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의료환경에 매 맞는 의료인 늘어

의료 환경 개선과 강력한 특별법안 마련 필요

조제호 기자 | 입력 : 2018/08/08 [10:20]

▲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팝콘뉴스



 

(팝콘뉴스 조제호 기자) 최근 연이은 응급실 폭행 사건 등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생명구급 현장에 있는 의료인들의 열악한 환경과 미흡한 제도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전북과 제주에서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이 발생한데 이어 31일 구미의 한 병원에서 주취자의 폭행으로 의사의 동맥이 파열되고 29일과 이달 5일에는 각각 제주와 전주의 모 병원 응급실에서 만취한 환자가 간호사에게 폭행을 가해 의료계에 큰 충격을 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응급의료 방해 행위’는 총 893건으로 이중 폭행은 365건이고 가해자 3명 중 2명은 주취자로 의료인들의 안전에 위해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 2018 보건의료노동자의 폭행 및 성폭력 경험 실태조사(사진=전국보건의료노조).     © 팝콘뉴스



 
전국보건의료노조가 지난달 4일 발표한 ‘2018 보건의료노동자의 폭행 및 성폭력 경험 실태조사’에서 ▲폭언 66.2% ▲폭행 11.9% ▲성폭력 13.3% 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종사자 대부분 보호 못 받아”

▲ 2018 보건의료노동자의 폭행 및 성폭력 경험 실태조사(사진=전국보건의료노조).     © 팝콘뉴스



 

의료인 대부분은 환자에게 폭행 피해가 있어도 의료 행위를 위해 그냥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나 폭행을 당해도 대응하지 않고 넘겼다는 비율이 2986명 중 약 67%를 차지했으며, 실제 법적 대응 또는 제도적 장치 등을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선 비율은 2.7%에 그쳤다.

 

또 형법 제 10조의 “심신 장애로 사물 변별 능력 또는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심신 미약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당수의 의료인들은 폭력과 폭언 등으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채 의료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인들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부각된 사건들 이외에도 은폐되거나 보도되지 않은 사건들이 의료현장에서 비일비재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의사 외에도 환자와 장시간 접촉하는 간호사, 물리치료사들이 대표적인 사례로 진료실과 병실 등에서  피해 대상자로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환자의 폭력을 단순 심신 미약 등의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와 병원 측의 이미지를 위해 은폐하는 관행이 의료인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지난달 21일 한 유튜브에서는 의료인의 일상을 올리는 ‘간소한 하루’ 채널에 “폭언, 폭행, 성희롱 뿌리 뽑아야죠”라는 한 편의 영상이 올라와 병원 의료 종사자의 기본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의료 현장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영상 속 의료인들은 환자로부터 주사기에 온몸이 찔리거나 고막이 터지거나 소변을 뒤집어 쓰는 등의 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

 

의료인들은 환자에게 폭언, 폭행을 당해도 하루 십여 시간 이상의 근무를 하며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를 해야 하는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받고 피해를 보상받기 어렵다.

 

병원은 해당 환자와 피해 의료인을 분리시켜야 함에도 인사이동을 핑계로 방치하거나 “환자니까 어쩔 수 없다”며 사건 조사 등의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며 되려 환자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하며 묵과하는 경우가 많아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각계에서 정부를 향한 목소리 높여”

대한간호협회는 지난달 31일 잇따라 발생한 환자 폭행 사건을 앞으로 방지하기 위해 정부에 구체적인 법안 마련을 촉구했다.

 

협회는 “의료기관에서 나타난 폭력에 많은 의료 종사자들이 한 목소리로 분노하고 있다”며 “응급 의료 현장의 폭력은 응급 처치를 받아야 할 선량한 환자들에 대한 또 다른 폭력임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종사자들의 요구를 간과한 일시적 행보에 그쳤다”며 “더 이상 폭행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성 없는 솜방망이 처벌과 정부의 미비한 인식 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도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의료인들이 현장에서 환자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매일 일거수일투족 진료를 하고 있는 만큼 의료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계도 의료인을 향한 환자의 연이은 폭력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안전한 의료 환경 조성에 대한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지난 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을 제시하며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도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인숙 의원도 벌금형을 삭제하고 5년 이하의 징역형만을 적용해 기존의 반의사불벌죄 조항 폐지 및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3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감옥에 갔다 와서 칼로 죽여버리겠다(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294032)”라는 게시물이 청와대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는 20만 명이 못 된 14만7885명으로 지난 2일 청원이 종료된 만큼 많은 의료인들이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료인의 보호 및 안전과 의료 서비스의 질적 완화를 위한 법제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루 빨리 의료현장 시스템과 법이 대폭 개편돼야”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법제화 움직임 속에서 현장 종사자들의 당부의 목소리도 크다. 

 

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미비한 대처에 그쳤기 때문에 예방을 위한 의료 환경과 법안이 하루 빨리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응급센터 종사자 A씨는 “현재 법적으로 환자의 권리가 더 우선시된 상황이라 매번 진료 중 목숨이 위험할 뻔한 상황에서도 환자가 심신 미약 상태라는 이유로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고, 자기 방어 차원에서 같이 맞설 수 없는 상황에서 진료를 계속 하고 있다”며 “병원 인식과 지역사회의 이미지와 정부의 미흡한 대처 때문에 강력 처벌 법안이 제대로 없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국보건의료노조의 B씨는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며 이를 위해 응급 의료현장의 개선이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지난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도 진료대기 시간 지연에 따른 불만으로 사건이 발생 됐듯이 의료전달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다.

 

아울러 “현재 상급 병원과 불균형이 심해 민간 의료기관이 90%다”며 “보다 전문적인 관리와 체계 구축을 위해 공공 의료로의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B씨는 병원의 전문 의료인력 부족과 폭행 환자 방치 및 미연의 대처를 폭력 사고의 근본적인 요인으로 보았다.

 

그는 “의료인력 확충과 보안 요원의 상주, 주취자를 별도 공간으로 분리하는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고, 환자의 생명을 위해 처벌 및 제도 개선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생명을 구하는 급박한 의료현장에서 매일 고군분투하는 의료인들의 안전은 곧 다른 위급한 환자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 보호로 직결된다.

 

이번에 연이은 의료 현장 폭력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만큼, 정부가 일시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의료 종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특별 법안 마련과 함께 의료 시스템 개선 등으로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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