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지금은 ‘미닝 아웃’ 시대

혐오 양상으로 번질 우려도 있어

조제호 기자 | 입력 : 2018/08/10 [10:12]

▲ 최근 미닝 아웃으로 활용되고 있는 해시태그.     ©조제호 기자

 

(팝콘뉴스=조제호 기자) 우리 사회는 집단의 결속 강화를 위해 시대적 통념과 가치관을 중요시 하는 유교 등의 문화적 관습이 오랫동안 뿌리내려 왔다. 

 

사회적인 통념에서 벗어난 이에겐 곧 무자비한 비난이 가해지거나 부정적인 낙인이 찍혀 소외되고 매도됐다.

 

급격한 시대 변화로 우리 사회는 IT 기기의 발달과 네트워크 정보망이 확대됐고, SNS의 활성화로 본격적인 1인 미디어 시대에 접어들면서 점점 자신의 주관을 표출하는데 있어 적극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고등학생들을 태우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여객선이 침몰했고, 2015년에는 의료 시스템의 구멍과 안일한 대처로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메르스 사태로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과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여러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와 미비한 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졌고,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이 모여 여러 담론을 만들며 표현에 대한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개인이자 소수로서 가치나 신념을 말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망설이지 않게 됐다.

 

최근 들어 이런 미디어 경향과 맞물려 각자의 신념과 가치관을 과감히 주장하는 ‘미닝 아웃’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미닝 아웃’은 자기만의 의미(meaning)를 ‘커밍아웃’한다는 뜻으로 정치ㆍ사회적 문제에 있어서 평소 드러낼 수 없었던 자신만의 의견을 표현하는 행태다.

 

타인의 생각보다 자신의 주관을 앞세운 ‘미닝 아웃’은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에 맞물려 젊은층 사이에서 스마트폰과 SNS 등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해시태그, 우리만의 연대 링크”


가장 대표적인 ‘미닝 아웃’은 SNS의 관심사를 해시태그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사회 인식과 가치관 등 생각을 같이하는 이들끼리 콘텐츠를 공유하고 전달시킨다.

 

해시태그는 ‘#’ 태그를 통해 포털 사이트와 웹 등의 실시간 검색이 용이하게 만들고, 신속한 정보 확산뿐만 아니라 여러 목소리가 모이도록 만든다.

 

한 예로 지난 2015년 4월 25일에 네팔 수도 카투만두가 강진으로 인해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전 세계인들은 네팔을 향해 ‘#PrayForNepal’(네팔을 위해 기도하자)이란 해시태그를 달아 애도의 뜻을 전했다.

 

▲ 전 세계 네티즌들이 네팔을 위해 달았던 해시태그.     © 팝콘뉴스

 

지난 2014년 5월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 멕시코의 여배우 셀마 헤이엑은 ‘#BringBackOurGirls’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등장했다.

 

▲ 멕시코 여배우 셀마 헤이엑이 해시태그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 팝콘뉴스

 

당시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은 조직원의 석방을 요구하며 여학생 270여 명을 납치했고, 나이지리아 정부협상을 거절한 상황이었다.

 

한 여배우가 영화제에 쏠릴 전 세계의 관심을 납치 문제에 쏠리게 하면서 납치된 여학생 반환 문제를 알리게 됐다.

 

해시태그는 광고 홍보나 정보 검색의 편리함을 넘어 한 목소리를 만들고, 다양한 결집을 도우며 정치ㆍ사회적 등 여러 분야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인 미닝 아웃 굿즈.     ©조제호 기자



 
“슬로건 문구의 배지, 에코백 등 다양한 굿즈”


대중들은 더 이상 명품이나 연예인 협찬의 고가 의상 등의 구입으로 자신의 패션 소비 만족도를 높이지 않는다.

 

다양한 의미의 메시지나 로고가 들어간 굿즈를 구입해 몸이나 옷, 에코백 등에 착용해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면서, 자신의 신념도 함께 표출하는 것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초반에는 대부분의 굿즈가 기아 문제나 환경, 유기 동물 보호 등 사람들에게 큰 의견 양립 없이 하나의 가치로 뚜렷이 통용되는 주제로 제작됐다.

 

최근엔 비교적 찬반양론이 있는 민감한 정치적 문제나 성 소수자의 젠더 문제를 주제로 한 굿즈도 늘어나는 추세다.

 

▲ 미닝 아웃 티셔츠와 배지 굿즈.     © 팝콘뉴스



 

대학생 A씨는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후원하는 배지를 주문했다.

 

A씨가 구입한 배지는 ‘Asexual’이라 적힌 무성애자(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성혐오증을 가져, 성 관계를 싫어하고 기피하는 사람)를 상징하는 배지다.

 

백팩에 배지를 달아놓은 A씨는 “비록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가족과 친구 등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을 배지를 통해 ‘커밍아웃’ 해 용기를 가졌다”며 “이번에 배지 구입을 통한 모금이 같은 성소수자 안에서 비주류라 차별 당했던 무성애자를 위한 이벤트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닝 아웃 굿즈는 각 단체나 모임에서 로고 등이 자체 제작돼 개발되거나 개인이 직접 주문 제작으로 만들기도 한다.
 
개인의 신념을 표현하는 패션이 엄숙한 문구나 여러 캐릭터로 희화화돼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고 있다. 
 

“실제 운동 참여 등으로 변화 이끌어”

 

미닝 아웃의 지속적인 신념 표출은 내면을 강화시켜 삶을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누구나 의견 표출이 자유로운 만큼 대중들은 자신이 믿고 지지하는 가치관으로 사회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해시태그의 미투 운동과 함께 일어난 위드유 운동(사진=뉴시스).     © 팝콘뉴스

 

지난 4월에는 SNS의 미투 운동으로 인해 정치계 등 각계 유명인사가 지목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미투 운동 파장은 정치계뿐만 아니라, 그동안 쉬쉬해 왔던 기업과 문화예술계를 망라하며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특히 청소년들의 잇따른 학교 성폭력의 미투 고백으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성폭력 방지 시위가 열리는 등 우리 사회의 부족한 성폭력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또 갑질이나 우익 기업의 불매운동을 하거나, 정부의 잘못된 정책 등을 비판해 실제 여러 법안이 발의되는 등 정치적으로도 여론을 형성했다.
  
관심과 참여에서 시작된 개인의 강한 신념은 삶의 변화로 나타나며 곧 사회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악용돼 마녀사냥의 위험 높아”


미닝 아웃이 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대변하지만 일부 악용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미디어 발달에 따른 정보의 범람 속 오용된 정보도 많아 집단이 집단 혹은 개인에게 향하는 잘못된 폭력도 나타나고 있다.

 

한 피해자의 눈물 어린 호소 속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나 실제 사건의 진상 관계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경우도 있었다.

 

잘못된 정보인지 아닌지에 대한 진위 파악도 미닝 아웃 전에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또한 SNS나 방송에서의 개인의 신념 노출도 반대 성향을 갖고 있는 극성 네티즌들에 의해, 신상 털기 등으로 개인 정보가 멋대로 공개되거나 지나친 마녀사냥으로 이어진다.

 

▲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일어나는 모습.      © 팝콘뉴스

 

최근 모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의 한 출연자는 방송 중 의상에 위안부 할머니를 후원하는 배지를 달았다며 “같이 방송에 출연한 일본인 지원자를 위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일부 네티즌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특히 자신과 다름에 대한 혐오에 대한 양상은 언제 어디서든 폭력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닝 아웃이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표현하고 알리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만큼 우리 사회가 앞으로의 더 큰 변화를 위해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공존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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