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란 전쟁터 속 한부모가족

남편이 있으면 1등급, 미혼모는 4등급

윤혜주 기자 | 입력 : 2018/05/14 [17:06]

▲ 팝콘뉴스 윤혜주 기자.

(팝콘뉴스=윤혜주 기자) 지난 10일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후 처음으로 한부모가족의 날을 맞았다.

 

10년 전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 등 민간단체가 중심이 돼 5월 24일을 ‘한부모가족의 날’로 자체 선포한 후 지난해 매년 5월 10일을 ‘한부모가족의 날’로 제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한부모가족 지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된 것이다. 

 

한부모가족의 날 당일에는 국회의원회관과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각각 한부모가족의 날 제정 기념행사와 정책 세미나가 열리고 이틀 후 12일에는 서울 광장에서 ‘한부모 가족, 다 같은 가족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행사가 열리는 등 한부모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가정이 축복받아야 하는 가정의 달 5월에 유독 한부모가족만 서럽다.

 

아빠와 엄마가 다 있는 소위 말하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서 벗어난 한부모가족은 오랫동안 주변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감내하는 실정이다.

 

지난 12일 서울 광장에서 미혼모들이 외친 “남편이 있으면 1등급, 남편이 죽으면 2등급, 남편과 이혼하면 3등급, 미혼모는 4등급”이라는 구호는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농담이 아니라 너와 나 그리고 우리들의 잘못된 인식을 여실히 드러낸 뼈아픈 의미를 지닌다.

 

동거와 재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등 예전과 비교해 그나마 개방된 사회와 자유로운 대한민국으로 이행됐다지만 한부모가족은 아직도 세상이라는 전쟁터 속에서 홀로 외롭게 싸우고 있다.

 

가족 형태와 관계없이 동등하고 안전하게 자녀를 양육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는 한부모가족에게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혼인 외 가족에 대해 우리 사회가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대답이 90.5%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면서 사회가 가정의 형태에 따라 자녀들의 신분과 지위를 구분하고 있으며 사회적 차별을 양상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3년 마다 한부모가족 실태조사를 벌이는 여성가족부 자료를 보면 한부모가족의 월평균소득은 월 189.6만 원으로 전체 평균 가구 소득 390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월 평균 소득 189.6만 원 가운데 지출은 총 152만 원 수준이어서 저축은 37만 원만 가능하며 지출 품목 가운데 식료품비 지출액이 가장 높게 나타나면서 말 그대로 ‘먹고 사는 문제’만 생각할 수밖에 없는 한부모가족의 형편이 드러난 것이다.

 

이밖에 주변에 한부모임을 밝히는 경우는 친한 지인과 같이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숨긴다는 의견과 학교와 어린이집에서 아이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직장에서의 불이익 등 한부모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28살 무직 A씨와 2살짜리 아들이 지난 3일 경상북도 구미 봉곡동의 한 원룸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으며 지난달 6일 충청북도 증평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는 41살 B씨가 “남편이 숨진 후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딸을 데려간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4살 된 딸과 함께 자살했다.

 

최근 발생한 두 사건은 모두 한부모가족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에서 공통분모를 지닌다.

 

특히 경북 구미 사건의 경우 경찰이 A씨와 2살 된 아들의 몸이 비정상적으로 야위고 집에서 음식을 조리한 흔적이 없는 등 아사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밝히면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한부모가족 지원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한부모가족에게 가장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양육비 항목에 대한 현실적인 기준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예산을 주는 기획재정부와 혜택 기준을 빌려 쓰고 있는 복지부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한부모가족도 아이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여행도 가고 쇼핑도 가고 싶다.

 

하지만 1600cc미만 10년 된 차를 타고 다녀야만 한부모가족 혜택을 지원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한부모가족의 웃음꽃 핀 가족 나들이를 허용해주지 않는 듯하다.

 

5월 11일이 입양의 날인 것을 감안해 ‘본래 가정에서 양육하는 것이 입양보다 우선이라는 의미를 담아 5월 11일보다 하루 빠른 5월 10일을 한부모가족의 날로 지정했다고 한다.

 

이 의미를 지키기 위해 아이와 부모가 한 가정 속에서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보통 부모와 한부모는 다르지 않다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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