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마힌드라 책임 크다"

▲ 21일 쌍용차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회사 내외부에서 지난 2009년의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사진은 2009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리해고 반대 시위(사진=금속노조 쌍용차지부)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쌍용차가 11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 체제에 들어서면서, 쌍용차 내외부에서 지난 2009년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쌍용차는 이사회를 통해 회생절차 신청을 결정하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쌍용차의 주식은 당장 22일부터 거래가 중지됐다. 또, 거래 계좌 역시 동결됐다.

쌍용차는 본격적인 회생 절차에 들어가기 전 3개월의 유예를 두는 ARS(여부 보류) 프로그램을 동시에 신청하면서, 3개월 내 자구 노력에 성공, 경영을 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자동차 업계 안팎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계속되는 적자로 인해 현재 쌍용차가 당장 갚아야 할 돈만 약 1,500억 원에 달한다. 지난 15일자로 연체가 시작된 외국계 3사 대출원리금이 약 600억 원이고, 지난 21일 만기가 지난 산업은행 대출금이 약 900억 원 규모이다.

이는 지난해 쌍용자동차 자기자본 7,492억 원의 약 20%에 달하는 수준이다.

쌍용자동차의 최대 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대한 추가 투자는 없으며, 다른 투자자가 나오는 대로 손을 떼겠다고 공표한만큼 현재로서는 쌍용차의 유일한 해결책은 대규모 외부 투자를 받는 수밖에 없다.

미국의 자동차 유통업체인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쌍용차와 매각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 년 가까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앞으로 석 달 내에 결론이 날 지도 미지수이다.


"다리 후달리는 등 불안 증세"... 2009년 악몽 되풀이 공포 증폭


이처럼 쌍용자동차가 경영악화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서, 과거 일터에서 내쫓겼던 노동자들은 제2의 쌍용 사태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쌍용차 직원들은 11년간의 싸움을 통해 얻은 '복직'이라는 성과가 회사의 경영 위기로 다시 휘청이며 또 다시 구조조정의 늪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 예상되는 만큼 허탈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는 분위기이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관계자는 "10년을 공장 밖에 있다가 올해 복직하신 직원 한 분은 일 하던 중 소식을 접하고 다리가 떨리는 등 불안증세를 겪었다고 한다"라며 "(불안한 마음에) 회사 소식을 아직 집에 전달하지 못한 분도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특히 아직까지 복직을 하지 못한 직원들의 불안은 한층 클 수 밖에 없다고 쌍용차 관계자는 전했다.

쌍용차 노조 관계자는"유급 휴직 상태의 열여섯 분 정도가 아직 부서 배치가 안 된 상태다. (오는) 12월 31일 최종적으로 복직이 마무리될 예정이었는데, 회사 상황이 이러니 다들 많이 불안해 하시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쌍용차는 지난 2009년 경영악화로 법정관리 체계에 들어서면서 한 차례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친 내력이 있다.

당시 해고 및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나섰던 노동자들은 2013년 한 차례, 2016년 티볼리의 선전으로 현장 인력 충원이 필요해지면서 또 두 차례 등 순차적으로 일부 복직됐다. 여기에 지난 2018년 당국이 노조의 파업 등 쟁의행위 중 "경찰의 과잉진압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노사 합의를 통해 올해 1월 전부 복직이 예고돼 있었다.

티볼리의 선전에 이어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칸 등 소형 SUV와 픽업트럭으로 활로를 되찾는가 싶었던 쌍용차는 기대작 코란도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경영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내놓은 G4 렉스턴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는 있지만, 제한된 차종으로 인해 구매층이 한정된다는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무급 해고자의 복직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로 차일피일 미뤄진 끝에 지난 5월에야 겨우 마무리 됐다. 하지만 복직과 함께 쓴 계약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7개월만에 이들은 다시 고용 불안에 시달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부 관계자는 "2009년의 상처가 (직원들 사이 아직) 남아있다"며 "직원들이 쉽게 심경을 얘기하지는 않는데, (현장에서) 작업을 하며 살펴보니 표정이 다들 어둡더라"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편, 회생 신청 발표까지 직원들에게는 관련 소식이 전달되지 않았다. 지부 관계자는 "(직원들이) 일을 하던 중에 회사가 아니라 기사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외투 아닌 새로운 플랜 제시할 때"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이런 상황에 대착 책임을 대주주인 마힌드라와 정부에 묻고 대안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지부는 마힌드라가 올해 예고했던 2,300억 원 투자를 철회하고 매각 의사까지 밝히면서 발생한 유동성 위기에 대해 우선 책임을 물을 계획이며, 이와 함께티볼리 플랫폼의 기술 이전과 관련해서도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티볼리 플랫폼 기술 공유 과정에서 지속적인 라이선스 사용료가 아니라 일시적인 '구입료'를 지불하는 식의 계약을 맺으면서,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지난 2009년 쌍용차 1대 외국투자 기업이었던 상하이차는 쌍용차 투자 철회 과정에서 '먹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데 이 같은 일이 또 다시 반복된다는 시각이다.

신규 투자에 소극적이던 상하이차가 쌍용차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구제 노력 없이 발을 뺀 것인데, 이 때문에 당시 쌍용자는 '중국 자동차 기업이 한국 자동차 기술만 가져간 것'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인도 마힌드라 역시 상하이차의 전처를 따르는 것이라는 우려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고, 현 상황에 대해 노조 측은외투기업에의 매각과 산은 등 당국의 지원, 기업의 발 빼기가 쌍용차에서만 반복되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쌍용차 지부는 "다른 중견 자동차 업체 사례를 봐도 (외투기업의 투자 약속을 믿고) 공적자금을 투자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라며 "자동차 산업을 외국계에 매각시키고 마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플랜'을 전문가 집단과 논의하고 당국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지부 측은 계속되는 쌍용차의 경영 악화가 노동자들 탓으로 호도되지 않도록 힘쓴다는 방침이다. 계속되는 경영 악화로 쌍용자동차 노조는 올해까지 11년 연속 사측과 별다른 마찰없이 임금과 단체협약을 맺어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은 임금 동결까지 감수하며 회사 경영 안정화를 위해 희생한 바 있다.

한편 상급단체 없이 쌍용차 노동자 자체적으로 꾸려진 제1노조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측 역시 23일 입장문을 통해 공식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밝힌다는 방침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직원들 입장에서 당연히 좋은 소식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마힌드라가 투자자와 협의를 하고 있는 만큼 (사측에서도) 원만한 해결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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