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 화사가 빠진 장국영의 그윽한 눈빛

시간이 지나야 빛을 발하는 와인 같은 영화 ‘아비정전’

박수인 기자 | 입력 : 2018/07/11 [16:27]

▲ 영화 '아비정전' 포스터(사진=MOVIST 이미지 갤러리).     © 박수인 기자



 

(팝콘뉴스=박수인 기자) 아이돌그룹 ‘마마무’의 멤버 ‘화사’가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야무진 먹방으로 전국 곱창 집이 ‘곱창 품절’ 사태를 겪게 했다.

 

늘씬한 몸매의 소유자인 화사가 맛깔나게 곱창을 먹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흥미로웠던 건 화사가 장국영의 광팬이라는 점이다.

 

‘나 혼자 산다’에서는 화사가 아침에 눈 뜨자마자 TV를 켜 영화 ‘아비정전’을 보는 장면이 나왔다.

 

화사는 “아비정전을 보고 바로 팬이 됐다. 장국영의 눈빛이 가슴을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스물넷의 걸그룹 화사가 반한 영화 ‘아비정전’ 속 장국영은 어떤 모습일까.

 

▲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걸그룹 '마마무'의 '화사'가 출연해 장국영의 오랜 팬임을 밝혔다(사진=MBC '나 혼자 산다' 갈무리).     © 박수인 기자

  

장국영이 연기한 ‘아비’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넘어오게 하는 바람둥이지만, 깊은 사랑에 빠지는 걸 극도로 경계한다.

 

장국영은 친어머니에게 버림받아 양어머니 손에 길러졌지만, 양어머니 역시 남성 편력이 심해 아비가 아는 ‘사랑’은 늘 불안하고 가변적인 것이었다.

 

하루는 도박장의 매표소에서 일하는 ‘수리진’(장만옥)에게 접근해 그녀의 환심을 사고 이후 동거까지 한다.

 

수리진은 아비에게 더 큰 사랑을 원하며 결혼을 이야기하지만, 냉담한 아비의 반응에 상처를 입고 그의 곁을 떠난다.

 

이후 아비는 또 다른 여성 ‘루루’(유가령)와 사랑을 나누지만, 그 사랑 역시 지속하지 못한다.

 

▲ 언제나 사랑을 갈망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상처로 사랑을 하지 못하는 남자 '아비'를 연기한 장국영(사진=MOVIST 이미지 갤러리).     © 박수인 기자



 

아비는 근본적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친어머니가 있는 필리핀으로 향하지만, 끝내 만남을 거부하는 어머니에게 더 큰 상처를 입고 파멸의 길을 택한다.

 

영화 속에서 아비는 “발 없는 새가 있지. 날아가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 번 땅에 내려앉을 때가 있는데 그건 죽을 때지”라고 독백한다.

 

친어머니에게 버림받은 뒤 어디에도 마음 붙이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발 없는 새’에 빗댄 것인데, 1985년 중국으로의 반환이 확정돼 1997년 시행되기까지 홍콩 사람들이 느낄 혼란을 연상시킨다.

 

▲ 장국영, 장만옥, 유가령, 장학우, 유덕화, 양조위 등 당시 내로라하는 톱 배우들이 출연해 기대를 모았다(사진=MOVIST 이미지 갤러리).     © 박수인 기자

  

‘아비정전’엔 당대 톱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장국영, 장만옥, 유가령, 장학우, 유덕화, 양조위 등 아직도 홍콩 배우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었던 건 영화의 메가폰을 든 왕가위 감독이 전작 ‘열혈남아’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제작사는 왕가위 감독에게 ‘아비정전’에 대한 제작자율권 100%를 넘겨줬는데, 아마도 감독이 전편에 이어 전 세계 영화 팬들을 흥분시킬 누아르물을 만들 거란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왕가위가 내놓은 건 멜로물로, 영화 속 어느 부분 하나 통쾌하거나 유쾌하지 않고 피 튀기는 액션도 극히 일부다.

 

서로를 사랑하고 원하지만 단 한 커플도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이 영화엔 허무함과 그리움의 정서만 가득할 뿐이다.

 

1990년 개봉한 ‘아비정전’은 그야말로 ‘폭망’했다.

 

제작사는 물론, 야침 차게 영화를 수입해 온 한국 배급사도 동원 관객수 1만7천여 명으로 흥행에 참패하며 파산에 이르렀다.

 

비난의 화살은 왕가위 감독에게 모여 다음 영화를 제작할 때까지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지만, 시간이 지나서야 ‘아비정전’은 왕가위 스타일의 시초였다고 재평가받고 있다.

 

영화가 끝나기 5분 전, 이전 장면에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양조위’가 출연해 즐거운 모습으로 외출을 준비하는 장면이 나와 관객을 혼란 속에 빠뜨렸다.

 

이는 요즘 마블 영화에서 크레딧이 오르기 전후로 내보내 후속작을 기대하게 하는 ‘쿠키영상’의 시초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당시 영화가 그렇게 폭삭 망하지 않았다면, 애초 기획됐던 ‘아비정전2’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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