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묘미, 언더독의 반란

모두가 기대하지 않았을 때 오는 기쁨과 재미

최한민 기자 | 입력 : 2018/06/11 [17:48]

(팝콘뉴스=최한민 기자)

영국의 투견판에서 유래한 언더독이란 투견장에서 늘 지는 개를 가리키는 말로 운동 경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선수를 일컫는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사흘 앞둔 지금 대한민국 대표팀은 언론과 누리꾼에게 "이렇게 기대가 안 되는 월드컵은 없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우리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보여준 4강 신화를 16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 '오대영'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비아냥을 받았지만, 보란 듯이 실력으로 증명해내 국민들에게 감동과 환희의 순간을 선물했다.

 

이처럼 기대하지 않던 언더독의 반란이 계속 나와야 경기는 더욱 재미있는 법이다.

 


너무나도 강렬했던 월드컵 데뷔전, 크로아티아


 

▲ 1998 프랑스 월드컵 크로아티아 공격수 다보르 슈케르(사진=FIFA 인스타그램 갈무리)

 

H조는 아르헨티나를 제외하면 자메이카, 일본, 크로아티아까지 모두 월드컵 첫 출전 국가이다 보니 아르헨티나 외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고독한 2위 싸움이 전망됐다.

 

크로아티아는 조별 예선 첫 상대인 자메이카를 3대 1로 가볍게 제압한 이후 일본전에서도 전설 다보르 슈케르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 0 승리로 2연승을 거둬 16강행을 단번에 확정지었고 뒤이은 3차전 H조 최강자인 아르헨티나전은 아쉽게 패배를 당했지만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16강은 발칸의 마라도나 게오르게 하지라는 자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보유했던 루마니아와의 경기였는데 이 경기 역시 슈케르의 결승골로 1대 0 승리를 거뒀다.

 

8강 상대는 영원한 우승 후보 독일이었고 크로아티아의 돌풍은 여기서 멈추는가 싶었다.

 

하지만 앞선 유로 1996에서 8강에서 만난 독일에 2대 1로 아쉽게 패한 기억을 갖고 있던 크로아티아는 2년 만에 다시 치러진 8강 무대를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초반부터 대등한 경기를 펼쳐가던 크로아티아는 전반 40분 독일의 크리스티안 뵈른스의 퇴장으로 균열이 생긴 독일의 수비를 허물어 3대 0이라는 스코어로 지난 패배도 깨끗이 설욕했다.

 

이어진 4강에선 개최국 프랑스에 아쉽게 막혀 결승 진출엔 실패했지만, 3·4위 결정전 네덜란드를 이기고 3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3마리 고래의 등을 터뜨린 미친 새우, 코스타리카


 

▲ 2014 브라질 월드컵 코스타리가 국가대표팀(사진=FIFA 홈페이지 갈무리).

 

2013년 12월 7일 브라질 월드컵 조 추첨 후, D조에 속한 코스타리카 국민들은 조 편성 결과 함께 묶인 팀들을 보고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월드컵 1회 우승 잉글랜드, 2회 우승 우루과이 거기다 4차례나 우승을 거둔 이탈리아가 같은 조에 포함돼 언론에선 "누구에게나 완벽한 1승 제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우루과이와 조별 예선 첫 경기 3대 1 완파, 2번째 상대 이탈리아마저 1대 0으로 승리하는 등 가장 먼저 16강을 확정지었다.

 

마지막 경기 잉글랜드전은 득점 없이 0대 0으로 비겼지만 경기의 MOM(Man of the Match) 코스타리카의 수문장 케일러 나바스라는 세계적 스타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과도 같은 경기였다.

 

잉글랜드는 90분 내내 열심히 골문을 두드렸지만 나바스는 온몸을 던져 육탄방어했다.

 

조 1위로 진출한 16강에선 그리스를 상대해 연장까지 1대 1로 승부를 내지 못했지만 승부차기를 통한 나바스의 눈부신 선방으로 8강에 올랐다.

 

네덜란드와의 8강전 역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뒤 아쉽게 패하고 말았지만 총 5경기에서 2실점밖에 하지 않는 조직력과 투혼으로 많은 축구 팬들의 귀감이 됐다.

 

당시 코스타리카 대표팀 선수였던 셀소 보르헤스는 "죽음의 조도 우리 하기 나름"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항서 매직' 얻은 베트남


 

▲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이 카타르를 꺾고 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거리로 나와 기뻐하는 시민들(사진=뉴시스).

 

월드컵은 아니지만 올해 초 축구계가 발칵 뒤집힐 만한 사건이 있었다.

 

베트남 축구 연맹은 2017년 박항서 창원시청 축구단 감독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성인 및 U-23 감독으로 선임했다.

 

취임 직전 실업리그 감독을 맡고 있어 베트남 언론에게 "한국의 3부리그 수준의 감독을 데려왔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부임 4개월 만에 중국에서 열린 2018 AFC U-23 축구 선수권 대회를 통해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첫 AFC 주관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룩했다.

 

박 감독이 이끈 베트남 U-23 대표팀은 조별 예선에서는 한국에 1대 2로 졌지만 호주, 이라크, 카타르를 차례로 꺾으며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는 아쉽게 우즈베키스탄에 1대 2로 지면서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그들이 보여준 투혼은 베트남 국민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베트남 축구연맹은 박 감독과 선수들이 대회가 끝나고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지붕이 개방된 2층짜리 버스를 보내 하노이 시내까지 카퍼레이드로 환영했다.

 

베트남의 높은 축구 인기와 비교하면 국제대회 성적은 형편없었으나, 박 감독이 부임하면서 한국축구 특유의 압박과 투지와 활동량을 이식하며 끈끈한 조직력을 지닌 팀으로 진화했고, 그에 걸맞은 성과도 이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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