배터리 완제품을 포함해 셀·모듈·팩, 원재료 등을 생산 및 수입할 수 없게 됐다.

미국 시장에 끼칠 피해를 우려해, 포드사의 F-150 모델, 폭스바겐의 MEB 플랫폼에 적용되는 SK배터리는 각각 4년, 2년간 예외적으로 유통을 허용했지만, 이외의 물량은 이미 수입 및 생산 된 부분까지 전량 폐기해야 한다.

다만, 해당 조처가 실제로 적용되는 것은 최종 판결일로부터 60일 후, 미 백악관의 판결 검토 절차가 끝난 다음이다.

업계는 해당 60일 내에 SK가 합의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백악관이 ITC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조처의 적용 여부는 '합의'에 달려있다.

만약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를 이루지 못해 이번 조처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SK는 말 그대로 배터리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

이번 판결의 효력은 미국 시장 내에 그치지만, 이번 판결을 근거로 양사 배터리가 경쟁 중인 또다른 글로벌 시장에서 같은 문제가 불거질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1일 컨퍼런스콜을 통해"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와 사용에 따른 LG에너지솔루션의 피해는 유럽이나 한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발생했다고 판단된다"며"다른 지역 소송 진행 여부는 기본적으로 SK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LG측이 이해할 수있을 정도의 화해안을 SK측이 제시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배터리 소송이 이어질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최태원의 '전기차 전략' 삐끗? 업계 일각 "이상 없음"


전문가들은 최태원 그룹 회장의 그간 행보를 비추어 이번 합의가 합의금의 액수와 무관하게 '반드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그룹 회장은 그간 '전기차 배터리'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대규모 투자를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렸는데,지난해 4월과 7월 SK는 중국 동박 제조사 왓슨에 약 2700억 원,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연달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SK는 전기차 배터리와 소재 시장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라고 그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또 지난해 상반기에는 중국 창저우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시동을 걸었고, 중국 배터리 회사 EVE에너지와 손을 잡고 2공장 설립에도 나섰다.

올해 1월에는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을 새로운 대형 프로젝트 삼아 2조 6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영업적자가 2조 5688억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적자 사업의 흑자 모멘텀을 기대하면서 투자를 쏟는 모양새다.

그룹 차원에서도 전기차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따로 만나 전기차 배터리 관련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4대 기업 총수 비공개 회동을 가지며 전기차 전략을 공고히 한 바 있다.

결국 최태원 회장이 구광모 LG회장과의 담판을 통해 배터리 소송을 둘러싼 양사간의 싸움을 끝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행보에 따라 합의금을 SK가 무사히 지급한다 해도, 향후 '상흔'이 남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가 예상하는 합의금은 최소 2~3조 원이다.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CS)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패소 이후) 합의금은 최소 5조 원이 될 것"으로 높여 잡기도 했다. 모두 SK의 유동성을 뛰어넘거나 간신히 미달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3조 5947억 원이었다.

업계 일각은 SK이노베이션 유동성 이상의 합의금을 지급하고도 만일 흑자 모멘텀이 늦어진다면, 얕지 않은 상흔을 남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SK와 LG가 배터리 소송을 매듭짓기 위해서는 역시 가장 큰 관건은 '합의금' 규모이다. 당초 SK 측은 수천억 규모를 제시한 바 있는데, 소송 결과가 나온만큼 합의금 규모에 대한 칼자루는 LG측이 갖게됐다.

업계에서는 SK의 합의금 지급 및 정상화 등으로 단기 출혈은 있을 수 있지만, 기존 흐름에 큰 저해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결국 LG측이 요구하는 수준에 근접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한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흑자전환 시기는 기존 (2022년) 예상치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2년, 4년의 유예를 얻어 내년까지는 미국 내 공장을 계속 돌릴 수 있다"라며, 이번 소송 결과와 합의금 지급이 SK이노베이션의 기존흐름에는 큰 저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양사는 판결문 전문 검토 이후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사에 판결 결과는 송부됐으나, 아직 판결문은 공유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명절 연휴가 막 끝났고 판결문 전문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만큼, 대화 여부는 전문 판독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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